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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본문

지난 세상살이/2021 세상살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sealover 2021. 6. 29. 15:51

시간과 더불어 무뎌지는 감정 때문에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이런저런 부조리한 일들이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들로 변해간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견디기 힘든 게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의도적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폭력을 뒤늦게 뉘우치기도 하고, 고의로 행한 폭력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도 하지만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덜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용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나도 가해자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잊어버리고 싶지만 가끔은 너무 견디기 힘들다. 늘 경계하고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쉬지 않고 자신을 추스려야 한다. 

두 번째는 조직에 대한 위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실수든 고의든 동료에게 시간적,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안겨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혼자 넘어져서 피 흘리고 다치는 일은 충분히 위로하고 도와줄 수 있지만, 나의 실수가 타인을 해한다면 실수도 하지 않도록 늘 조심조심 행동해야 한다. 그 행위가 고의라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난 잊어버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고의 순간에는 수습을 논의하고 재발 방지를 고민해야 한다. 비난은 또 다른 폭력과 위해를 낳는다.  

마지막은 직업 윤리다. 가장 흔한 게, 대부분 도덕적 해이를 동반하는 돈 문제다.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을 보는 게 견디기 힘들다. 분노 또한 넘쳐난다. 잘못은 타인이 했는데 나를 괴롭히는 불필요한 행위가 분노라고 하지만 주체하기 힘들 때가 많다. 실수는 재발을 방지하는 반성과 학습이 이어진다면 용서한다.

또 다른 윤리 문제는 내가 속한 집단의 특징 때문에 생기는 연구 윤리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답답한 시간이 이어질 때 연구자들은 누구나 거짓 자료를 만들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대부분 실천하지 않는데 악마의 속삭임을 따르는 사람도 가끔 있다. 거짓 자료를  만들어낸 사람을 서술할 수 있는 단어가 내게는 없다. 그냥 더는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면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이 나쁜 게 아니라 들통난 거짓말이 죄악이다. 내가 모르는 거짓말은 내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거짓말은 대개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를 물귀신처럼 끌고간다. 

이제 직장 생활도 끝물이다. 여기를 떠나면 이런 일들을 안 볼 수 있을까?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고 비슷한 부조리들을 보게 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지긋지긋한 구석이 많아서 우선은 떠나고 싶다.

인간, 특히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어지고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Pixabay로부터 입수된 pasja1000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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