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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2 세상살이

앙코르 와트의 사자 석상은 모두 수컷이다.

sealover 2012. 7. 22. 19:31

가족 여행으로 앙코르 와트 (Angkor Wat)를 다녀왔다. 


예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둘러보기에 만만치 않은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미뤄뒀다가 이번에 다녀왔다. 


쉬러가는 여행은 별 다른 준비가 필요치 않지만, 먼저 살다간 인간의 흔적, 문명이 남아 있는 유적지 관광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터라 자료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서 딸에게 앙크르 와트에 대한 자료 수집, 여행지에서의 일정, 식당 선택 등에 대한 모든 걸 맡기고 정리해 둔 자료만 챙겨서 여행을 떠났다.  


앙코르 와트는 유적지 사원 중 하나의 이름이다. 현재 캄보디아의 원류가 된 크메르 제국 (Khmer Empire, 802-1431)의 앙코르 왕조가 만든 유적지들을 보통 앙코르 유적군이라고 하는데, 앙코르 와트가 가장 유명하다 보니 앙코르 유적군을 지칭할 때 보통 앙코르 와트라고 한다. 


씨엠립 (Siem Reap) 주의 주도인 씨엠립을 중심으로 동 쪽에는 초기 유적인 롤루오스 유적군 (Rolus Group)이 있고 10시 방향에는 국제공항이, 북쪽으로는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Angkor Thom)이 있다. 그리고 자료를 찾아보니 씨엠립을 현지에서는 '씨엠레아프'라고 읽는다고 하는데, 현지에 가보니 그들도 외국인과는 모두 씨엠립이라고 하며 대화한다. 


여행사의 여행 일정을 참조해서 그것 보다 덜 움직이는 일정을 짰는데, 머무는 3일 동안 앙코르 와트를 네 번, 앙코르 톰을 두번 가고, 일몰이 멋지다는 프놈 바켕 (Phnom Bakheng, 시바 여신에게 봉헌된 힌두교 사원, 야소바르만왕이 889-910년에 건립)과 영화 툼레이더로 유명해진 나무 뿌리가 석조 건축물을 감싸고 있는 타 프롬 (Ta Prohm)을 다녀오고 오가는 길에 사원 몇 개를 더 봤다.


앙코르 와트를 네 번 간 이유는 다소 엉뚱하다. 첫 날은 청소를 이유로 3층 입장이 되지 않아서 언제 쉬는지 이유가 궁금해서 이리 저리 알아보니 음력 1일과 15일은 불교행사 때문에 일반인들 출입이 안된다고 한다. 다음날 일출도 보고 할 겸해서 새벽부터 갔더니 8시부터 입장이 된다고 해서 또 무산되고, 세 번째에 드디어 둘러 보고, 네 번째는 마지막 날 천천히 쉬기도 할 겸해서 들러서 구경했다. 


여러번 들르다 보니까 알게 된 엉뚱한 사실은 출입문 입구에 놓여진 사자 석상이 모두 수컷이라는 점이다. ㅋ. 


앙코르 와트를 여러번 보다 보니까, 역시 왕코르 와트가 가장 아름답고 다른 유적군들은뭔가 좀 모자라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적들의 부조가 점점 깊어지지만 그에 비례해서 더 정교하거나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앙코르 건축물들은 모두 돌을 쌓은 뒤에 깍아서 만들었다. 돌을 쌓을 때는 마주하는 돌들을 서로 갈아서 계속 쌓았기 때문에 이음새는 거의 빈틈이 없다. 이걸 생각하고 부조를 보면 한번 실패하면 다시 새길 수도 없었을텐데 조각하는 사람들 작업 스트레스가 대단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날, 앙코르 와트의 한적한 곳에서 쉬고 있는데 원숭이가 한 마리 다가와서 집사람이 먹고 있는 감자칩을 물끄러미 바라봐서 줬더니 잘 받아 먹는다. 다들 즐거워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가방을 낚아채서 열려고 한다. 놀래서 집사람이 가방을 잡아 당기니 화를 내며 소리치고 이빨을 드러내며 집사람 손을 할퀴려고 한다. 


갑자기 아수라장이 됐다. 집사람은 일어나서 도망가고, 애가 가방을 집어 오고, 나도 건너편에서 사진 찍다가 일어나서 이리저리 손 짓을 해도 도무지 물러나지 않아서, 신발을 신고 다가서서 발로 차는 시늉을 하니 그제서야 아쉬운 듯 물러나서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후로 집사람은 몽키증후군(?)에 시달린다. ㅋㅋ        


단순히 쉬러가는게 아니라 애들이 뭔가를 느꼈으면 해서, 유적도 유적이지만 갈 때 애들이 입던 옷과 운동화 한 켤레를 챙겨서 갔다. 호텔에 물었더니 고아원을 방문해서 전달할 수 있다고 해서, 차를 대절한 기사에게 이야기해서 고아원에 들러서 전달해 주고 왔다. 막상 고아원에 들러서 애들을 보니, 아들이 입던 옷은 좀 많이 헤어진 것 같아서, 딸 애가 입던 옷은 커서 입을 만한 애가 없는것 같아서 맘이 좀 편치 않다.


물론 집에서부터 옷을 챙겨서 가지고 갔지만, 너무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 아닐까? 내가 과연 잘 한걸까? 하는 생각도 자꾸 들고 해서 괜시리 찜찜했다. 


그래서 처음엔 이곳 사람들이 사는 수상가옥을 방문할려고 했는데,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애를 안고 구걸하는 사람들의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안 쓰러워 유적지만 둘러보고 왔다.


앙코르 왕조는 대단한 유적을 만들었지만 만든 시기가 11 - 13세기로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에 해당하는지라, 그 당시 문명 사회라면 이 정도의 기술력은 있었겠지만 고려라면 이 정도의 인력 동원은 불가능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왕조의 창시자들, 즉 상층부를 형성한 귀족 계급은 인도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여기서 터를 잡고 밀림에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가다가 갑자기 생긴 제국의 발 아래서 살게 된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캄보디아의 정식 국가 체제는 왕국이라서 왕이 있는데 2004년 10월 24일 갑작스런 노로돔 시아누크 (Norodom Sihanouk) 국왕의 퇴위로, 노로돔 시하모니 (Norodom Sihamoni) 국왕이 왕위 선발 위원회에 의해 선택되었다. 은퇴한 국왕은 북경에서 머물고 현 국왕은 발레리노로 파리에서 살다가 왕이 된 현재 55세의 미혼이다.

     

앙코르 유적에 대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자긍심이 대단하지만, 엄청난 동족 상잔을 겪었고, 관용여권은 비자 발급비가 면제되냐고 이메일로 물었더니, 내야한다고 답장이 와서 입국수속하러 갔더니 면제라고 해서 황당했던 기억, 팁을 달라는 출입국 공무원을 보면 맘이 착찹하다. 


유적지 3일 입장료가 40불이라서 내가 160불을 냈는데, 정부는 이 돈을 다 어디에 쓰고있나?하는 생각도 계속 든다. 자긍심도 중요하지만 아직 뭔가가 더 필요한 나라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은 좋았다. 뜻밖에 오가는 노선 모두 비지니스로 승급을 받아서 유쾌했고, 태풍으로 한국 날씨가 안 좋을 때 살짝 떠나 있어서 그것도 미안하면서 기분 좋았다. 


캄보디아 사람들도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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