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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 Barcelon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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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 Barcelona)

sealover 2024. 4. 3. 19:28

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에 대한 기본 정보는 구글링을 하면 된다. 내가 느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유럽의 성당들은 기본 평면이 십자가 모양이고 정문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 장식을 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성당들을 가보면 기본적인 모양새는 다들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이 성당의 첫 인상은 동그란 평면 위에 하늘로 첨탑들이 빼곡하게 솟아 올라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부를 들여다 보고 성당을 소개하는 자료들을 보니 평면이 십자가인 건 맞는데, 상대적으로 좁은 바닥에 탑들을 높이 올리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탑들을 높이 쌓아 올라다 보니까 덩달아 높을 수 밖에 없는 천장이 만들어내는 성당 내부의 개방감, 웅장함 그리고 커다란 창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만들어 내는 화려함이 또다른 장엄함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들어가 본 성당들의 내부도 높은 천장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엄함을 주는 건 맞는데, 단단하게 벽돌로 쌓아올린 건축물이 가지는 한계 때문에 대부분 내부가 다소 어둡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도 벽돌이지만 그 규모 때문에 내부가 엄청 넓고 개방감이 큰데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개방감을 선사해 준다. 스테인드 글라스에는 성인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는데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가우디는 성당에 만들어질 세 개의 파사드(Facade)를 각각 탄생의 파사드(The Nativity Facade, 동쪽), 수난의 파사드(The Passion Facade, 서쪽), 영광의 파사드(The Glory Facade, 남쪽)로 계획했다. 탄생의 파사드는 본인이 만들있고, 고난의 파사드 세부 조각품들은 Josep Maria Subirachs (스페인어로는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인데 카탈루냐 사람들은 이렇게 읽으면 싫어한다. 손기정을 기테이 손이라고 부르는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 카탈루냐 발음을 몰라서 한글은 생략함.)가 만들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진은 대부분 가우디가 만든 탄생의 파사드다. 파사드에 새겨진 조각품들은 탄생 쪽은 예수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고난 쪽은 최후의 만찬부터 하늘로 돌아가실 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망원경을 들고 가서 이것저것 꼼꼼히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파사드 벽면이 엄청 복잡하다. 원래 성당들이 가련한 중생들을 계몽하고자 그들의 눈이 쉽게 닿는 곳에 이것저것 성스러운 것들을 열심히 담다 보니까 다들 복잡하기는 한데 가우디 선생님은 여기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_⁠^ 높이 쌓아서 공간도 많이 확보했으니 마음껏 이야기들을 담아내셨을 듯 하다. 그래서 가우디가 짠 기본 틀에 옛날과 결이 다른 조각들을 새겨넣은 Subirachs 선생 몸과 마음의 고생이 컷을거라는 건 미루어 알 수 있다. 비슷비슷한 옛날 스타일이 반복되는 탄생의 파사드보다 고난의 파사드 쪽이 나는 더 마음에 든다.

부활절을 맞이해서 해가 진 뒤에 파사드 벽과 조각들에 조명을 비추면서 음악과 스토리를 들려주는 공연을 하는데 무척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크리스마스에는 탄생의 파사드에서 비슷한 공연을 한다는데 오백원을 베팅하겠다. 이런 공연이 가우디가 성당을 만들면서 원했던, 물론 본인이 구체적 방법까지 떠올리지는 못했겠지만, 바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성당이다. 현재 탄생과 고난의 파사드 앞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쉬고, 사진도 찍고 파사드도 감상한다. 하지만 가우디 사후 100년이 되는 2026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영광의 파사드 앞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 길 건너에 바로 카페가 있다. 바르셀로나 시 당국은 전면의 두 블럭을 모두 철거해서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두 블럭 아래 새로운 노면전차 역도 만들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의 철거 반대 포스트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이렇게 주변환경까지 완전하게 정리하는 성당의 최종 완공은 2030년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가우디는 공사에 2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타워크레인과 콘크리트로 무장한 후손들이 완공을 50년 앞당긴다고 한다. 2030년에 다시 가봐야 하나?

가우디가 차근차근 완성되어 가는 성당의 모습을 보면 만족할까? 아니면 참지 못하고 잔소리가 터져 나올까? 만족한다에 500원 베팅 하겠다.

[추가 1]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로마 교황청에서 만든 성당이 아니고, 그 동네 서점 주인이 중심이 되어 동네 발전을 위해서 성당 건립 위원회를 만들어 기부금 등으로 건립하는 성당이다. 그래서 여전히 입장료 수입이 성당 건립에 중요하고 이런 파격적인 모습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 2]1885년 성당 건축 허가를 신청하고 허가 답변을 받지 않았는데 공사를 시작해서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바르셀로나 시청이 2016년에 발견했다. 무허가 건물은 철거가 원칙이지만 시청은 관대(?)하게도 137년이 지난 2018년에 정식 건축 허가를 발급하고 벌금 3천 200만 유로를 10년 분할로 납부하기로 성당과 합의했다. 그 벌금도 대부분 성당 주변 환경 개선에 사용한다고 한다. 

CNN 기사를 참고하세요. Sagrada Familia gets building permit after 137 years 

부활절 고난의 파사드 조명 공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로마 병사가 찌르기 직전이다.

 

공연 마지막 장면. 하늘로 돌아가신 예수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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