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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21 세상살이

쓸모의 반대는? 혹시, 순수?

sealover 2021. 3. 25. 17:47

장자(莊子)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 없어 보이는 것도 그 나름의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우리 속담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서 쓸모를 가진다는 뜻도 된다. 특정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간과의 관계에서 쓸모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공간을 달리하면 쓸모가 있을 수 있다.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해 생각할 때 자주 떠오르는 게 바로 "무용지용"이다. 과학(무용)이 기술(지용)로 이어지면서 쓸모가 생기는 사례가 많다. 전자기학에 대한 수 많은 학자(패러데이, 맥스웰, 헤르츠…)들의, 재미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 쓸모없는 연구 결과들이 현대 산업 사회의 실용 기술에 끼치는(현재 진행형이다.) 영향은 엄청나다.

기술이 과학을 이끈 경우도 있다. 실용화된 기술의 개선을 추구하면서 열역학이 발전한 증기기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과학 지식이 누적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기술들이 과학에서 나오는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다보니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공공 자금 투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효용성이 밝혀진 지식과 연계되어 있는 "목적 기초 연구"의 투자 비중이 높다. 뭔가 그럴 듯 한 쓸모를 보여줘야 연구비를 준다. "순수 기초 연구"는 여전히 돈 받기 어렵다.

순수 연구에 대한 투자는 연구 프로젝트 보다는 뛰어난 연구자 개인을 지원하게 된다. 이런 투자가 상당히 많은 국가들에서도 순수 과학 연구자들의 지원 부족에 대한 불만이 높다. 우리나라는 이런 불확실성에 세금을 쓰기가 무척 어렵다. 더불어 뛰어난 연구자가 얼마나 있는지? 연구비 도둑놈은 없는지? 등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 "순수" 연구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 "쓸모"의 반대 개념은 "순수"라는 생각이 든다.

천재들의 순수한 호기심 충족을 위한 연구 결과가 이끌어낸 문명의 도약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뛴다. 그들과 같은 종(種)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천재성도 없고 순수하지도 못한 나는 그나마 가까운 미래에 당장 쓸모가 있는 소소한 연구라도 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엉뚱한(?, 절대 돈 문제는 아니다.) 벽에 부딪혀 프로젝트를 뒤로 물리고 나니 참으로 답답하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klimki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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