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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08 세상살이

TOEIC Vs. TEPS

sealover 2008. 8. 8. 10:49

40대의 보통 한국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중학교 입학하면서 영어를 처음 접한 뒤에 수십년을 영어를 어느 정도는 계속 접하면서 살아왔다.

물론 언어로서의 영어 능력 함양보다는 시험의 대상으로 출제자의 의도와 오답 찾아내기 (나는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걸러내는 방법이 최후의 찍기 등을 위한 시험 잘 치는 방법이라 믿고 시험에 임해 왔다. ㅋㅋ)에 집중하면서 10수년을 보냈고, 이후 언어로 영어를 대하느라 다시 낑낑거리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영어능력 검정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먼저 TOEIC을 두번 치렀는데 처음 칠땐 문법 문제가 약간씩 아른거리면서 출제자가 파 놓은 함정에 잘도 빠져 들었다. 두번째는 다시 한번 기초 문법을 훑어보고 치른터라 그런 오류는 피했지만 듣기 문제에서 깜빡 깜빡 놓치는게 많이 생겨서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는 못했다.

목표 점수를 정하고 TOEIC 시험을 몇 번 더 칠려다가 현재 나의 목표를 위해서는 TEPS 검정결과가 더 필요했기에 5월 초순에 TEPS를 한번 치렀다. 한국에서 수십년을 오답 찾기를 전공하면서 인생을 살아온 터라 시험이 뭐 다 그렇고 그렇지 하는 생각으로 갔다가 무척 당황했다. 시험문제가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풀기 어려운 구조 즉, 상황에 맞추어서 "찍기"가 어렵게 되어 있었다. 

듣기는 알아듣기 어려운 단 한 단어를 중간에 넣어서 그부분이 이해 안되면 답을 추측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고 문법/어휘/독해는 무엇보다고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했다. 집에 와서 계산해 보니까 문법은 1문제/30초, 어휘는 1문제/18초, 독해는 1문제/67.5초가 할당되어 있었다 (ㅋ 이건 사실 시험 치기 전에 분석하고 갔어야 했는데....).

그리고... TOEIC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모르는 단어가 좀 많았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일로 외국도 가끔 가봤고 이공계 전공이라 남들이 잘 모르는 과학관련 단어는 좀 아는 편이고 신문기사도 가끔 보는 편이라 TOEIC을 치르면서 의미가 잘 생각 안나는 단어는 있어도 생전 처음보는 단어는 잘 없었는데 TEPS는 왜 모르는 단어가 그리 많던지.....

매월 시험을 치면서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야 했기에 부랴 부랴 인터넷 뒤져서 TEPS에 출제되었던 알려진 최상의 D/B에서 뽑아 올린 최다 빈출(이게 중요합니다) 어휘를 정리했다는 단어 암기 책을 사서 마누라의 별일도 다 있다는 시선을 뒤통수로 느끼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근데 책을 자꾸 보면서 영 개운하지가 않다. 어릴적 실력 배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을 등급화하고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렀던 시험의 냄새가 자꾸만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책에서 언급했듯이 여기 나온 단어가 빈출 어휘라면 더욱 그렇다.

단어책에 digress라는 말이 나왔길래 뜻은 추측이 되지만 처음 보는 단어라 과연 이런 단어가 일상 생활에서 얼마나 쓰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구글에서 검색했더니 5,190,000개의 페이지에서 검색이 되었다고 하며 그나마 최상위 페이지는 웹스터 사전이고 첫 페이지는 죄다 사전이다. 비교를 위해서 비교적 쉽고 많이 쓰이는 단어라 생각되는 reasonable을 검색하니까 160,000,000페이지에서 검색이 되고,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awkward를 검색하니 27,100,000페이지에서, 다소 과학적 냄새가 나는 camouflage는 20,300,000페이지에서 검색이 되었다.

비단 이 단어뿐만 아니라 여러 빈출 어휘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런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치는게 과연 얼마나 실력함양에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가 일어서 TEPS 홈페이지에 갔더니 "TEPS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살아 있는 영어 실력, 즉 의사소통 능력을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해 주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EPS는 진정한 실력자와 비실력자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시험으로서 변별력에 있어서 본인의 정확한 실력 파악에 실제적인 도움이 됩니다. 또한 TEPS 성적표는 수험생의 영어 능력을 영역별로 세분화한 평가를 해주기 때문에 수험자의어느 부분이 탁월한지 잘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영어공부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합니다."라고 선전을 하고 있는데, 최소한 밑줄친 부분에 있어서는 이 시험은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다고 동의한다.

개인적으로는 만일 실력 배양도 할겸 영어 시험을 치른다면 좀 높은 점수를 목표로 정하고 TOEIC을 치를 것을 권한다. TOEIC의 표현은 살면서 써 먹을데도 많고 실력함양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점수가 목표가 되어서 요령만 익히는 것은 실력 배양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실제로 TOEIC은 찍기가 가능한 시험이라서 (내가 쳐봐도 그랬다), 실력 없이 요령만으로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은 사람이 많았고 점수 불신의 원인이 되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실력이 함양된 후에 좀 더 잘난체 하는 기관에서 요구하는 잘난체 하기 위한 목표가 있다면 TEPS를 칠 것을 권한다. 영어 능력 검정을 목표로 처음부터 TEPS를 치르는 것은 좀 더 어렵고 고단하게 출발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시작은 흥미를 느낄수 있는 쉬운 것이 좋다.

앞에서 장황하게 썼지만 요점만 말하면 진정한 실력 어쩌구는 그냥 시험 주최측에서 하는 소리고 TEPS는 한국인들의 "찍기 실력" 무력화에 초점을 맞춘 시험이다.

그래서 당황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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