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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0 세상살이

카타르의 눈물

sealover 2010. 3. 20. 16:01

중동 국가는 처음 방문이라 과연 어떤가?하는 호기심에 여기 저기를 유심히 살피게 된다. 당연히 사람이 눈에 제일 먼저 띠게 마련인데 어딘지 세상 살이가 서글퍼 보여서 최근 인기를 끈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베껴썼다.

무엇보다 남자들의 옷차림과 몸가짐이 무척 흥미로운데 (여자들은 길에 잘 안 다닐 뿐만 아니라 쳐다보면 안된다고 하니 볼 수가 없다. ㅋ), 하얀 전통의상 (thobe)을 잘 다려 입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젊은 남자 몇명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눈이 깊어서 그런지, 털이 많은 얼굴 표정이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퍽이나 진지해 보인다. 하지만 그 또래들이 그렇듯이 표정과는 달리 시시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겠지...


이런 전통의상은 목 부분을 여러가지 다양한 모양의 깃으로 처리하고, 소매 부분도 드레스 셔츠 모양부터 단순한 소매까지 무척이나 다양한데,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커프스 버튼을 하고 있다. 머리에 쓰는 구트라에서도 약간씩 차이를 둬서 개성을 표현하는데 젊은이들은 반듯하지 않게 기울여 쓰거나 뒤로 흘러내리는 천을 머리위로 멋스럽게 올려서 개성을 표현한다.  

이렇게 전통의상을 잘 차려 입은 사람은 부자이거나 사무직 종사자 일거라고 짐작이 된다. 옷을 깔끔하게 입는 것도 손이 가고 돈이 들 것으로 생각이 되고, 실제로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여튼 이들은 무척 깔끔하고 멋있어 보인다. [대사관 직원에게서 들으니 카타르 국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10% 이하), 국적을 가졌다는사실만으로도 생활이 보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 지나가는 검은 옷 (abbayah)을 입은 여자들을 보면 그런 옷차림 자체가 여자들을 얼마나 누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온통 검은 천으로 둘러싼 여자들도 상류층일거라 생각이 되는데, 소매 부분과 머리를 덮은 천에 하얀 꽃을 수를 놓고 빠꼼히 나온 눈에 놀라우리만큼 짙은 화장을 하고 명품 선글래스를 끼고 고급스런 가방 (그 여자는 영국제 체크무늬 가방이었다...)을 들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무척 멋진데 다소 안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카타르는 아랍에서는 무척 개방적인 나라라는 소개를 떠 올리면 다른 나라들의 여자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처럼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카타르에서의 일정 자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나와서 회의를 하는 호텔로 가서 일보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보니까, 호텔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보게되는데 여자는 거의 필리핀인이고 (직접 물어 보았다), 남자는 인도인이다(필리핀 여자에게서 들었다. ㅋ). 그리고 내가 묵는 호텔 근처에 건설현장이 많은데 역시 인도인과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사람, 특히 동양인이 많다.  

새벽 5시 경이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건설현장으로 호텔으로 실어나르는 인도산 TATA 버스들이 참으로 매케한 매연을 뿜어내며 시내를 누빈다.

이들이 카타르의 굳은 일을 하면서 아래를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나마 얼마되지 않는 카타르인들의 절반도 검은옷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에어컨으로 잘 관리되는 건물 일부를 둘러싼 무덥고 답답한 날씨와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하게 겹쳐지는 듯해서 역시 살기가 쉬운 나라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지금 세대들은 잘 모를겠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이 못사는 조국에 돈 벌이가 없어서 중동에 와서 건설 기적을 이룩한 장본인인데 어찌 이곳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보이겠는가?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차이 또는 차별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다 같이 어려우면 오히려 정이 넘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참석한 CITES라는 회의도 왠지 가진 것 없이 자연에서 뭔가를 채취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못사는 사람들을 부자들이 옥죄는 느낌이 들어서 편치 않은데,  넓지 않은 도시에 만들어진 사람간의 큰 경사를 보는 맘이 착찹하다.  

정녕 지구와 인류를 위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런 생각 자체도 답답하다.

누구나 또는 가능한 다수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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