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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인간에 대한 오해 (The mismeasure of man, 1981/2003) 본문

책을 읽자!

[독후감]인간에 대한 오해 (The mismeasure of man, 1981/2003)

sealover 2012. 9. 17. 16:47

Stephen Jay Gould가 1981년에 쓴 책이다. 원 제목의 뜻을 전달하고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이라는 부제를 달아 놓았다. 나도 아무리 봐도 뭐가 좋은 한글 제목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책의 중심 줄거리는 진화론이 나타나고 나서, 진화를 목적성이 있는 진보의 개념으로 간주하고 인간을 진보의 정점에 두면서, 인간 집단을 다시 여러 인종으로 나누어서 인종간 서열화를 추구하면서 여러 학자들이 행했던 잘못된 인간성 내지는 인간의 우수성에 대한 측정 (Measure)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면서 오류를 밝히고 있다.


앞에서 부터 주욱 읽어나가면 시간이 지나가면서 인간성에 대한 척도를 시대별로 무엇을 사용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과학자이자 의사인 사무엘 조지 모턴 (Samuel George Morton)은 머리가 크면 우수하다는 전제 아래 수 없이 많은 두개골을 모아서 용량을 측정하고 백인이 흑인보다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굴드는 모턴의 자료를 다시 계산해서 결론 유도에 편견과 오류가 있음을 밝히는데, 자기 자료를 남긴 모턴도 대단하고, 원자료를 다시 파헤친 굴드도 대단하다. 그 시대보다 엄격한 객관성을 요구하는 요즘에도 논문을 읽으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다시 계산해 보려면 자료가 모호한 경우가 많은걸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다음은 폴 브로카 (Paul Broca)의 두개계측 (頭蓋計惻, craniometry)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모턴이 제시하는 용량이라는 숫자 하나로는 폼이 안나니까 턱이 튀어나온 비율, 후두공의 위치 등등 상대적 수치, 지수를 만들어서 다시 우열을 가리고자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체사레 롬브로소 (C. Lombroso)는 범위를 확장해서 신체 여기저기를 측정하고 팔길이의 비율 등으로 범죄자를 가려내고 원숭이와 유사성을 찾는 등 인간서열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대미를 IQ가 장식한다.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가 교육성취도가 낮은 아이를 찾아내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척도를 미국의 터먼이 스탠포드-비네라는 방식으로 변형해서 모든 아이들을 서열화하는 도구로 변질시킨다.


그리고 이 척도는 여크스가 육균지능테스트에 사용하게 되면서 광범위하게 수집한 자료 덕분에 과학의 껍질을 둘러쓰고 퍼져나가게 된다. 기업체 경영자나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누가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솔깃한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IQ 측정 자료들이 과학이 되는 길은 영국의 시릴 버트가 닦는다. 그는 말년에 자료 조작으로 더 유명해지는데, 여러 종류의 지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요인 분석으로 그들의 상관 관계를 구해서 모든 테스트에 공통된 인자, 자신들이 g라고 말하는 요인을 찾아서 이를 유전되는 일반 지능으로 간주했다. 후에 서스턴은 버트의 자료를 다시 분석해서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가지 요인이 지능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의 핵심은 먼저 지능이라는 실체가 있고, 두 번째 그것은 유전에 의해서 자손에게 전달이 되고, 끝으로 측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인종별 차이까지 논의를 하신다. 쩝....
 
굴드가 이야기하는 요점은 먼저 인종간 차이라는 이야기에서 인종을 구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범주화의 오류다. 학교 다닐 때 수학책에 처음 나오는 주제가 집합이었는데, 이게 제대로 안된거다. 범위가 명확해야 비교가 가능한데 흑인이라고 딱 하나로 묶어버리는 것 자체가 오류다. 
 
그 다음은 지능을 유전되는 실체로 여겼다는 사실이다. 사실 머리 크면 머리 좋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수긍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지능을 구성하는 생물학적 요인이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는 쉽지가 않다. 원소 주기율표를 보면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원소의 존재를 예측하고 발견하는 일처럼, 지능도 정말 그런 식의 실체가 발견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의 과학적 성과로는 좀 어려워 보이고 최소한 현재의 지능 테스트는 아니다.
 
따라서, 그게 무엇이든지간에 현 상태에서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정신적 능력이 생물학적인 실체이고 그것이 유전된다는 이야기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최소한 생물학적 증거를 쉽게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끝으로 굴드가 계속 강조하는 사항은 앞서 말한 연구자들이 자료를 다루는 방법과 편견에 의한 고의 또는 무의식적인 자료의 왜곡이다.
 
흔히 지나온 연구성과들을 보면서 (서론), 무엇을 밝히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연구목적), 연구를 위해서 어떤 자료를 모을지를 결정하고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연구 재료 및 방법), 세상을 향해서 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연구 결과 및 고찰).
 
이런 과정들을 자꾸 거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왜?"라는 의문이 점점 사라지고 "그냥"한다. 굴드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자료를 모으고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시 해본다. 연구자라면 본 받아야 할 부분이다.


굴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의문"과 "열정"을 본받자.  


그리고 그는 항상 실재하는 자료 또는 증거를 면밀히 살필 것을 이야기 한다. 도킨스와 부딪힐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굴드의 관점에서 도킨스의 이야기는 상상 놀이로 보일 수 있었으리라...     
 
마지막으로 그의 책에 나오는 다윈의 말이다. 백번 읽자!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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