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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4 세상살이

경제 지표로 생각해 본 캐나다와 한국의 삶

sealover 2014. 9. 24. 07:46

캐나다에 살다보니 나 자신도 캐나다와 한국의 물가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주 거론되는 주제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다.


구매력 평가지수 (Purchasing Power Parity)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 글에서 PPP로 변환된 자료는 없다. PPP는 한국보다 일본의 물가가 두 배 비싸면 구매력이 절반으로 떨어지니까 한국의 $100가 일본의 $200와 같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지수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수가 정확히 현실을 반영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비교라면 직접 비교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캐나다와 우리가 소비하는 공산품도 거의 비슷하고 동등한 화폐가치로 비교해야 더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GNI per capita (일인당 국민 총소득)

가장 기본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일인당 국민 총소득을 세계은행의 자료로 알아보면, 2013년에 캐나다는 $52,200[각주:1],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920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차이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에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인건비 지출도 많고, 자신들이 받기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꽤 살만하다.


가구당 소득

캐나다 통계청의 2011년 자료 (Average total income by economic family types)에 따르면,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의 연소득은 $95,000 CAD[각주:2], 아이가 딸린 가구는 $114,000, 단독 가구는 $37,000 CAD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2013년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연소득은 $52,572 CAD이다[각주:3]. 우리나라는 캐나다처럼 가구의 종류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지만, 가구당소득도 거의 절반 수준이다.


캐나다 통계의 재미있는 부분은 젊은 부부 가구의 연소득은 $101,100 CAD이고, 거의 연금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인 가구의 소득이 $64,800 CAD이라는 점이다.


Tax Freedom Day

한 나라 국민들의 소득에 대한 세금 비율을 날짜로 계산한 것인데, 세금이 소득의 50%라면 7월 1일이 세금해방일이 된다. 즉 6개월 동안의 소득은 모두 세금이고 그 이후의 소득이 내가 손에 쥐는 돈이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개념이다.


2014년 세금해방일이 캐나다는 6월 9일 (Financial Post, 2014.6.9., Tax Freedom Day comes a day later this year as Canadians’ tax burden rises), 한국은 3월 22일이다 (연합뉴스, 2014.3.25., 올해 세금해방일은 3월22일…세금내러 80일 일해야). 대략 캐나다는 43.5%, 한국은 22.0%이다. 


캐나다 사람들 앞에서 세금이 많다고 이야기하거나, 캐나다의 복지를 들먹이며 우리나라의 복지의 모자람을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 이렇게 낸 세금으로 노인들 1인당 소득을 $30,000 CAD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대학 교육비

대학교육에 드는 비용도 그 사회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2012-13년도 캐나다의 평균 대학등록비는 $6,348 CAD이고[각주:4] (CBC News, 2013.9.11., University tuition rising to record levels in Canada), 2014년 한국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018 CAD인데, 사립대학은 $7,717 CAD이고, 국공립대는 $4,360 CAD로 조사되었다 (연합뉴스, 2014.4.30., 대학등록금 평균 666만7천원…1만7천원 '찔금' 인하).


평소 미국 대학의 어마어마한 등록금[각주:5] 이야기를 많이 듣다가, 캐나다 대학 등록금을 보니까 정말 싸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캐나다의 경제력 관련 지표들이 거의 예외 없이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반값 내지는 1/3값 등록금이다.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가 대졸자 임금이다. 2014년 8월 6일 CTV News 『Canadians more educated, less-suited to their jobs: study』에 따르면 최고 연봉을 받는 공대 졸업생 초봉은 $76,000 CAD, 의대가 $69,600 CAD, 법대가 $67,600 CAD이다[각주:6].


캐나다 자료는 통계청 자료인데, 취업 관련 기관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자료 (연합뉴스, 2014.3.26., 대기업 대졸 초봉 3천89만원…고졸보다 741만원 많아)에 따르면 대기업 대졸 초봉은 $32,515 CAD, 중소기업은 $24,000 CAD이다.


캐나다에서 공대를 졸업하면 4개월만에 대학 학비 본전이 빠지고,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면 10개월만에 본전이 된다. 이래저래 한국이 살기 힘든건 맞다.


끝내면서...

처음 글을 쓸 때는 캐나다와 우리나라가 큰 차이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본적인 통계에서 기가 한번 팍 죽고, 대학교육비로 대표되는 속내를 따져보니까 한숨이 나온다. 여기서 대졸자에 대해서만 글을 썼지만 고졸자의 임금이 대졸자의 78%라고 하니까[각주:7],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벌이가 괜찮은 건 사실이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과 비교해서 두 배로 잘 살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모든 통계가 두 배로 잘 산다고 이야기 하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만약 43.5%와 22.0%인 세금을 제하고 비교하면,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 차이가 결국 노후의 연금소득에 직결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마 연령별 수입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노년층이 너무 비참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 보다 더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갈까?이다. 추측하건데, 1/4은 세금으로 갔고, 집이나 차를 수리하는 것처럼 사람을 부려야 할 일이 생기면 상상 외로 돈이 많이 들고, 의료비도 조금 더 들고[각주:8], 여행과 놀이에 돈을 많이 쓴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면서 목돈이 들어가는 주택[각주:9]과 차량 가격[각주:10]은 오히려 싼 편에 들고, 생필품 계열의 식료품, 공산품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캐나다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 거기다가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면 펼쳐지는 대자연. ㅋ


캐나다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려면 더 벌거나(GNI 상승), 더 나누거나(증세), 인구 밀도라도 낮춰야(통일) 할 것 같다.


물론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있다. [본문으로]
  2. Canada Dollar를 말한다. 캐나다 달러는 평상시 미국 달러의 90% 정도 가치를 유지한다. [본문으로]
  3. 연소득 49,944,000원을 2014년 3/4 분기 환율을 고려한 950원을 적용하여 계산했다. 이 다음부터 나오는 한국 자료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환산을 했다. [본문으로]
  4. 이 학비는 캐나다인을 위한 학비고, 외국인은 보통 이 돈의 몇 배를 받는다. [본문으로]
  5.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니 (http://nces.ed.gov/fastfacts/display.asp?id=76), 2011-12년도 4년제 사립 대학은 $33,047 USD, 공립 대학은 $14,292 USD이다. 최근에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상위권 사립대학 학비가 $40,000 - $50,000 USD였으니 풍문과 통계가 거의 일치하는 듯 하다. [본문으로]
  6. 이 기사에 대졸자 전체의 평균은 나와있지 않다. 그리고 초봉이 아닌 전체 직업군의 연소득으로 통계를 확대하면 (http://www.workopolis.com/content/advice/article/how-much-money-are-we-earning-the-average-canadian-wages-right-now/), 의사, 판사, 변호사, 치과의사가 최상위 그룹이다. 의사 중에서는 Specialist Physicians (심장, 뇌 등이 아닐까 추측한다.)이 $350,000 CAD이고, 일반 의사는 $180,000 CAD, 치과 의사는 $175,000 CAD, 변호사는 $165,000 CAD라고 한다. 교사는 $51,750 CAD라고 한다. [본문으로]
  7. CBC News, 2014.4.28., Wage gap between high school grads and degree holders narrows. http://www.cbc.ca/news/business/wage-gap-between-high-school-grads-and-degree-holders-narrows-1.2624066 [본문으로]
  8. 캐나다 의료비가 100% 공짜는 아니다. 직장의료 보험이 없다면 병원 한번 다녀올 때마다, 약값, 물리치료비 등이 한번에 $30 - $50 CAD은 드는데 만만치가 않다. 직장의료 보험이 있어도 40 - 20%는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거기다가 치과는 의료 보험이 안되니 말할 것도 없다. [본문으로]
  9. 이 동네 사람들은 집 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이 넓은 땅에 지은 집을 한국하고 비교할 수는 없다. [본문으로]
  10. 세계에서 차 값이 가장 싼 미국 때문에, 두번째로 싼 나라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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