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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4 세상살이

폐품 명품 프라이탁과 스토리텔링

sealover 2014. 3. 24. 13:21

신문[각주:1]을 읽다가 “[프리미엄] 명품이 된 폐품 가방 '프라이탁'”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와서 읽었다. 내용은 본문에서 옮겨와 보면…


가방에 코를 대보니 화학약품 냄새가 풀풀 난다. 알고 보니 가방 천은 트럭 위에 씌우는 방수(防水)천을 떼 내 만들었고, ... 쓰레기를 뜯어 모아 만든 가방이다. … 가격은 50만원 전후 ... 스위스산(産)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개 가량 팔린다. … 왜 사람들은 쓰레기 가방을 수십만원이나 주고 사고, … 그 비결을 알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갔다.


엉뚱하게도 내 눈길을 끈 부분은 스위스로 출장을 갔다는 대목이다. 기사를 읽어보니 꼭 스위스에 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 혹시 뭐가 더 있나 해서 찾아봤더니 아래와 같은 기사가 하나 더 있다. 


"[Weekly BIZ] 폐선박서 뜯어낸 목재로 가구 생산... 식탁 한 개 1400만원"


네덜란드의 가구회사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라는 재활용 가구 회사 이야긴데, 이 기사로는 기자가 스위스와 더불어 네덜란드에도 갔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얼마나 생산적인 기사를 쓰길래 저 먼 곳까지 출장을 가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여튼 이 가방이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한 기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① 희소성 - 표현욕구 자극, ② 진정성 - '스토리 브랜딩'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③ 모순 - 폐품 vs 명품. 흔히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다. 그러나 프라이탁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도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④ 기능 - 패션 위의 그 무엇. ⑤ 狂팬 - 애호가만 3만명. 


여기서 나를 붙잡는 건 스토리텔링[각주:2]이다. 한 때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엄청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식으로 해석하면 그럴듯한 (이 가방의 경우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물건이든 개인 의견을 포장을 하면 사람들을 쉽게 현혹시키고 맹목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림은 프라이탁의 스토리[각주:3]>


흠… 그러니까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프라이탁 형제는 가방을 잘 팔고 있고, 이 기자는 스위스까지 출장을 갈 수 있었다. 둘 다 부럽다. 


나는 객관적 사실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이해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고 늘 그렇게 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딱 찍어서 하나의 원인으로 사람이 행동이 설명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려는 수 많은 심리학적 연구가 이루어졌고, 최근 진화 심리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적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위대한 소설가, 스토리텔러들이 묘사한 사람들의 심리가 “탁"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지 과학적 분석이 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여러가지 현상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려고는 하지만, 결국 그것은 나의 이야기 풀어나가기, 즉 스토리텔링이 자료의 객관성을 통해서 진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지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텔링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모든 말하는 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듣는 이는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듣는다. 여기서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 더 큰 맹목적 믿음, 아니 성공을 이끌어 내겠지... 


나도 스토리텔링을 잘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프라이탁이 환경을 위해 가방을 만든다는 순진한 생각만 하는 건 아니겠지? 


너의 믿음이 그들에겐 현금이다. 


끝으로 사족을 덧붙이면, 내가 가진 돈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울 때도 있고, 가족들한테는 미안할 때도 있지만, 극빈자는 절대 아니기 때문에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살려는 터이고, 타인의 금전 소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나는 저런 가방, 저 돈 주고는 '안' 내지는 '못' 산다.


  1. 조선 일보다. 이 기사를 보니 부자 회사인 건 확실하다. [본문으로]
  2. 구글링을 해보니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무엇인가? (http://culturalaspect.wordpress.com/2013/03/26/%EC%8A%A4%ED%86%A0%EB%A6%AC%ED%85%94%EB%A7%81storytelling%EC%9D%B4%EB%9E%80-%EB%AC%B4%EC%97%87%EC%9D%B8%EA%B0%80/)”라는 동일한 제목의 책을 읽고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잘 되어 있다. [본문으로]
  3. 스위스 본사 홈페이지까지 가서 퍼왔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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