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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양복을 입은 원시인 (Caveman logic: The persistence of primitive thinking in a modern world, 200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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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양복을 입은 원시인 (Caveman logic: The persistence of primitive thinking in a modern world, 2009)

sealover 2012. 1. 28. 16:10
책의 저자 Hank Davis는 미국 출신으로 캐다다의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한다. 유대교인이었는데 개신교로 개종했다고 책의 어딘가에서 밝히고 있다.

책의 중심 주제 몇 가지를 정리하면....

먼저 인간의 마음, 정신활동, 심리는 우리의 예상 내지는 자존심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이성이나 자유의지에 지배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온 생물학적 본성에 지배를 받는다는 진화 심리학의 핵심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심리학자인 저자가 진화생물학적인 주제를 깊고 넓게 다르기 곤란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아니면 진화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쉽다. 책의 거의 절반을 이를 통해 형성된 마음이 특정 종교 (기독교)가 특정 국가 (미국)의 시민들에게 끼치는 폐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진화적 산물인 마음의 작동 방식 중에서 몇가지 특징적인 부분을 설명하는데, 첫번째가 사회적 교환과 인과관계의 파악이다. 가장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기가 속한 사회 내에서 자기에게 도움/피해을 주는 상대/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될 때에는 사회적 교환 즉, 감사 표현을 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여기에 깔린 기본 전제는 그러한 감사표시를 통해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인데 이는 번식에 무척 강력한 이점을 제공한다. 직장 생활 좀 해본 사람은 공감한다. 직장 내에서 통제권을 가진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그 집단 내에서의 성공을 위해서 많은 경우 업무 처리 능력에 우선한다.

그런데 이게 너무 지나쳐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 (가뭄, 홍수, 지진?)에서도 통제권자 (신)를 찾아내서 감사표시 (제물 공여, 간구 기도)를 하고 응답을 받았다고 착각한다. 

두번째는 앞에서 말한 응답을 받았다고 착각하다는 부분인데, 우리는 우리에게 입력되는 자료에 모두 동일한 비중을 두지 않는다. 즉 어두컴컴한 산길을 가면서 계속 입력되는 평범한 초록색과 산새의 지저귐과 숲의 내음은 그저 흘려보낸다. 이걸 계속해서 집중 분석했던 우리의 조상이 있었다면 산을 못넘고 중간 어딘가에서 지쳐서 쓰러지고 후손을 못 남겼을 터이다.

하지만, 숲 속 어딘가에서 옅은 노란색을 발견하고, 호랑이의 털 색깔 중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순간적으로 그러한 정보를 확대 해석한 우리 종의 조상이 있었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들의 후손이다. 순간 오판을 하고 에너지를 낭비했다라도 그 정도의 에너지 소모는 생존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만일 진짜 호랑이였다면 그러한 경험은 끔찍히고 잊혀지지 않은 채로 간직되고 그렇게 해석하는 방식은 널리 자손을 퍼트릴 것이다.

이 때문에 호랑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백개의 실패한 사례는 잊혀지고 하나의 성공 사례만 깊이 남게 된다. 더욱 최악인 상황은 그 때 본 것이 호랑이가 아니고 뭔가를 잘 못 봤는데 호랑이가 나타난 경우에도 그 잘못 본 대상을 호랑이의 징조로 굳게 믿어버리는 것이다. 즉, 기도에 대한 신의 응답을 들었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이 과학의 객관적인 결과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모두 동일한 비중을 가지는 과학 자료의 대부분을 무시하고 자기와 관련이 있는 것만 확대 수용하고 이런 믿음을 가지는 지지자가 많다면 편안하게 자기 믿음을 확신하고 사회는 올바른 자료인가 보다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가에 더욱 비중을 두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책의 많은 부분을 종교에 대한 비난에 할애하고 있다. 종교는 위에서 말한 인간 인지능력의 약점을 이용하여 지지자를 확보하면서 그 세력을 기반으로 인간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맞다. 찬성한다. 하지만 이 분 그 동네에서 살기 힘들지 않을까 살짝 우려를 했다. 

이 분이 너무 종교를 끔찍하게 이야기해서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역자 후기가 실소를 자아낸다. 그대로 옮기면...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은 아직 한국에선 미국처럼 뜨거운 화두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분명한 건 우리는 둘 다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 각자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ㅋㅎㅎㅎ 
만일 저자가 역자 후기를 봤다면? 번역의 왜곡을 우려해서 한국에서의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ㅋㅋ. 토를 달면 번역은 중립적이었습니다. 역자가 불쾌한 감정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저자도 밝혔지만 신/영혼 등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인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베끼면 미국인의...)의 5% 이하이고,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책을 쓰셨지만 최소한 한국의 번역 파트너에게서는 지지를 받지 못하셨다. 역자 후기를 책의 앞에 두는 경우도 있는데 그랬더라면 개그 콘서트가 될뻔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마음의 약점을 가진 대중을 상대로 돈을 버는/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련치한 (?)들에 대해서 비난했는데, 난 오히려 여기에 주목한다.

만일 당신이 5%의 고독한 늑대가 되어 지적 탐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인용한 저자들의 책이 궁금할 터이지만, 대중을 상대할 필요가 있는 사업가나 정치가라면 이 책이 제시하는 원시인의 사고 방식을 깊이 연구하고 이 책의 저자가 인류는 절대로 이러지 말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정확하게 반대로 행동하시오.

당신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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