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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Whales)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사진 개체 식별 연구 - 방법과 성과

sealover 2020. 6. 4. 17:23

생물 한 개체 또는 그 생물이 속한 집단의 생태, 행동 등을 연구할 때 각각의 개체를 구분해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면 무척 다양하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철새들의 발가락에 누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고리를 달거나 인공위성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장치를 부착하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동하는 경로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연구대상이 되는 동물 개체를 식별하기 위해서 인공적인 표지를 부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상처나 특이한 무늬 때문에 인공적인 표식 없이도 쉽게 개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자연 표지(Natural Marker)라고 한다.

잘 알려진 자연 표지로는 범고래나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모양이나 상처 등으로 생긴 흔적, 얼룩말과 물범의 뺨이나 몸통에 나타나는 무늬, 혹등고래 꼬리지느러미 아래쪽의 무늬 등이 있다.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자연 표지 중 하나이다. 바다에서 돌고래를 발견하면 등지느러미의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은 시간, 장소, 행동 등을 기록,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각 개체들의 과거 자료와 비교하면서 생활사, 행동, 생태 등에 대한 분석, 연구를 한다. 사진을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진 식별(Photo-Identification) 조사”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사진 식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돌고래들을 관찰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각 개체들을 구분해 놓은 데이터베이스, 즉 개체 식별 카탈로그의 정확한 작성이 가장 중요한 첫 단추가 된다. 이런 개체 식별 카탈로그는 정확하게 작성된 한 부만 있으면 충분한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

러시아 사할린의 귀신고래는 미국 해양대기청 등이 참여하는 연구팀(Joint Russia-U.S. Research Program)과 러시아 연구기관(Institute of Marine Biology (IBM), Far East Branch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 등이 참여하는 연구팀(Joint Program for the Okhotsk‐Korean Gray Whale Monitoring off the North‐East Coast of Sakhalin) 두 곳에서 따로 카탈로그를 작성하고 있다.

혹등고래의 경우 전 세계 연구자들이 독자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많은 카탈로그를 하나로 합치는 표준화 작업인 “SPLASH (Structures of Population, Levels of Abundance and Status of Humpback Whales)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범고래는 정부 연구기관인 Pacific Biological Station이 작성한 하나의 카탈로그를 여러 연구팀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오늘(2020.6.3.) “[살아남아고마워] 지느러미만 봐도 알아요···"제주해안서 돌고래 만나면 꺼내보세요”라는 기사에서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가 “Fin Book”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개체 식별 카탈로그를 공개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이 카탈로그를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다(다행히 AI가 이 일을 처리할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이런 일을 해낸 MARC의 노력과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2007년부터 이미 개체 식별 카탈로그를 작성하고 있다(남 종영. 2017.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한겨레출판.).

이번 뉴스를 통해 우리나라가 해양보호생물인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개체 식별 카탈로그를 두 부나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대한민국의 기초 연구에 대한 역량?, 위상? 등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괜히 가슴이 펴지고 뿌듯함이 느껴진다.

두 기관이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SPLASH 프로그램처럼 카탈로그를 합치거나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때가 분명히 올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 경쟁하기 보다는 많이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서로를 그리고 남방큰돌고래들을 더 잘 이해하고 모두가 행복한 제주 바다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남방큰돌고래 연구자들의 행복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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