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귀신고래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뭘까? 본문

고래(Whales)

귀신고래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뭘까?

sealover 2012. 6. 19. 08:25

귀신고래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일까? 어떤 의미를 가지나?

 

귀신고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자들이 가끔 던지는 질문입니다.

 

먼저 "귀신고래가 미역을 먹었다?"을 보면 앤드류스라는 사람이 한국계 귀신고래 (Korean Gray Whale)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이란 말이 붙어있는 생물 이름이 많지 않은 터라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어떤 고래가 그려져 있나?"를 보면, 반구대 암각화에도 귀신고래로 추정되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정보"에서 "귀신고래"로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 목 천연기념물 제126호
명 칭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 (蔚山 귀신고래 廻遊海面)
분 류 자연유산 / 천연기념물/ 생물과학기념물/ 진귀성
수량/면적 동해안일원
지정(등록)일 1962.12.03
소 재 지 기타 전국 (강원도,경상북도,울산광역시 해안일원)
시 대  
소유자(소유단체) 강원도,경상북도,울산광역시
관리자(관리단체) 강원도,경상북도,울산광역시

 

또한 귀신고래는 원래 대서양, 동부 태평양, 서부 태평양에 서식하는 세 개의 집단이 있었는데 대서양 쪽은 멸종했고, 동부 태평양 집단은 거의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인간의 적극적인 보호로 그 수가 늘어난 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서부 태평양 집단이 우리나라에 살았던 한국계 귀신고래입니다.

 

태평양 동부와 서부의 귀신고래는 서로 만나지 않는 다른 집단이며, 한국계 귀신고래는 사할린에 100여 마리가 살아있다고 보편적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귀신고래는 유영속도가 느리고, 연안에 바짝 붙어서 다니고, 회유하는 시기가 무척 정확하기 때문에 원시적인 기술로도 잡기가 쉬워서, 구 한말과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많이 잡아서 거의 씨를 말렸다는 사실도 우리네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입니다.

 

울산 MBC에서는 2004년 11월 귀신고래에 대한 2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울산 MBC는 "고래세상 (http://www.whalelove.com/)"이라는 웹싸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담당자였던 이영훈 PD는 거의 귀신고래 전도사라고 할 만 합니다.

 

꽤 오래 운영되던 페이지였는데, 2019.12.15. 접속해보니 이제는 사라졌네요.

 

이상에서 열거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이젠 사라져 가는 귀신고래를 다시 찾고, 한국계라는 이름과 환경을 살리는 게 우리가 귀신고래를 연구하는 큰 의의라고 장황하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할린에 사는 "Varvara"라는 이름의 귀신고래에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아서 연구하고 있는데 (http://mmi.oregonstate.edu/Sakhalin2011), 예상을 뒤 엎고 서부 집단이 캘리포니아로 회유를 해가서, 학자들은 이제 귀신고래가 더 이상 우리나라로는 오지 않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의 2012년 기사 「귀신처럼 멕시코로 간 '한국계 귀신고래'」 를 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귀신고래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오지 않는다면, 이젠 귀신고래 연구의 의의를 누가 물어보면 답이 궁해지는데 뭐라고 대답하나? 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습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진행하는 개그맨 얼굴도 떠올랐구요.

 

그러자 한국계 귀신고래를 라는 이름을 붙였던 앤드류스의 이름이 자꾸 머리를 맴돕니다. Roy Chapman Andrews가 전체 이름인데 영문 위키피디아에 이 사람의 이력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말 그대로 탐험가로 우리나라에서 귀신고래를 찾고, 몽골의 고비 사막에서 공룡알을 찾고, 항상 미지의 세계를 찾아다닌 사람으로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로 유명합니다.

 

한국계 귀신고래를 세상에 알린 앤드류스는 귀신고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가 미지의 세계를 찾아다녔듯이, 그가 알린 귀신고래를 매개로 우리는 또 하나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계속 찾아다니는 건 아닐까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사할린에 모여서 귀신고래에 대한 기초 연구를 했고, 그걸 바탕으로 2010년부터 미국의 오레곤 주립대학에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서 이동 경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위성추적 연구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결과는 우리가 귀신고래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으며, 계속해서 자료가 쌓이고 귀신고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새로운 의문은 계속해서 생겨나면서, 더 많은 연구를 우리에게 요청하겠죠?

 

이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열망. 이게 귀신고래가 그리고 앤드류스가 우리에게 안겨준 큰 선물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열망하는 미지의 세계는 어디에 있나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