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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풀하우스 (Full House, 1996/2002)

sealover 2012. 8. 19. 12:05

저자는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이고 번역자는 이명희다. 영어 부제는 "The Spread of Excellence from Plato to Darwin"인데, 번역서 부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이다. 원래 쉽게 잘 쓰여진 책이라고 하는데, 번역도 좋다.


굴드의 부제는 진화에 따른 생물의 우수성이 플라톤의 철학에서 말하는 하나의 이상향 (Idea),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따른 진보가 아니라, 한 방향으로 향할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무작위적인 과정에 따른 우연한 결과라는 의미에서 쓰여졌다. 


번역자 이명희의 부제는 그러한 굴드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종합해서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쓰여졌다. 번역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도킨스의 책에 적대적으로 가끔 등장하시는 분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어서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도킨스의 이야기에도 공감하지만 이 분의 이야기가 보다 더 근본적인 면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자료를 다루면서 정규분포 이외의 분포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내가 가진 자료가 정규분포가 아니라면 바꾸어서 자료를 해석했고, 산술 평균 (mean), 중간값 (median), 최빈값 (mode)이 차이가 나면 (그런 경우도 잘 없었지만), 이상값 (outlier)을 찾아내서 제거한 뒤에 비슷하게 값을 맞춰서 사용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왜곡된 분포 (Skewed distribution)를 언제 어떻게 읽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구상의 생물은 35억년 전 박테리아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서 현재는 인간 (Homo sapiens)라는 다소 이해하기 곤란한 생물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종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라는 정점을 향한 진보의 과정이 아니라 한쪽 벽이 막힌 왜곡된 분포에서 나타날수 밖에 없는 결과라고 굴드는 이야기 한다.


진보의 예로 자주 등장하는 복잡성이나 크기의 증가가 진화의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라는 사실을, 크기에 대해서는 유공충과 조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복잡성에 대해서는 척추동물 추골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4할 타자라든가 인간이라는 하나의 예를 가지고 전체를 해석하면 오류에 빠질 수 있으며, 야구경기 전반, 지구 전체라는 알고자 하는 대상 전체 (Full House)를 보는 시각을 기르면, 지구 생물 탄생 이후 35억년의 역사에서 박테리아는 자연선택을 통해 목적 있는 진보가 아닌 적응, 자연선택을 통해서 가장 다양한 종들로 구성되어 있고 생체량도 가장 큰 무리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지구의 역사는 진화지 진보가 아니다.


굴드는 에필로그에서 문화는 진보가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적응을 통한 진화를 주장하는 도킨스에게 어느 정도 여지를 주고자 했을까? 


마지막으로 굴드가 여기서 말의 진화를 크기의 증가라는 목적성을 가진 진보의 적절한 예가 될수 없다고 이야기 한 것이, 왜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말의 진화를 삭제하는 교과서 개정 추진으로 이어졌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개정을 보더라도, 진화가 1859년 이후 가장 다양한 분야의 개그 소재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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