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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Whales)

[캐나다] 밴쿠버 섬 남쪽에 사는 범고래들...

sealover 2013. 2. 22. 07:30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찍은 놀랍도록 멋진 범고래 사진들을 보면서 저건 연구자들이나 시진을 찍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연구자들보다 특별하거나 뛰어나다기 보다는 환경이 고래를 보기가 쉽고, 고래들이 포즈를 잘 취해 주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 거라고 생각해왔다. "우리나라는 왜 저렇게 못합니까?"류의 질문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게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그렇게 지내오다가. 그 사진들의 범고래들이 찍힌 본 고장에 와 있으니, 내가 한 말에 대해서 나 조차도 "사실일까?하는 호기심에 궁금해지던 차에 연구를 위한 조사선에 동승해서 범고래들을 보러 갈 기회가 생겼다. 


이들은 연구 목적 때문에 가능한 오랜 시간 범고래들을 따라다니며 관찰한다. 첫번째 조사 목적은 사진을 통한 개체 식별이다.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각 개체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의 사진을 찍어서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사람 얼굴 사진을 찍어서 누구인지 찾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사람 얼굴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거의 동일한 갯수의 눈, 코, 입이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조금씩 다른 위치나 크기 비율 때문에 구분이 가능하다. 물론 얼굴에 큰 상처가 있거나 해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으면 더 쉽게 구분이 된다.  


이렇게 사진으로 사람을 구별할 경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20년전의 사진과 현재 사진을 놓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라면 무척 힘들다. 하지만 매년 찍은 사진을 20장을 놓고 개인별로 20장씩 찾아서 구분하라면 중간 중간에 자라면서 약간씩 변화가 있겠지만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범고래의 사진식별 조사도 위에서 설명한 것과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 다만 얼굴 대신에 등지러미의 크기와 모양 및 등 부위의 무늬를 얼굴 대신 식별 근거로 사용한다. 사람은 얼굴이 가장 눈에 띄지만 물 속에 살면서 가끔씩 수면으로 떠오르는 고래의 경우 등지느러미가 가장 눈에 띄는 부위이다.  


아래 싸이트에 접속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범고래의 사진식별 조사를 위한 목록 (Catalogue)을 볼 수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은 1970년대부터 40여년을 조사했기 때문에 그림처럼 가계도 또는 족보까지 작성되어 있고, 누가 몇 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도 가능하다.  


http://www.pac.dfo-mpo.gc.ca/science/species-especes/cetacean-cetaces/projects-projets-eng.htm#reskw


이렇게 이들을 사진으로 장기간 추적 조사하면서, 현재 몇 마리나 있고 최근에, 출산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수명은 어떤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 등을 연구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어린 새끼들이 장난치며 노는 모습도 관찰하고, 배설을 하면 배설물도 수거하고 (배설물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연어를 먹다가 흘리는 비늘이나 살 덩어리도 수거하면서 범고래들을 관찰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하는 연구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밴쿠버 섬과 육지 사이의 바다가 범고래들의 주 서식지라서 연구 지역의 수면이 잔잔한 이유도 있다. 여튼 종일 따라다니다 보니까 범고래들이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연구자들이 금새 알아차리고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예측하고 사진을 찍거나 배설물 수거 등 할 일을 미리 준비한다. 


그러다보니 나도 휴대전화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휴대전화는 카메라 반응 속도가 느려서 대략 수면 위로 떠오를 시간과 장소를 예측하고 미리 셔터를 눌렀고, 내가 사진에 크게 재주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어진 환경이 좋은 사진을 만들었다는 내 말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오랜 시간을 투자한 연구자들의 성실한 자세도 좋은 사진을 만드는데 무시할 수 없는 큰 몫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무 준비도 없이 얼떨결에 따라 나섰다가 하루 종일 추위에 벌벌 떨었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믄 머리가 얼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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