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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동남제도 인근의 고래 수난사 본문

고래(Whales)

동해 동남제도 인근의 고래 수난사

sealover 2019. 5. 26. 23:37

중국의 문헌에서 동해를 고래가 많다는 의미에서 경해(鯨海)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이기석, 1998). 반구대 암각화를 보더라도 예전부터 동해에 고래가 많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기석, 1998. 동해 지리명칭의 역사와 국제적 표준화를 위한 방안 대한지리학회지 33, 541–556.

이 고래들이 다 어떻게 사라졌을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Scarff (2001)라는 학자에 따르면 동해를 포함한 북태평양 전체에서 1839-1909년 사이에 약 26,500 - 37,000 마리의 북방긴수염고래(Nothern right whale, Eubalaena japonicus, 이하 긴수염고래)가 죽었는데, 약 80%인 21,000 - 30,000 마리가 1840 - 49년의 10년간 잡혔다고 한다. 이 때 포경에 참여한 포경선의 90%가 미국 포경선이고 프랑스가 그 나머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독일과 덴마크도 북태평양에서 긴수염고래 포경을 했지만 선박의 수가 적었다.

Scarff, J.E., 2001. Preliminary estimates of whaling-nduced mortality in the 19th century North Pacific right whale (Eubalaena japonicus) fishery, adjusting for struck-but-lost whales and non-American whaling. J. Cetacean Res. Manage 2, 261–268.

그러다보니 한참 고래를 많이 잡고 있을 그 시기에 헌종실록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을 정도이다(헌종 14년, 1848년).

이양선의 수가 셀 수 없이 많아지다. 이해 여름·가을 이래로 이양선(異樣船)이 경상·전라·황해·강원·함경 다섯 도의 대양(大洋) 가운데에 출몰하는데, 혹 널리 퍼져서 추적할 수 없었다. 혹 뭍에 내려 물을 긷기도 하고 고래를 잡아 양식으로 삼기도 하는데, 거의 그 수를 셀 수 없이 많았다.

한참 뒤 고래잡이가 돈벌이가 되는 사업임을 깨닳은 고종은 고종 20년(1883년)에 김옥균을 "동남제도개척사 겸 관포경사(東南諸島開拓使 兼 管捕鯨事)"로 임명하고 아래과 같이 전교했다. 여기서 동남제도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유는 울릉도(옛 우산국)가 ① 울릉도, ② 죽서도(죽도·울릉도 바로 옆의 작은 바위섬) 및 ③ 우산도(독도)의 3도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김옥균은 울릉도로 주민 이주 등 개척 사업은 열심히 수행했으나 고래잡이까지 신경을 쓰지는 못한 것 같다.

"개척사(開拓使) 김옥균(金玉均)은 고래잡이하는 일을 개척하는 외에 해안의 각 고을들에 대하여 모든 것을 살펴보고 무릇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이로운 것과 그 폐단을 수습 처리하는데 관계되는 일들을 수시로 장문(狀聞)하라." 하였다.

이후 1890년 합작회사 형태로 일본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포경을 시작했고, 1894년 러시아의 태평양 포경주식회사에 독점 포경권을 허용했고, 러일 전쟁 이후에 일본의 동양포경주식회사가 고래잡이를 독점했다. 러시아의 기록은 제대로 남아있지 않지만, 꼼꼼한 일본의 기록을 보면 1911-1944년 간 총 6,249마리의 고래를 잡았는데 이 중 참고래(Fin whale, Balaenoptera physalus)가 4,978마리, 귀신고래(Gray whale, Eschrichtius robustus)가 1,118마리, 긴수염고래가 1마리였다(박구병, 1987).

박구병. (1987). 한반도연해포경사, 태화출판사.

이후 1946년부터 1985년까지 대한민국의 포경이 이루어졌는데 기록이 남아있는 1958-1985년의 통계를 보면 총 15,590마리의 고래를 잡았고 이 중 참고래가 921마리, 밍크고래가 14,587마리였다(박구병, 1987).
이상의 자료들을 대략 정리하면 19세기에 미국 포경선들이 동해의 긴수염고래 씨를 말렸고, 뒤이어 일본이 귀신고래를 절멸시겼고 우리가 그나마 남아있던 참고래도 거의 다 잡아내었고, 현재 수염고래는 가장 소형인 밍크고래(Minke whale, Balaenoptera acutorostrata)만 동해를 지키고 있다.

밍크고래는 쓸쓸할까? 다른 고래들은 언제 돌아올까?

미국 포경선들이 5월에 고래를 발견한 기록(붉은점이 긴수염고래) 

위의 그림은 다음 논문에서 발췌했다.

Smith, T.D., Reeves, R.R., Josephson, E.A., Lund, J.N., 2012. Spatial and seasonal distribution of American whaling and whales in the age of sail. PLoS One 7, e3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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