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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게놈 (Genome, 2000)

sealover 2009. 5. 31. 18:16
2000년 매트리들리가 썼고, 2001년 김영사에서 번역했다. 
사소한 띄어쓰기, 오타가 더러더러 눈에 띠었고 부정/긍정의 번역에 오류로 추측되는 곳도 좀 있었다. 급하게 번역해서 출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다. 

이 책의 구성이 재밌다. 23개의 사람 염색체에서 착안해서 성염색체를 재외한 22개의 염색체를 각각의 장 chapter으로 삼아서 각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단서로 해서 유전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각각의 장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이 지금 (2009년) 보더라도 재밌고 기본 이상의 지식을 가지게 해 주는 내용들이다. 옆에 두고 궁금할 때 찾아보기로 써도 될 듯하다.  

유전자에 대해서 저자가 하고 싶은 큰 이야기는 아래의 두 문장을 엮어서 읽으면 이해가 될 것 같다. 

먼저 81쪽의 내용이다.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 사실은 변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보통 사람믈이 유전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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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병은 유전의 극단적인 예이다.
환경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숙명론이다.
행복한 생활, 좋은 약, 건강한 음식, 사랑하는 가족, 엄청난 부, 그 어떤 것도 어찌할 수 없다.
당신의 운명은 당신의 유전자에 달려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늘나라에 가는 것은 신의 뜻이며, 당신의 선한 행동 때문이 아니다.
 
게놈, 그 위대한 책,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어두운 지식을 주는지도 모른다.
마치 테이레시아스의 저주처럼 우리 운명에 대한 지식,
안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지식을 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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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94쪽의 내용이다. 헌팅턴 병과 같이 결정적인 경우 보다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가변적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막연히 두려워하지 말고 자유의지에 따라서 잘먹고 잘사자는 내용이다. 물론 복잡한 모든 인과관계가 밝혀질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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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에 파고들수록 결정적이고 운명적인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분명하지 않은 미결정 상태, 다양한 원인, 뚜렷하지 않은 경향,
이러한 것들이 게놈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 장에서 말한 단순한 입자적 유전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이 쌓여 복잡성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게놈 자체가 곧 일상생활이므로 
게놈은 일상 생활만큼이나 복잡하고 미결정적이다.
 
오히려 안도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결정주의는, 유전자에 의한 것이든 환경에 의한 것이든,
자유의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암울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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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자꾸 머리에 남는 부분은 각각 "정치학"과 "우생학"이라고 이름 붙인 20장과 21장이다. 20장에서는 광우병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면서 영국과 영국인이 광우병에 너무 과민 반응했다고 한다.  

물론 나도 2008년 우리나라에서 소동이 났을 때 아이들에게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 복권 사러가다가 벼락맞은 차 때문에 길이 막혀서 생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낮을거라고 농담 같이 이야기 했지만, 모든 국민이 과학 자료를 보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다. 

달래고 이해시키고 전체가 합의하고 같이 앞을 향해 나가야지, 잘 모른다고 무지하다고 촛불 끄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몰아 붙인다면 리더가 무슨 필요가 있나?

21장에서는 수준 낮은 국민 개조를 위해서 우생학에 몰두한 정치/사회 지도자들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나온다. 지난 2008년 우리 나라의 상황을 예견하고 이 두 페이지를 붙여서 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도 그 당시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을 알게된 지도자들은 국민들이 무지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경험상 조직에서 못하는 사람을 벌 줄 생각하는 시간에 잘하는사람을 격려하는 것이 더 결과가 좋다. 차이를 인정하고 최소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미워하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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