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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Whales)

"고래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서술을 하기 전에 생각할 내용

sealover 2019. 5. 12. 17:54

"고래는 멸종위기다.", "고래는 지능이 높고 똑똑하다." 등 고래에 대해서 자주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

과연, 이 말들은 사실일까? 아마 대부분의 경우 답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애매한 답이 나오는 이유는 "고래"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흔히 고래라고 하면 돌고래를 제외한 대형의 고래를 나타낼 때도 있고, 둘을 모두 포함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는 말을 하는 본인이 알고 있는 단 한 종의 고래를 이야기하면서 고래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결국 고래를 말하는 사람이 어떤 고래를 마음에 두고 이야기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일상 대화에서 말을 할 때마다 고래를 정의하기는 곤란하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고래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생물학적 기준을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통 고래라고 하면 여러 종류가 있다는 정도는 마음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를 잘 모를뿐이라고 생각한다.

생물학에서는 고래하목(Suborder Cetacea)에 속하는 약 90여 종의 생물을 뭉뚱그려서 고래라고 한다. 고래하목의 고래들은 다시 크게 수염고래(Baleen whales or mysticeti)와 이빨고래(Toothed whales or odontoceti)로 나눈다.

생물을 이렇게 체계를 가지고 나누는 일을 생물분류학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지면 기존의 분류 체계가 바뀌기도 한다. 더 관심이 있으면 "고래류 분류 체계와 종(種, Species) 목록"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영어로 된 전문적인 자료는 The World Cetacea Database(http://www.marinespecies.org/cetacea/)이 좋다.

고래라는 단어를 이렇게 생물학적 체계에 따라 정의하고 나면, 우리에게 친숙한 돌고래라는 단어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보통 모두를 뭉뚱그려서 고래라고 할 때는 고래하목 전체를 말하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고래와 돌고래를 구분할 때는 대략 몸길이 4미터를 기준으로 더 크면 고래, 작으면 돌고래라고 한다. 돌고래라는 말은 엄격한 기준을 가진 과학 용어는 아니다.

이렇게 고래라는 단어를 정의한 후에 처음 썼던 문장을 다시 되짚어 보자. "고래는 멸종위기다."는 애매한 문장은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는 90 여종의 고래 중에서 바키타(Vaquita)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가 있다."로 쓰면 의미가 명확해 진다. 지능에 관한 표현의 경우 지능이라는 말의 정의 자체도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뭔가 명확한 표현을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의 표현은 가능하다.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는 것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있다."

고래를 표현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말을 할 때도 어떤 무리 전체가 어떠하다는 표현은 대체로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런 표현은 틀릴 확률이 무척 높다. 특히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류의 표현은 거의 모두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여자 또는 남자에 적용되는 사실 서술이 과연 있을까? 없을거라는 데에 500원을 건다. 

범고래를 그린 캐나다 인디언의 전통 그림(https://pixabay.com/vectors/whale-haida-orca-symbol-fish-33817/)

<2021.3.3. 분류체계에 대한 자료 링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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