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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빅 쇼트, Big Short 후기...

sealover 2022. 4. 27. 17:11

개요

이 영화에 대한 넷플릭스의 소개는 "미국의 경제위기 징후를 미리 포착한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들이 은행과 정반대로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이고, 장르를 "사회 이슈 드라마 장르 영화, 실화 바탕 영화, 미국 영화"로 구분하고 있다. 틀린 구석이 전혀 없는 소개다. 줄거리도 간단하다. 그렇게 반대로 움직여서 누군가는 큰 돈을 벌었다. 끝. 넷플릭스의 소개 글에 나온 미국 경제 위기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초래했다는 사실만 추가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다.

영화의 핵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소개글에서 나타나듯이 넷플릭스는 시장의 큰 흐름과 반대로 움직인 사람들이 큰 돈을 거머쥐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이고 왜 그들의 움직임이 반전을 이끌어내는지 이해하려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자세히 몰라도 반전이 펼쳐진다는 정도는 음악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충분히 알 수는 있다.

하지만 배경을 이해하고 보면 더 재미있게 마련이다. 이 영화는 정말 쉽게 잘 풀어내서 그 사태의 본질을 알려준다. 나는 이 점이 제일 좋았다. 그 당시 궁금한 마음에 자료를 참 많이 찾아봤는데 우리나라는 피해가 크지 않아서인지 사랑하는 한국어로 된 자료는 흔치 않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읽으면서 끼워맞춰 어렴풋이 알고있었던 내용들을 이 영화가 제대로 잘 정리해서 알려준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되었다는 점에서는 속이 후련한 느낌이다.

기본 금융 지식,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려면...

영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만 사전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수준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혼자서 궁금해 하던 사실들을 한번 정리해보는 글이라서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좀 이상하면 더 전문적인 자료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오류를 발견해서 알려주면 더 고맙겠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모기지, 장기주택담보대출은 이제 우리 사회에도 꽤 익숙한 별 설명이 필요없는 단어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4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모든 대출을 정부가 보증했다. 그러다가 차츰 민간 분야로 대출이 확대되었다. 모기지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신용 등급을 우량 Prime, 보통 Alt-A, 불량 Sub-Prime 으로 나눈다.

영어 Sub-Prime 이 영어권 사용자가 아닌 내게는 우량에 약간 못미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자료를 찾다보면 거의 Junk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량"이라고 한글로 썼다. 아마 전문가들도 Sub-Prime 을 따로 번역하기 애매하니까 그냥 서브프라임이라고 쓰지 않았나 추측한다.

처음에는 우량 고객 상대로 대출을 했지만 주택 가격이 자꾸 오르면서 서브프라임 고객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라도 몇 년 힘들게 대출을 갚다가 집을 팔아버리면 매매 차익으로 대출도 상환하고 돈을 벌 수 있다. 모기지 회사는 불량 고객들한테서는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수익이 늘어나니 불량 고객들한테 더 열심히 돈을 빌려주고 신나게 이익을 챙긴다. 경기가 호항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주택저당증권, 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1981년 Fannie Mae가 처음 만들어낸 단어인 MBS 는 자산담보부증권 ABS, Asset Backed Securities 의 한 종류이다. 은행 또는 모기지 전문 회사가 개인을 상대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뒤, 직접 이자도 받고 대출금도 회수하는 대신 주택 대출 관련된 권리와 이익을 제3자 (SPV or SPC, Specialized Purpose Vehicle or Company)에게 넘겨준다. 그러면 SPC는 이 대출을 수 천개씩 모아서 MBS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MBS 는 모기지가 가진 높은 안정성 때문에 아주 신용 등급이 높은 증권으로 자본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러면 대략 대출자 ⬄ 은행 ⬄ SPC ⬄ 투자자 의 연결이 만들어진다. 대출자가 내는 이자가 SPC를 통해서 은행과 투자자에게 배당이 되고 은행은 MBS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이때 이자가 쎈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만든 MBS는 수익이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망하기 전까지는...

부채담보부증권,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왜 CDO 를 만들었지?

MBS 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에는 신용 등급이 좋은 채권들로 MBS 를 구성했는데 은행들이 MBS 거래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려고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도 일부 포함한 새로운 MBS 를 만들어서 판다. 부실하고 파산 위험이 높은 MBS 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유 자금이 자꾸 이쪽으로 흘러들어오다 보니 그렇게라도 팔 수 있는 MBS 가 모두 동이 난다.

이 때 누군가 서브프라임처럼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들을 모아서 CDO를 만든다. CDO 는 영화에서 나온 설명을 듣고 뭔가 간접 투자라는 개념 정도로 비교적 쉽게 이해했지만 막상 자료를 찾아보니 뭔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내가 이해한 CDO 는 이렇다.

Tranche, CDO 내부에 존재하는 별개의 증권

먼저 Tranche 를 알아야 한다. MBS 의 경우 주식처럼 투자자들이 구매한 증권의 구매 금액과 동일한 비율로 이익도 생기고 위험도 부담한다. 이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으로 만든 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높은 MBS 는 쓰레기로 취급되어 거래가 어렵다. 높은 신용 등급을 받기도 힘들고 은행들도 판매가 어렵다.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그런데 CDO 는 신용등급이 다른 채권들을 하나로 모아서 증권을 만들면서 내부에 여러개의 등급을 둔다. 예를 들면 Senior tranche, Mezzanine tranche, Equity tranche 처럼... 물론 더 잘게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트렌치에 따라서 위험 부담과 수익을 달리한다. 즉 A 라는 CDO의 Equity tranche 를 구매하면 높은 수익과 부도 위험. Senior 는 낮은 수익과 부도위험과 같이 계단식으로 위험과 수익이 구성된다.

시인과 사기꾼들은 항상 새롭고 생소하면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단어를 사냥한다. 영화를 보면서 Tranche (영어 발음으로 그냥 "트렌치"라고 한다)가 뭔지 궁금했는데 고기 등을 잘게 자른 조각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CDO 만든 애들이 고객들에게 "아... 우리 상품을 구성하는 "트랑쉬"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하면서 "고객 병신 등극 + CDO 판매 + 수수료 챙기기"를 했겠죠.

그리고 이걸 신용평가회사에 가져가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 잡탕 CDO 가 높은 신용 등급을 받는다. 영화에서는 마크 바움이 S&P를 찾아가서 이런 CDO 들을 높게 평가한 이유를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수학, 통계학이 등장한다. CDO 의 부도 위험도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상위 트렌치(Equity)가 대부분 흡수하고 대부분의 트렌치는 영향을 안 받기 때문에 전체 트렌치 중 25%인가?의 부도가 나지 않으면 이 CDO는 안전하다. 그런데 그 정도의 부도가 날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이 CDO 는 안전하기 떄문에 채권 등급은 AAA 다. 라는 식으로 수학이 전개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무역에서의 비교 우위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못하는 애들을 모아서 그나마 잘하는 것을 시키면 못하는 애들의 전체 Pool 로 봤을 때 효율이 증가한다는... 은행은 또 이걸 시장에 들고가서 거래하면서 수익을 챙긴다. 안정성도 미국 국채만큼 높은데다가 수익마저 더 높다고 선전하면 돈 있는 누군들 거기에 투자하지 않겠나? 거기다가 모기지가 가지고 있는 안전하다는 이미지도 모기지로 만든 상품들에 돈이 몰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CDO 를 모아서 Synthetic CDO 등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원래 모기지 금액의 20배 정도 되는 금액이 시장에 돌아다니게 된다.

점점 더 알쏭달쏭한 금융 지식과 사건의 전모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만들어낸 금융상품으로 많은 돈이 월 스트리트로 몰려들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대출자들이 돈을 계속 갚아나가면 저런 희안한 증권을 산 투자자들과 판매 수수료를 챙긴 금융계 모두 해피하게 수익을 낸다.

그런데 만일 대출자들이 돈을 안 갚으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뻥튀기 된 이런저런 증권들과 관련된 사람, 회사 모두 망한다. 그런 상황에서 돈을 번 사람들은 누구인가? 또 금융 용어부터 살펴보자.

공매도, Short Selling

공매도를 영어로 Short selling 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Short 라고도 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 Big Short 는 "엄청난 공매도" 정도로 해석하면 될것 같다.

내가 이해하는 공매도를 주식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내가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지금 빌려서 팔고 또는 팔았다고 가정하고 그 가격에 해당하는 이자 또는 프리미엄를 판매자에게 지급한다. 그러다가 미래의 한 시점에 그 미래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돌려준다. 실제로 주식 거래를 하기보다는 돈만 정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해서 돌려주니까 그 차액에서 그 동안 지급한 프리미엄을 제외한 금액이 내 수중에 떨어진다. 주식 가격이 오르면 이자와 주식 가격 차액을 모두 다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공매도를 아무나 할 수는 없다. ISDA, 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 의 회원 자격을 갖추어야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브라운필드(펀드)를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그 자격을 얻기위해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신용부도스와프, Credit Default Swap

영화에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의 도구가 바로 CDS 다. CDS 는 보험 계약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A 가 채권을 발행하고 B 가 그걸 구매했다고 가정하자. B 는 A 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서 C 와 CDS(보험) 계약을 한다. 그러면 B 는 C 에게 프리미엄(보험료)을 지급하고 A 가 부도가 났을 경우 원금을 돌려 받는다. 원래는 보험 성격의 거래인데 영화에서는 부도가 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CDS 계약을 체결한 뒤 프리미엄을 지급하면서 부도가 날 때까지 버틴다. CDS 를 활용한 공매도라고 하는데 나는 이 두 개념이 쉽게 잘 연결되지 않는다. 아마 처음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목적이었지만 점차 투기로 변질되어서 CDS 를 아예 공매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무척 재미있게 봤지만 오락거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흥행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나면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다.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공매도를 전문으로 투자 혹은 투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망할지? 잘 지켜보다가 망한다는 쪽에 돈을 거는 일을 계속 해오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모기지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었다. 내 눈에는 지난 번 도박에서 돈을 딴 도박꾼이라는 이미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2008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던 나의 호기심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영화에서도 계속 나오지만 금융 부분의 무지, Stupidity 또는 사기, Fraud 가 사태를 키우고 미국과 전 세계를 실물 경제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다. 결국 소시민들의 피를 빨아서 해결했다. 지금까지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런 투기성 금융 거래는 규제가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안 생긴다.

벼록의 간을 빼 먹고 살찌는 돼지들의 잔치는 Homo sapiens 가 멸종하는 그날까지 되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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