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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1877)

sealover 2013. 11. 4. 08:50

아주 오래 전에[각주:1] 두 권으로 된 묵직한 안나 카레니나를 사서 읽다가 첫 번째 권을 다 못 읽고 덮었었다.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로 느껴졌고 번역도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러다가 거의 5개월에 걸쳐서 읽었다. 그것도 영어로 읽다 보니 제대로 읽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그렇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각주:2])”라는 책의 첫 문장은 굉장히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평범이 이루지 못한 세속적 야망의 변형된 형태이고, 그나마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내놓은 절충안인데도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우리 인생살이다.

톨스토이 백작[각주:3]께서 그 점을 이 첫 문장에서 너무나 잘 표현하셔서, 남들 눈에 평범하게 사는 일도 어디서 복병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만만치 않은 일이니 좀 더 노력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문장을 자주 언급했었다. 물론 내가 책을 다 읽지 못한 터라 안나 카레리나를 다 읽을 필요는 없지만, 첫 문장은 읽어보라고 이야기했다. 이젠 다 읽어 봤으니 시간 나면 읽어보라고 이야길 해야 하나? ㅋ

<그림은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왔다.[각주:4]>

그리고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이야기가 주욱 이어지고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와서 이혼 문제도 잘 해결이 되지 않고 안나와 브론스키의 갈등이 깊어질 때 이런 말이 나온다.

In order to carry through any undertaking in family life, there must necessarily be either complete division between the husband and wife, or loving agreement. When the relations of a couple are vacillating and neither one thing nor the other , no sort of enterprise can be undertaken. Many families remain for years in the same place, though both husband and wife are sick of it, simply because there is neither complete division nor agreement between them.

부부간의 일을 명확히 정해 두거나 사랑이 깊지 않으면 어떤 가정사라도 완수 해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각주:5]

두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어두면서 갈등이 점차 깊어지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보통의 부부들에게서 생겨나는 갈등이 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첫 문장 마지막의 loving을 believing이나 trusting으로 바꾸고 몇 단어를 더 수정하면 비단 부부 문제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직을 갖춘 집단의 문제에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두 사람이 멀어질 때 이런 글이 나온다. 하루 종일 브론스키를 기다린 안나가 했던 행동이다.

All that day, except for the visit to Wilson's, which occupied two hours, Anna spent in doubts whether everything were over or whether there were still hope of reconciliation, whether she should go away at once or see him once more. She was expecting him the whole day, and in the evening, as she went to her own room, leaving a message for him that her head ached, she said to herself , "If he comes in spite of what the maid says, it means that he loves me still. If not, it means that all is over, and then I will decide what I'm to do!…"

In the evening she heard the rumbling of his carriage stop at the entrance, his ring, his steps and his conversation with the servant; he believed what was told him, did not care to find out more, and went to his own room. So then everything was over.

하루 종일 브론스키를 기다렸지만 정작 돌아올 무렵에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는 자기 방에 틀어 박혀서, 이런 거절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찾아오면 사랑이 식지 않았지만 아니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한다. 브론스키는 돌아와서 하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안나를 찾지 않는다. 그걸로 그 둘의 관계는 끝나 버렸다.

이 글을 읽고 톨스토이 백작께서 여자 형제가 있으셨는지 찾아보았는데, "Exhibition devoted to Leo Tolstoy’s sister Maria Tolstoy" 라는 딱 하나의 자료를 찾았다. 여기에 따르면 단 하나의 여자 형제인 Maria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시골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며 살다가 남편과 이혼하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막내 아이를 임신하고 돌아온다. 50세 무렵에 Shamordino 수녀원에 들어가 생을 마친다고 되어있다. 어딘지 모르게 안나의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여자 형제가 있는지 찾아본 이유는 남자 형제만 있다면 절대 저런 여자의 심리를 알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자 형제만 있는 나는 여자들 마음을 정말 모르겠다[각주:6]. 결혼을 해서 살고 있지만 이해가 안되고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다행히 딸이 있어서 그나마 가족 내 소통에는 도움이 된다.

총각 때 읽었을 때는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읽어보니 가족 소설(?)이다. 불 같은 사랑보다는 이런 부분들이 와 닿는다. 안나의 이야기가 세상 사람 혹은 자기 누이의 이야기라면 레빈은 톨스토이 자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잘 읽었다. 책을 보고 최근 나온 Joe Wright 감독의 영화 (http://www.focusfeatures.com/anna_karenina/)도 봤다. 영화도 좋았다. 영화의 공식 트레일러를 첨부한다.


  1. 근 20년은 된 듯싶다. [본문으로]
  2. 영어나 한국어나 러시아어를 번역한 글이니 책마다 다들 조금씩 다르다. [본문으로]
  3. 평소에 이런 데 관심도 없었는데 러시아 상류 사회를 너무나 세세히 묘사하는 그의 이력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백작이셨다. [본문으로]
  4. http://focusfeaturesmedia.com/uploads/image/mediafile/1329871054-e52bdbb4c3a9f2e7427581676d7e7d93/x950.jpg [본문으로]
  5. 번역가가 아니니 대충의 의미만 적어둔다. [본문으로]
  6. 특히 운전 중인 여자의 마음. ㅋ. 도대체 어디로 튈지를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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