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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Waga Tomo Machiavelli, 1995)

sealover 2011. 2. 14. 10:35
로마인 이야기를 한번 더 읽기로 하고 10권까지 읽었다. 이 10권은 로마의 인프라스트럭쳐, 즉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인 사회 기반 시설을 다루고 있는 잠시 쉬어가는 책이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무얼 볼까하고 고르다가 이 책을 골랐다.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내 머리 속에 입력되어있는 것은 딱 2가지다. "군주론"과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라는 단어처럼 하나의 단어에 대해서 이렇게 빈약한 연상 작용만이 머리 속에서 일어나면서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단어는 많지 않다. 막연한 궁금증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으리라... 

이 책 이전에는 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라는 이름도, 이탈리아, 정확히는 피렌체라는 국적도,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책을 보면 볼수록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녀의 설득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책 말미에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창작 뒷이야기"라는 그녀와의 인터뷰 형식의 글이 있다. 

그녀는 1960년 대학시절 "미일 안전보장 조약"에 반대하는 데모를 하게 된다. 반대하는 자들이 주장하는 바의 실체를 모르고 리더들에게 이끌려 다녔으며, 평소 해서는 안될 짓들을 하는 것을 즐겼으며, 종국에는 실패한 전투를 승리로 포장하는 리더들에게서 회의를 느끼고 답답한 맘으로 대학 생활을 하다가 졸업 논문을 쓰기위해 마키아벨리와 만나면서 가슴 속이 후련해졌다. 이후 그녀는 인생의 스승을 인간과 카이사르와 마키아벨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가 쓴 마키아벨리 이야기니 속된 말로 "접신"의 수준에서 쓰여지지 않았겠는가? 귀족에도 천재에도 들어가지 않는 그의 인생과 그 시대를 되집어 보면서 그가 그런 책들을 쓴 배경과 주요 내용을 차근 차근 이야기 해준다. 

위기에 처한 조국, 피렌체를 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쓴 『군주론』, 민중을 이끌고 단합된 힘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바른 정치체제를 제시한 『정략론』, 군주와 민중이 힘을 모아서 살아남기 위한 실천을 담은 『전략론』이 쓰여진 배경과 그의 생각을 마키아벨리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보면서 이야기 해준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마키아벨리는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다. 공금도 살짝 유용하고, 여자도 밝히고,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권력자에게 아부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시오노 나나미의 친구인 마키아벨리에 대한 이야기다.

15년 동안 진급도 못하고 월급도 오르지 않았는데도 일이 좋아서, 아니면 남 보기에 대단한 일을 하는 듯이 보이는 자기가 좋아서 열심히 일하고,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 해임되고, 남보다 앞서 나간 판단을 윗 분들이 모두 싫어해서 복직도 못한 평범한 직장인. 하지만 해고의 울분을 달래며 쓴 글이 살아남아서 자기가 쓰던 사무실까지 덩달아 살아남고, 자기 유골도 없는 자리에 그럴듯한 무덤도 생겨버린 남자. 

이남자 이야기를 보고 나니, 직장생활을 도대체 우찌해야 될지? 갈피를 못잡겠다. 벌써 20년이나 다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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