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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22 세상살이

와인잔에 생막걸리는 어때?

sealover 2022. 4. 18. 16:07

막걸리 유통기한 확대가 유감(?)

꽤 오래전(2013년) 외국에서 한국 막걸리를 사서 마시면 한국에서 마시던 그 맛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유통 기간이 일년이다 보니 살아있는 미생물을 제거해서 그런가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 후 한국에선 유통기한이 일주일인 막걸리를 즐겁게 마셨다. 그런데 언젠가 막걸리 열풍(?)이 불더니 다양한 맛의 막걸리가 보급되면서 덩달아 유통기한도 슬금슬금 늘어난다. 일주일이 9일이 되더니 다시 20일이 되더니 오늘 마신 막걸리는 30일이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늘어난 유통기한은 막걸리 고유의 맛 훼손 이라는 편견이 만들어진 터라 찜찜함을 떨쳐버리고자 왜 유통 기한이 늘어났는지 이것저것 뒤적여봤다.

생막걸리와 멸균막걸리의 차이

먼저 막걸리의 법률 용어는 탁주다. ⌜주세법 제5조(주류의 종류)⌟에서 발효주류의 일종으로 탁주를 지정하고, 같은 법 별표 "주류의 종류별 세부 내용"에서 성분 등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술 품질인증기준⌟ 고시에 멸균막걸리의 진균수는 음성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효모나 유산균의 존재 유무에 따라 생막걸리와 멸균막걸리를 구분한다. 이로인해 전자는 유통기한이 1주일 - 1달 이내, 후자는 1달 - 1년 이내라는 차이도 생긴다. 하지만 더 자세한, 법으로 정한 기준은 찾지 못했다.

여담 이지만 본문에 탁주가 들어간 법령이 17개, 각종 고시 등 행정 규칙이 29개다(2022년 4월). 법령은 주로 세금을 걷는 쪽이고 품질 관리 등은 행정 규칙에 정해져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 정부의 우선 순위가 잘 드러난다고나 할까?

여담 2. 규정을 이것저것 읽다보니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통주로 지정된 술은 여기저기서 예외를 많이 인정 받는다. 당장 온라인 판매도 얘들만 허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전통주는 술 업계의 마술카드 같아 보인다.

생막걸리 유통기한 확대 방법

이제 생/멸균 막걸리의 차이는 알겠지만 그래도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이 여전히 궁금하다. 그러다가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이 길어진 이유는? 이라는 글에서 답을 찾았다. 요약하면 먼저 제조과정에서 막걸리의 맛을 변하게 하는 초산균을 비롯한 잡균이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다음으로 그래도 들어가 있는 초산균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산소를 차단하고, 끝으로 발효 속도를 늦추는 원료 배합 등을 통해 발효 속도를 제어한다. 화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만만치않아 보이는데 막걸리 업계도 엄청나게 연구개발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돈이 되는 연구는 꼭 나라에서 안해도 알아서들 잘한다.

유통기한이 늘어나면서 맛의 변화도 적다

예전에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분 중에는 생막걸리 제조 일자를 따져서 3일이 지난 제품은 안 드시는 분도 계셨고, 유통 기한이 임박한 걸 좋아하는 분도 계셨는데 나도 전자를 더 선호했다. 그 당시는 제조일이 지날수록 맛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는데, 요즘 생막걸리는 확실히 출하 초기의 맛을 일정하게 오래도록 유지한다. 오래 발효되어 시큼한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안됐지만 나 같은 경우는 지금의 생막걸리가 더 좋다.

내가 막걸리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막걸리에 대해 내가 가진 기준은 명확하다.

  1. 가능한 유통 기한이 짧은 생막걸리. 나는 장에 좋으라고 막걸리를 마신다는 핑계를 대기 때문에 멸균막걸리를 거의 안 마신다. 그리고 같은 생막걸리라도 유통 기한이 짧을수록 더 좋아했는데 이번에 자료를 찾다보니 30일까지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유통 기한이 짧을수록 예전의 잡균들도 들어있고 옛날식으로 발효를 할테니 더 맛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오히려 더 생겨났다.
  2. 가능한 첨가물이 없을 것. 막걸리에 과일향 등을 첨가한 경우가 많은데 내 취향은 아니다. 성분표가 가능한 헐빈한 막걸리를 고른다. 탄산을 넣는 경우가 꽤 있는데 여기까지는 OK다. 칵테일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술에 이것저것 들어가서 좋을 게 없다는 주의다. 머리만 아파진다.
  3. 가격이 쌀 것. 저렴한 서민의 어쩌구...가 막걸리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데, 가격이 비싸면 막걸리를 마실 이유가 없다. 생막걸리가 아니거나 첨가물이 너무 많으면 공짜라도 약간 꺼려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가 사준다면야 비싸도 즐겁게 마신다.

와인잔에 막걸리?

끝으로... 여러 명이 어울려 마실 때는 사발에 마시는 게 운치가 있는데, 나는 혼자서 마실 때 와인잔에 마시는 경우가 꽤 많다. 저녁에 혼자 집에 있다보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집안 일도 하면서 마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와인잔이 제일 좋다. 와인잔 자체가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술 마시기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한다.

그림은 픽사베이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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