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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국 (Parasite Rex, 2000) 본문

책을 읽자!

기생충 제국 (Parasite Rex, 2000)

sealover 2009. 4. 1. 17:19
우선 이 책은 기생충에 대한 시각을 좀 더 넓혀 주었다.

생태계를 찬찬히 살펴보면 공생과 기생의 경계는 항상 애매하다. 기생충을 이 지구에서 다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많이 배웠다. 

아쉬운 점은 원래 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에 따른 차이가 아닌가 하고 느껴지는 알게 모르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일부 생물은 영어명이나 학명을 병기하는 편이 이해를 도와주는데 너무 한글로만 내용을 쓴 것이 아쉽다. 그나마 후반에 가면 학명을 병기를 해서 번역자가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지막 두 페이지 정도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옮겨 둔다.

378-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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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가 우리 인간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기생충이 그들의 숙주를 이용하는 방식을 연상시켰다. 기생충은 숙주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을 진화시켜, 필수불가결한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한다. 그럼으로써 모두가 파멸에 이르지 않는다. 이 책을 쓰려고 여행하면서 나는 여러 조각이 모여 이루어진 전체 자연계를 종종 생각해 보았다. 비행기 밖으로 수단 호숫가의 진흙바닥을, 로스앤젤레스 주위의 주택가를, 코스타리카의 망가진 목장이나 숲을 내려다보면서 몇몇 학자들이 신봉하는 가이아(자체 조절 구조를 가진 지구)의 개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해수면, 육지, 그리고 하늘 등의 생물권을 초대형 생명체로 생각한다. 스스로 대사활동을 해서, 탄소와 질소 그리고 다른 원소들을 지구의 곳곳으로 이동시킨다. 개똥벌레의 불빛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는 인산은 개똥벌레가 죽으면 마지막에는 흙으로 돌아가, 식물이 흡수하여 잎사귀로 전해질 것이고, 또는 강물로 흘러가 바다에 이르면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이 삼킬 것이고, 그 플랑크톤을 크릴새우가 먹으며, 그 새우는 바다에 인산을 배설하는데, 그 인산은 다른 박테리아에게 먹혀 다시 바다 표면으로 되돌아가는데, 몇 년이 지나서는 끝으로 바다의 밑바닥에 묻히게 된다. 우리 몸처럼 가이아는 대사를 통해 서로 맞물리면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인류는 가이아의 영역 안에 존재하며, 우리의 생존을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은 그것을 써 없애면서 살아가고 있다. 농토를 만들려고 표층 흙을 벗겨내 버리면서 제대로 복원하지도 않는다. 바다에서는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숲은 말끔하게 잘라내고 있다. 나는 브룩스가 방금 말했던, 종말을 맞지 않고서도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당신 마치 우리가 기생충인 것처럼 말하는 군요.” 내가 말했다.

브룩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그에게는 문제될 게 없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제할 줄 모르는 기생충은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자신의 숙주마저도 그 대가를 치르게 하고 말겁니다.”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기생충이라는 사실은 아직 그런 일이 그리 많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죠.”

나는 그 말을 한동안 곱씹어 보았다. 거기에 인간을 위한 기생충의 새로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랭카스터가 말한 퇴화 생물, 기생충 같은 유대인, 그리고 실패한 진화라는 묵은 신화를 대신할 의미이다. 그것은 혐오스러운 공포영화에서 인간의 갈비뼈를 부수고 나오는 것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충실한 하나의 생명체이다.

기생충은 바로 인간들이고, 지구는 숙주이다. 그런 은유가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자신들의 목적에 맞춰 생명체들의 생리를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했고, 화학비료를 만들어 농토를 뒤덮었다. 마치 말벌이 숙주인 애벌레의 생리를 다른 길로 접어들게 하여 대부분의 먹이를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조절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그런 자원을 사용한 다음 쓰레기를 남긴다는 것은, 열원충이 적혈구를 쓰레기통으로 만든 것과 같다. 만일 가이아가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질병과 기아일 것이다. 가이아는 그것을 통해 지구를 집어삼킬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가이아의 이런 안전장치를 의약품과 수세식 화장실, 그리고 또 다른 발명품들로 교묘히 피해가면서 수십억의 인구가 지구상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기생충 같은 존재라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존재해 오던 유서 깊은 기생충 모임에 참여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명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기생충식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어울리지 않는 점이 있다. 기생충은 대단히 정밀하게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숙주를 변화시킨다. 숙주를 부모 세대가 살던 예전의 개울가로 이끌고 제비갈매기의 몸 속으로 옮겨가 성충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필수불가결한 손상만을 입히는데 능숙하다. 왜냐하면 숙주가 너무 심하게 손상되면 결국에는 기생충 스스로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진화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기생충으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우리는 훌륭한 선배인 그 대가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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