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전 세계의 범고래 소리를 들어 보자! 본문

고래(Whales)

전 세계의 범고래 소리를 들어 보자!

sealover 2013. 3. 26. 09:50

수중에서 사용하는 마이크 (Underwater hydrophone)가 있다. 우리가 공기 중에서 사용하는 마이크 (Microphone)는 공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를 잘 전달하도록 설계가 되어있고, 수중 마이크는 당연히 물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전달 해준다.   


소리는 물 속에서 무척 중요한 존재다. 물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파 (Wave)를 흡수 해 버리기 때문에 깊은 물 속에서는 빛 (Light wave)도 사라지고, 무선 통신에 사용하는 주파수 (Radio wave)들도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리 (Sound Wave)는 공기에서 보다 물 속에서 오히려 더 빠르게 잘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물 속 생물들이 포식자 (Predator)를 비롯한 자기를 둘러 싼 환경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시각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연안의 얕은 곳처럼 빛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제각기 다른 여러가지 감각을 이용한다.


사람을 비롯한 육상의 동물도 마찬가지지만 수중 생물도 한 가지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물 속의 자기장 변화를 감지하기도 하고, 화학 물질을 찾기도 하고, 수압의 차이를 느끼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고래에게는 소리가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고래는 소리를 상호간의 대화를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물 속을 보는 데에도 사용한다. 박쥐가 소리를 사용해서 사물과 자신의 위치를 감지한다는 사실 (Echolocation)은 잘 알려져 있는데,  고래가 소리를 이용해서 사물을 보는 원리는 박쥐가 소리를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이렇게 소리를 내 지르고 메아리로 돌아오는 소리를 이용해서 사물의 위치나 모습을 파악하는 기술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Ultrasound)를 사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인체 내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음파 장비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Medical Ultrasonography), 가장 잘 알려진 장비가 산부인과에서 음파를 재구성해서 산모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기이다.  


물 속에서 소리가 가지는 중요성과 활용도가 크다 보니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특히 고래의 소리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혹등고래 (Humpback whales)는 바다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곡예들과 더불어 노래하는 고래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구글에서 단순히 “Whale acoustics”로 검색을 해보면 많은 대학과 해양연구소들에서 고래 소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고래 소리에 관한 연구들 중에서 생태와 관련된 연구는 범고래 (Killer whales), 특히 캐나다 서해 밴쿠버 섬 주변에 서식하는 개체들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 졌다 (범고래가 상어를 먹는다? http://sealover.tistory.com/181 참조).


캐나다 해양수산부의 연구소 (Pacific Biological Station)에서 각 생태형에 따른 표준 소리를 모두 구분, 정리하여 목록을 작성해 두었기 때문에 (Call catalog), 소리만으로도 어느 생태형에 속하는 무리들인지 구분이 가능하고, 모계 집단을 구성하는 정착형의 경우는 각 집단간 구분도 가능하고 개체 구분이 가능한 개체들도 있다.


또한 먹이를 사냥할 때 내는 소리와 같이 아주 잘 알려진 행동과 연관된 소리도 연구가 되어 있어서, 고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은 들어 봄직한 “고래도 방언이 있다.”는 뉴스 등이 모두 이 연구소의 연구 결과다 (이 부분은 이 사람의 연구가 끼친 영향이 크다. => Dr. Volker Deecke,  http://www.cumbria.ac.uk/Courses/SubjectAreas/ForestryOutdoor/Meetthestaff/VolkerDeecke.aspx).  


이런 오랜 연구 경험과 자산으로 인해서 이 섬 주변에는 수중 음향을 모니터링 하면서 범고래 생태를 파악하고자, 연구소뿐만 아니라 민간 단체에서도 수중 음향 장치를 설치해 두고 소리를 녹음하면서 동시에 웹에서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는 가장 잘 알려진 싸이트가  Salish Sea hydrophone network (http://www.orcasound.net/)라는 곳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수중마이크가 설치되어 있는 지도도 나와있고, 실시간으로 마이크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Listening challenge: Help notify researchers when orcas are in the Salish Sea”라는 두번째 문단을 보면 본인이 고래 소리를 들었을 때 정보를 전달해 주는 방법도 안내되어 있다.


더구나 맨 아래쪽에는 “Other marine audio streams”라는 제목 아래에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고래소리 실시간 방송 싸이트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남극의 고래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이런 싸이트들은 이렇게 웹을 통해서 자료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의미있는 과학 자료를 수집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이곳 연구자들은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면 이런 싸이트를 연결해 두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를 하루 종일 들으면서 근무하는데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별 성과는 없다.   


하지만, 꾸준히 자기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끝으로 여담 하나...


어느 날인가 선박 소음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들려오니까, 거슬리기도 하고 해서 도대체 어느 배가 이리도 시끄러운지 알아본다고 선박위치 추적 싸이트 (http://ais3.siitech.com/vtslite/AView.aspx 또는 http://marinetraffic.com/ais/)에 접속을 한다. 그리고 하이드로폰 설치 위치 주변의 선박을 추적해서 범인을 찾아낸다.




지금 그림에는 한진 파리호가 나와 있는데, 그 날의 범인은 한진 제네바 (HANJIN GENEVA)였다. 일단 배를 찾고 나니까 이번엔 구글링이다. 헐~~ 부산항을 출발해서 캐나다로 오다가 거의 목적지 도달할 무렵 2012년 11월 21일 작은 어선을 피하려다 모래톱에 배가 올라섰다는 기사가 검색된다.      


이곳 연구자들이 저렇게 시끄러운데 어떻게 어선이 가만히 있을 수 있었냐고 농담하는데,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독일 선적이라고는 하지만 소속 회사가 우리나라 한진 해운이니 그 상황에서 한국 배라고 반가워할 수도 없었다.


여튼 이곳 연구자들은 자기 일 하다가 잠깐 한 눈을 팔아도 이러면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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