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봄 이야기. 잘 귀 기울이면 더 크게 들려온다. 본문

지난 세상살이/2019 세상살이

봄 이야기. 잘 귀 기울이면 더 크게 들려온다.

sealover 2019. 3. 15. 10:49

2018년 초여름. 사무실 정원 잔디의 잡초를 제거하는데 어린 소나무도 뽑아버리길래,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가지고 와서 화분에 심었다. 원래 동물이나 식물을 돌보거나 키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큰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관리하기가 귀찮아서 그렇다. 생명을 거두어서 잘 돌봐주지 못하면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소나무를 들고와서 작은 화분에 심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물만 잘 주면 큰 탈 없이 자랄거라고 이야기해서 그러려니 하고 매일 아침 물을 줬다.

그러다가 소나무만 덜렁 혼자 있으니 심심해 보여서 잔디를 좀 가져와서 주변에 같이 심었다. 좀 지나서 보니 나무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게 맘에 들지 않아서 주변의 흙을 이리저리 돋구어도 줘보고 살짝살짝 바로 세워도 봤는데 도무지 결과가 신통치 않다. 그래서 이쑤시개와 케이블 타이를 구해서 버팀목을 세워줬다. 소나무는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

우연히 (나무가 아닌 전체를 보는) 숲 전문가 분을 만날 기회가 있어 소나무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3년생이라고 하시면서 소나무는 햇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 후로는 며칠 씩 자리를 비워서 물을 못 주더라도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고 오면 마음이 편하다.     

근데 얘는 자라는지 안자라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내가 관심이 크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가끔 보면 키도 솔잎도 그대로인 것 같다. 시들지는 않으니까 잘 자라고 있으려니 생각한다. 그러다 오늘 문득 보니까 주변 잔디의 이파리가 새로 나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작은 화분에 이렇게 봄이 온다. 나도 무심하지만 소나무도 참 무심하다. 자기가 직접 봄을 알리지 않고 친구를 시켜서 이야기를 하다니... 아니 수줍게 말을 걸었는데 내가 잘 못알아 들었나? 나무의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벌써 알아들었을 이야기를 내가 못 알아 들은거겠지...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일이 무척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계속 깊이 느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