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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독후감]화폐전쟁 (Currency Wars, 2007/2008)

sealover 2012. 5. 7. 09:41

몇해 전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책인데, 이 세계를 소수의 그룹이 움직인다는 음모론이라고 해서 그러려니 하다가 우연히 읽게 되었다. 언제나 음모론을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가 흥미를 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미국 달러의 속성이다. 언젠가 미국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은 달러 인쇄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천문학적인 부채를 이야기 하는거라 생각하고 피식 웃은 적이 있는데 내막을 알고 나니 좀 당황스럽다. 


화폐를 발행하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Federal Reserve Bank, FRB)이 민간 은행이고,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담보로 FRB가 달러를 찍어낸다. 따라서 미국정부 실상은 미국 국민들이 화폐유통을 위해서 FRB에 국채 이자를 지불한다는 사실이다. FRB의 주요 주주가 시티그룹, JP모건, 체이스 은행 등이라는데 (자세한 주주 구성은 안 알려짐), 누가 주주이든간에 민간 기관이라면 FRB가 누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건지는 쉽게 상상이 된다.    


평소 화폐유통량이 늘어나면서, 즉 경제의 규모를 키우면서 파이가 커지고 이를 잘 배분하면 나라도 개인도 발전(?), 부유해진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뭔가 찜찜하다. 저자가 금본위제 아래에서 인플레이션 내지는 화폐구매력 감소없이 성장을 이룬 과거 사례들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럽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화폐가 발행되고 있는지 궁금한데, 지식이 없다보니 검색도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와 IBRD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도 FRB와 유사한 민간 기구, 정확히는 사설은행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예전엔 이들이 원조기구인건 맞는데 미국의 이익을 많이 대변하다 보니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행위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FRB를 만들면서 각 주별 준비은행을 만들고 그 연합체가 FRB인 것 처럼 포장을 했는데,  IMF와 IBRD도 동일한 눈속임을 사용했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지금 찾아보니 두 은행 모두 회원이 187 개국이라는데, 외환위기 당시 IMF에서 빌린 돈 (구제금융)의 이율이 10%가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웹을 찾아도 그 자료는 거의 보기 힘들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음은 금본위제인데, 이것도 막연히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미국이 이를 폐지했기에 무제한의 달러 인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퍽 답답하다. 좁은 공간에 달러를 계속 풀면 결국엔 수용 한계를 벗어나서 "펑"하고 터져버릴것만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금/은 본위제가 정답이라는 주장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두 금속은 문명의 거의 초창기부터 가치의 척도로 사용되어 왔지만 그 사실이 미래에까지 계속 이들의 영향력을 보증하고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인류의 문명 창조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창조의 중단은 종의 절멸을 암시한다.      


다음은 인플레이션이다. 석유 대금 지급 수단으로 달러를 사용하고 (그 과정에 음모론이 있었던 어쨓든 간에...), 석유 가격과 유통량이 증가한다는 사실 하나와 증권시장의 팽창 (서브프라임 사태로 알게된 파생상품의 폭발...)이라는 이유때문에 늘어난 화폐 유통량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화폐구매력을 감소시키고 서민들 생활을 팍팍하게 만들게 되는데,  금리와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봉급이 점점 감소하는 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평소에도 돈을 벌고자,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심은 없었지만 천문학적인 금전단위만 다룰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노력과 부의 성취는 무관함을 이야기하는 책을 보고나니 무심무욕이 절로 실현된다. 


생존 이상의 금전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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