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경제 지표로 생각해 본 캐나다와 한국의 삶 본문
캐나다에 살다보니 나 자신도 캐나다와 한국의 물가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주 거론되는 주제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다.
구매력 평가지수 (Purchasing Power Parity)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 글에서 PPP로 변환된 자료는 없다. PPP는 한국보다 일본의 물가가 두 배 비싸면 구매력이 절반으로 떨어지니까 한국의 $100가 일본의 $200와 같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지수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수가 정확히 현실을 반영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비교라면 직접 비교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캐나다와 우리가 소비하는 공산품도 거의 비슷하고 동등한 화폐가치로 비교해야 더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GNI per capita (일인당 국민 총소득)
가장 기본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일인당 국민 총소득을 세계은행의 자료로 알아보면, 2013년에 캐나다는 $52,200,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920이다. 1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차이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에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인건비 지출도 많고, 자신들이 받기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꽤 살만하다.
가구당 소득
캐나다 통계청의 2011년 자료 (Average total income by economic family types)에 따르면,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의 연소득은 $95,000 CAD, 아이가 딸린 가구는 $114,000, 단독 가구는 $37,000 CAD이다. 2
우리나라 통계청의 2013년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연소득은 $52,572 CAD이다. 우리나라는 캐나다처럼 가구의 종류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지만, 가구당소득도 거의 절반 수준이다. 3
캐나다 통계의 재미있는 부분은 젊은 부부 가구의 연소득은 $101,100 CAD이고, 거의 연금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인 가구의 소득이 $64,800 CAD이라는 점이다.
Tax Freedom Day
한 나라 국민들의 소득에 대한 세금 비율을 날짜로 계산한 것인데, 세금이 소득의 50%라면 7월 1일이 세금해방일이 된다. 즉 6개월 동안의 소득은 모두 세금이고 그 이후의 소득이 내가 손에 쥐는 돈이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개념이다.
2014년 세금해방일이 캐나다는 6월 9일 (Financial Post, 2014.6.9., Tax Freedom Day comes a day later this year as Canadians’ tax burden rises), 한국은 3월 22일이다 (연합뉴스, 2014.3.25., 올해 세금해방일은 3월22일…세금내러 80일 일해야). 대략 캐나다는 43.5%, 한국은 22.0%이다.
캐나다 사람들 앞에서 세금이 많다고 이야기하거나, 캐나다의 복지를 들먹이며 우리나라의 복지의 모자람을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 이렇게 낸 세금으로 노인들 1인당 소득을 $30,000 CAD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대학 교육비
대학교육에 드는 비용도 그 사회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2012-13년도 캐나다의 평균 대학등록비는 $6,348 CAD이고 ( 4CBC News, 2013.9.11., University tuition rising to record levels in Canada), 2014년 한국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018 CAD인데, 사립대학은 $7,717 CAD이고, 국공립대는 $4,360 CAD로 조사되었다 (연합뉴스, 2014.4.30., 대학등록금 평균 666만7천원…1만7천원 '찔금' 인하).
평소 미국 대학의 어마어마한 등록금 이야기를 많이 듣다가, 캐나다 대학 등록금을 보니까 정말 싸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캐나다의 경제력 관련 지표들이 거의 예외 없이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반값 내지는 1/3값 등록금이다. 5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가 대졸자 임금이다. 2014년 8월 6일 CTV News 『Canadians more educated, less-suited to their jobs: study』에 따르면 최고 연봉을 받는 공대 졸업생 초봉은 $76,000 CAD, 의대가 $69,600 CAD, 법대가 $67,600 CAD이다. 6
캐나다 자료는 통계청 자료인데, 취업 관련 기관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자료 (연합뉴스, 2014.3.26., 대기업 대졸 초봉 3천89만원…고졸보다 741만원 많아)에 따르면 대기업 대졸 초봉은 $32,515 CAD, 중소기업은 $24,000 CAD이다.
캐나다에서 공대를 졸업하면 4개월만에 대학 학비 본전이 빠지고,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면 10개월만에 본전이 된다. 이래저래 한국이 살기 힘든건 맞다.
끝내면서...
처음 글을 쓸 때는 캐나다와 우리나라가 큰 차이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본적인 통계에서 기가 한번 팍 죽고, 대학교육비로 대표되는 속내를 따져보니까 한숨이 나온다. 여기서 대졸자에 대해서만 글을 썼지만 고졸자의 임금이 대졸자의 78%라고 하니까,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벌이가 괜찮은 건 사실이다. 7
캐나다에서 살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과 비교해서 두 배로 잘 살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모든 통계가 두 배로 잘 산다고 이야기 하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만약 43.5%와 22.0%인 세금을 제하고 비교하면,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 차이가 결국 노후의 연금소득에 직결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마 연령별 수입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노년층이 너무 비참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 보다 더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갈까?이다. 추측하건데, 1/4은 세금으로 갔고, 집이나 차를 수리하는 것처럼 사람을 부려야 할 일이 생기면 상상 외로 돈이 많이 들고, 의료비도 조금 더 들고, 여행과 놀이에 돈을 많이 쓴다. 8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면서 목돈이 들어가는 주택과 차량 가격 9은 오히려 싼 편에 들고, 생필품 계열의 식료품, 공산품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캐나다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 거기다가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면 펼쳐지는 대자연. ㅋ 10
캐나다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려면 더 벌거나(GNI 상승), 더 나누거나(증세), 인구 밀도라도 낮춰야(통일) 할 것 같다.
물론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있다. [본문으로]
- Canada Dollar를 말한다. 캐나다 달러는 평상시 미국 달러의 90% 정도 가치를 유지한다. [본문으로]
- 연소득 49,944,000원을 2014년 3/4 분기 환율을 고려한 950원을 적용하여 계산했다. 이 다음부터 나오는 한국 자료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환산을 했다. [본문으로]
- 이 학비는 캐나다인을 위한 학비고, 외국인은 보통 이 돈의 몇 배를 받는다. [본문으로]
-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니 (http://nces.ed.gov/fastfacts/display.asp?id=76), 2011-12년도 4년제 사립 대학은 $33,047 USD, 공립 대학은 $14,292 USD이다. 최근에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상위권 사립대학 학비가 $40,000 - $50,000 USD였으니 풍문과 통계가 거의 일치하는 듯 하다. [본문으로]
- 이 기사에 대졸자 전체의 평균은 나와있지 않다. 그리고 초봉이 아닌 전체 직업군의 연소득으로 통계를 확대하면 (http://www.workopolis.com/content/advice/article/how-much-money-are-we-earning-the-average-canadian-wages-right-now/), 의사, 판사, 변호사, 치과의사가 최상위 그룹이다. 의사 중에서는 Specialist Physicians (심장, 뇌 등이 아닐까 추측한다.)이 $350,000 CAD이고, 일반 의사는 $180,000 CAD, 치과 의사는 $175,000 CAD, 변호사는 $165,000 CAD라고 한다. 교사는 $51,750 CAD라고 한다. [본문으로]
- CBC News, 2014.4.28., Wage gap between high school grads and degree holders narrows. http://www.cbc.ca/news/business/wage-gap-between-high-school-grads-and-degree-holders-narrows-1.2624066 [본문으로]
- 캐나다 의료비가 100% 공짜는 아니다. 직장의료 보험이 없다면 병원 한번 다녀올 때마다, 약값, 물리치료비 등이 한번에 $30 - $50 CAD은 드는데 만만치가 않다. 직장의료 보험이 있어도 40 - 20%는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거기다가 치과는 의료 보험이 안되니 말할 것도 없다. [본문으로]
- 이 동네 사람들은 집 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이 넓은 땅에 지은 집을 한국하고 비교할 수는 없다. [본문으로]
- 세계에서 차 값이 가장 싼 미국 때문에, 두번째로 싼 나라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