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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독후감]파티는 끝났다 (The party is over, 2003/2006)

sealover 2012. 4. 16. 04:04

2011년 12월 이후 휘발유 판매가가 하루도 빠짐없이 오른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책을 펼쳤다. '석유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인데, 석유가 고갈되는건 당연한 일이고 내가 살아가는 그 짧은 동안 석유가 없어지랴? 하는 생각에 그다지 관심을 안 가지던 종류의 주제였다.

근데 책의 첫 장을 읽으면서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석유 고갈에 대한 증거와 아껴쓰라는 경고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지구 생태계와 그 안에서의 에너지 흐름, 문명의 번성과 붕괴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하고 있다. 그 후에 석유가 얼마나 낭비되었고, 고갈되고 있는지 자료를 제시하고 아껴쓰자는 말을 하고 있다.

생태계를 에너지의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극상에 이른 생태계는 아주 많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에너지의 흐름이 원활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 에너지가 낭비, 폐기되는 양이 많다. 안정된 생태계에 가해지는 홍수, 산불 같은 高에너지 사태에서는 급작스런 에너지 유입과 더불어 급작스런 방출과 폐기도 같이 일어난다. 물론 인간은 만성적인 에너지 충격을 생태계에 가하고 있다.

생태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구라는 닫힌 계, closed system에서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면 안되는데 대한 배경 지식을 주기 위해서이다. 다음으로 인간이 어떻게 에너지를 추가로 얻으면서 문명을 발전시키고 이끌어왔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윌리엄 캐턴, William Catton이 그의 저서 오버슈트, Overshoot (1980)에서 설명한 다섯가지 전략, 즉, 인수, 도구 사용, 전문화, 범위확대, 화석연료 이용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조지프 테인터, Joseph Tainter의 문명의 붕괴, 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ies (1988)를 설명하면서 사회를 생태학적, 생물학적 존재로 설명한다. 복잡성의 증가는 추가 에너지 획득 같은 문제 해결에 효울적이지만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비용대비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에너지 확보 실패로 결국 붕괴하게 된다.

이 설명에 사족을 덧붙이면 진화적 적응이 떠 오른다. 특정한 먹이와 환경에 맞춰 진화한 종들은 사소한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류도 석유 의존도 때문에 커다란 붕괴를 경험하고 나면, 다시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이룩하고 일어나지 않을까? 물론 멸종해 버리는 종도 있게 마련이지만...

본문에서는 1949년 석유 시대 종말을 예언한 허버트, Marrion King Hubbert와 그의 후계자들에 의한 언제 석유가 고갈될지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석유생산 정점은 이미 지난 것 같고, 대체에너지 개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아껴쓰고, 새로운 동력원으로 변화를 모색하자고 한다.

저자는 석유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 그 자체의 몰락으로 물가가 천정 부지로 치솟고 경제적 혼란이 오면, 우파는 외국인, 테러리스트, 좌파에게 그리고 좌파는 이기적인 부자와 기업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겠지만 정치인들은 뽀족한 해법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운동이 중요함을 여러번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기 떠오르는건 공유지의 비극이다. 국가가 기본이 되어있는 현 체제에서 에너지를 아끼는데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쓸 에너지 확보에 투자할 것인가? 우리는 대부분이 후자를 합당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너지 안보외교"라는 말로 대한민국도 여기에 전념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물론 성과는 거의 전무해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석유산업 문명은 생태계의 천이 과정으로 보나, 문명의 붕괴로 보나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개인으로 그런 사실을 느끼고 살아간다면 몰락의 순간에도 나는 크게 당황하지 않을것 같은데, 잘 모르는 대다수들에게 누가, 무엇을 해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 참으로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평소 궁금했던 자료들을 찾아 보았다. 걸핏하면 전기 낭비의 주범으로 국민들을 몰아세우던 정부가 2011년 9월 15일 전력 대란 이후로 아주 노골적으로 국민들을 비난하다가 급기야 2012년 1월 31일자 지식경제부는 "<기습 한파에 대비, 전력수급 안정에 최선>"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는데, 요점은 국민들이 전기를 아끼라는 이야기 뿐이다.

이 보도자료 중 뉴스 보도에 거의 빠짐없이 인용된 자료는 "1인당 전력소비량(한국=100) : 일본 85, 영국 60, 프랑스 83, OECD 평균 87"이다. 이 자료를 본 국민들은 모두가 전기를 아껴쓸 생각을 했을텐데... 씁쓸하다. 아마 나랑 비슷한 생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인데, "<전기값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라는 글과 그글의 링크들을 보면 가정용 전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의 14%이고 산업용이 50%인데 가정용 전기의 일인당 사용량은 일본과 프랑스의 절반 이하, 미국의 1/5이다. 에효... 정작 원인은 제쳐두고 남 탓을 하는 대표적이나 사례다.

가정용 전기는 1인당 소득 대비로 산업용 전기는 생산량 대비로 사용량 비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만일 여기서도 에너지 효율이 낮다면 가정이나 산업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테고, 그렇게 비교해도 효율은 높은데 전기가 모자란다면 정부의 에너지 대책 자체가 잘못된거다.

여하튼 아껴쓰자는 말은 좋기는 한데, 대한민국 지식경제부의 방법은 좀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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