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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23 세상살이

호주 영어와 소소한 상식

sealover 2023. 6. 23. 11:42

영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귀를 쫑긋 기울여 들으면 호주 사람들이 하는 영어도 꽤 알아들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드니에서 연세가 있으신 두 분을 만나고 나서 이런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상황 1. Open?
노천 카페에 앉아 있는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두리번거리다가 내게 다가와서 한마디를 던진다.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다. "뭐라고요?"라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다시 이야기 하는데, "아우푼?"으로 들린다. 고개를 갸우뚱 하니까 다시 "아우푼?"이라고 하는데 문득 "open?"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게 "open" 했다고 이야기 드리니까 고맙다고 하시며 가게로 들어오신다. 내가 알고 있는 "open"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문장 중간에 저 단어가 들어있었으면 과연 알아들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상황 2. 수영했니???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방으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노인 한 분을 만났다. 뭘 물어 보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내 수영복을 가리키면서 한 번 더 물어보는데 여전히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수영하는 팔동작을 하면서 다시 물어 보는데 어정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분도 멋쩍은지 "Good day"라고 하시면서 엘리베이터를 내리시길래 나도 그냥 "Good day"를 읇으며 웃었다. 수영장 위치를 묻는건지, 수영했냐고 묻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짐작도 안된다. 좌절스럽다.

영어 이야기는 이걸로 마치고 시드니에서 알게된 정보 몇 개를 추가한다.

추가 1. Long black
이 동네에서 커피 마시러 가보면 메뉴에 커피가 크게 써져 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라떼, 카푸치노, 모카 등이 옵션으로 제시되어 있고 모두 가격이 동일하다. 그래서 커피를 시키면 뭘로 할 건지 물어 보는데 우리 동네 아메리카노의 이 동네 이름이 롱 블랙, Long Black 이다. 라떼를 주로 마시는 사람은 몰라도 되지만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이 단어를 알아두는 게 좋다.

추가 2. Do you speak Korean?
시드니 시내 중심가 가게들에는 동양인 점원들이 정말 많다. 중국, 일본, 한국, 태국, 인도, 아랍.... 이 사람들이 자기 나라 억양으로 빠르게 영어로 이야기하면 알아듣기 힘들다. 그래도 내가 못 알아 듣고 천천히 물어보면, 그쪽도 천천히 이야기를 하니까 소통은 된다. 하지만 왠지 한국 사람같아 보이는 점원이 있으면 "한국어 할 줄 아세요?" 라고 물어보면 통할 때가 있다. 시드니 다운타운 한정 필수 영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ㅋ

추가 3. ANZAC
시드니 도심에서 외곽으로 연결하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두 개다. 하나는 워낙 유명한 하버 브릿지이고 또 하나는 안작 브릿지, ANZAC Bridge다. 이 동네 지명에 본다이 비치, Bondi Beach처럼 원주민이 사용하던 명칭이 여기저기 많이 있기 떄문에 안작도 그런 이름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1차 대전 당시 호주는 독립된 군사지휘권이 없고 영국이 참전하면 자동으로 교전국이 되고 영연방의 참전 국가들로 구성된 개별 부대를 편성하는데, ANZAC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에 참여했던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의 이름으로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차 대전에서 큰 희생을 치른 이 부대를 기리기 위해서 4월 25일을 안작 데이, ANZAC Day로 지정해서 우리나라의 현충일처럼 크게 행사를 치른다.

그런데 안작 데이의 중요성은 현충일 이상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독립된 군사 작전권 없이 영국군의 명백한 전략적 실수를 그대로 따라갔기 때문에 전사자가 많았다는 이유로 영국을 상대로 군사 지휘권 독립을 이뤄내고 호주의 독립 국가 운영을 위한 자치권을 차례차례 얻어냈다. 실패한 전투에서 흘린 젊은이들의 피를 기반으로 호주의 실질적 국가 수립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호주 국민들에게 '안작'이라는 단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안작 데이는 우리로 치면 현충일과 독립기념일을 합친 기념일 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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