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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8 세상살이

로마 시내버스 정류장 표지판 읽기

sealover 2018. 5. 18. 00:41

로마에 관광 오시는 분들 중에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내가 버스를 이용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적어둔다. 이 정류장 표지판에 정보가 의외로 많다.

처음에 버스를 이용할 때는 거의 구글 맵에서 추천하는 경로에 의존했기 때문에 정류장 정보는 맨 위에 적혀있는 정류장 이름만 관심 사항이었다. "FERMATA"는 영어로 번역하면 단순히 "Stop"이던데 "Bus Stop" 정도의 의미로 "정류장"이라는 뜻이다. 덧 붙이면 지하철도 "FERMATA"라고 쓰는데 기차 정류장은 "STAZIONE"라고 구분해서 씁니다. 그 아래가 정류장 이름인데 "CICERONE (Cavour)"라고 적혀 있는 이름이다. 버스 내부의 안내판에는 "CICERONE/Cavour"로 표시된다. 버스 내부 안내는 어떤 기사는 해주고 어떤 기사는 안해준다. 그 날의 운이다. 너무 거기에 의존하면 안된다.

그 다음 영어는 버스의 종류다. "x"는 express인데 단순히 정차하는 정류장 수가 적은 것 같다. "u"는 urban으로 시내 버스 정도이다. 여기에는 없지만 "n"도 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대략 밤 11시 정도부터 새벽 5시 대중 교통이 끊어진 시간에만 다니는 노선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버스 노선따라 정차하는 정류장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맨 위에 어느 방향으로 가는 버스의 정류장인지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고 내가 현재 서 있는 정류장은 친절하게 네모로 둘러쳐져 있다. 몇 번 자세히 보니까 모든 정류장이 다 적혀 있는 건 아니고 주요한 정류장들이 적혀 있다. 정류장 이름 옆에 지하철 역이 있는지가 붉은 또는 파란 네모 안에 "M"이라는 글자로 표시되어있다. 난 여기에 적힌 노선 정보를 무척 유용하게 활용했다.

로마 시내가 넓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전철 역까지 가는 버스 있으면 아무거나 타고 가서 갈아타면 되고, 방향만 정해서 아무 버스나 타고 가다가 정차하는 버스 많은 곳에 내려서 갈아타고 가면 된다. 어차피 버스 승차권은 모두 시간 개념(1회권은 75분)이지 횟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이 유용하다. 

그리고 왼쪽의 짙은 고동색 칸의 아래에 번호가 적혀있는데 이건 버스 정류장 고유 번호다. 로마 대중교통 관할하는 atac 싸이트(http://www.atac.roma.it/index.asp?lingua=ENG)에서 정류장 번호를 넣고 언제 어떤 버스가 오는지 조회할 수 있는데 엄청 불편하다. 구글 맵이 진리다.

처음에 로마 대중 교통 관련 앱을 엄청나게 찾아봤는데 제대로 된게 없어서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나?라고 신기하게 생각하고 약간 짜증스러워 했는데 버스 정류장에 대한 약간의 지식에 구글 맵의 정보를 더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구글 맵에서 원하는 정류장을 클릭하면 거기에 정차하는 버스 번호랑 시간이 다 뜬다. 그러면 거기에 뜬 번호가 내가 서 있는 정류장에 있나 보고 그 번호 버스가 오면 타고 가면 된다. 당연히 내가 서 있는 정류장에 원하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도 알 수 있다.

atac에 가면 버스 노선별 지도가 있지만 느리고, 불편하고, 제공하는 지도 해상도도 낮을뿐만 아니라 어차피 거의 모든 노선이 중복 구간이 많고 노선이 길지 않아서 "정류장 정보(이건 개인이 경험과 노력으로 알아내야 하는 내용)+구글 맵"이 로마 시내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도 당황하지 말자. 한 정거장이 거의 예외없이 몇 백미터의 거리이다. 한 정거장 정도는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버스를 타고 노심초사하지 말고 느긋하게 타고 가자. 이리저리 살피다가 당황해서 먼저 내리는 것보다 늦게 내리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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