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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기는 먹지마라? (Eat Not This Flesh: Food Avoidence from Prehistory to the Present, 2004) 본문

책을 읽자!

이 고기는 먹지마라? (Eat Not This Flesh: Food Avoidence from Prehistory to the Present, 2004)

sealover 2009. 9. 5. 21:00
옮긴이의 글까지 포함해서 660쪽짜리 책이다. 본문은 454쪽이고 나머지 200여 쪽이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무성의하게 쓰여진 책을 싫어하지만 이 책은 전체가 논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를 위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1장 서론과 9장 결론은 저자가 전체적으로 줄거리를 가지고 자기 의견을 풀어 내는데 2-8장은 그야말로 자료의 더미다. 읽는 사람을 좀 질리게 한다. 좀 쉽게 이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싶다면 『머리말, 1장, 9장, 옮긴이의 글』을 보면 될 듯하다. 그런데 옮긴이는 저자가 이야기 솜씨가 좋은 사람이며 책이 재미있다고 하는데 살짝 거짓말을 한게 아닌가 싶다.

2장에서 8장까지 각각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에 하나의 장을 할당해서, 어디서, 언제부터, 어떻게, 어떤 이유로, 얼마나, 각각의 육류를 터부시 하는지를 쓰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은 먼저 해당 육류가 터부시되는 문화권 혹은 지역의 터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찾아본 뒤에 그 원인을 제시한 다른 학자들의 의견과 더불어 저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육류에 대해 적용가능한 해설은 없으며 굳이 한마디로 압축하면 "문화적 이유"가 답이다. 하지만 같은 현상에 대해서 각 사회가 받아 들이는 결과는 다르다.

돼지와 개는 아무 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는 불결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서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고 유대인들은 다른 부족과의 차별성을 가지기 위한 이유로도 돼지를 거부한다. 하지만 돼지의 그런 특성은 정착민들에게 청소와 단백질 공급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안겨준다.     

몽고인들은 친근하고 중요시하기 때문에 말을 먹고 유럽인들은 같은 이유로 먹지 않는다. 중동의 유목민들은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에 희생 제례 후에 낙타를 먹지만 인도에서는 같은 이유로 소를 먹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는 광범위하게 생선을 먹지 않는데 생선비늘이 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이처럼 그 짐승의 어떤 특징으로 인해서 그걸 먹으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터부시되는 육류도 많다.

이처럼 육류 터부의 원인은 무척 다양하며 일관되게 설명하기도 곤란하지만 한번 새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앞서 보았던 시냅스와 자아에 나와 있지만 음식에 대한 거부는 특히강력하게 기억에 저장된다. 독성이 있거나 해로운 음식의 섭취는 생존과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기억에 저장되는 메커니즘도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인지, 저장되고 구토, 소화불량 등 거부 반응도 덩달아 강력하다.

또한 자기가 먹지 않는 음식을 먹는 타인에 대한 멸시도 심하다. 꼭 우리나라의 그(?) 고기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이런 예는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멸시는 결국 그 자신이 편협한 문화적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 되며, 그사람의 지적인 유연성도 낮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인체의 음식거부 반응 때문에 먹기 싫은 것은 안 먹는게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합리적으로 그 음식의 영양, 가격 등을 판단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를 넓게 가지는 사람이 지적 유연성과 포용력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사람 앞에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는다고 이야기 하면 나보고 무식(?)하다고 이야기 하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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