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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Whales)

고래!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sealover 2010. 1. 11. 14:44

최근(이 글은 2010년 1월 작성) 일본 고래잡이 반대를 위해 일본 포경선에 배를 충돌하며 격렬한 시위를 하는 Sea Shepherd 라는 환경단체 때문에 고래(정확하게는 반포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며 여러 언론에서 포경/반포경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반포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Sea Shepherd라는 단체는 그린피스를 만들었던 셋 중 한 명인 폴 왓슨이 1977년에 만든 단체로 국제 협약/법 질서에 따른 환경(고래) 보호는 실효성이 없으므로 포경선의 침몰과 같은 물리적 강제력/폭력에 의한 고래/해양생물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린피스는 이 단체와의 공식적인 관계는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환경해적(eco-pirate)이라고 부른다.

Sea Shepherd 선박,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https://cdn.pixabay.com/photo/2017/04/26/10/34/ship-2262259_1280.jpg

과연 누구의 이야기가 옳은가? 포경과 반포경이라는 진영으로 갈라져 벌이고 있는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포경 찬성론자(주로 어업인들)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바다에서 어업활동으로 20년을 보냈는데, 내 경험으로는 지난 20년간 고래가 엄청나게 늘었어. 이젠 잡아야지. 고래들이 우리가 잡을 고기를 다 먹고 있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본인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계량화되지 않은 개별 증거(증거라는 단어를 쓰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를 제시한다.

반포경론자들도 “고래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서 고통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래는 인간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인데 그처럼 잔인하게 죽여서 먹는 포경은 안돼!”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포경/반포경 논의를 위한 고래에 관한 진실은 무엇인가? 바다에는 잡아 먹어도 좋을 만큼 고래가 있는가? 아니면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존을 실시해야 하는가? 고래 종류에 따라 답이 다르다. 밍크고래 등에 적용하면 포경 찬성론자의 이야기가 옳고, 대왕고래 등에 적용하면 반포경론자들의 이야기가 맞다. 그러니까 양쪽 다 진실을 말하지만 숨기고 있는 사실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고래를 잡고 싶고, 바다의 목동들은 그걸 막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알 길이 없다. 전통 식문화 운운하는 일본의 뒤에는 정치인들의 득표 활동이라는 이기적 목적이 숨어 있을 수도 있고, 고래를 보호한다는 목동들의 뒤에는 마음 속의 파괴 본능을 충족시키면서 조직의 생존에 필요한 기부금을 바라는 외침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확실한 사실 하나는 포경/반포경은 상대가 없어지면 안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과학조사라는 명목으로 고래를 잡지만 노르웨이와 아이슬랜드는 돈벌이를 목표로 고래를 잡고 있다(노르웨이의 영국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자국의 포경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글이 있다 http://www.norway.org.uk/About_Norway/business/trade/marine/whaling/). 이 글이 너무 논리적이고 타당해서 노르웨이는 고래를 잡아도 되고 일본은 안되는 걸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도 될까? 목동들이 노르웨이와 아이슬랜드의 포경을 반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부금과 일본을 반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부금 중 어느 쪽이 더 이윤이 높을까? 

반포경국의 정치인들에게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같은 환경문제는 기업가들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찬성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주제이지만, 반포경은 반대로 인한 정치적 이득은 있지만 손실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땅집고 헤엄치는 경기다. 목소리 높여 반포경을 외치고 일본을 비난하면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정치적 입지도 강화된다.

일본은 반대를 무릅쓰고 고래를 잡고 있지만 별 실익은 없어 보인다. 개고기 문제와 비슷해 보인다. 이미 고래 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들 한테 딱 끊으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자꾸 건드리니까 자존심 때문에 잡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일본의 정치인들에게도 미국을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제가 포경이다. 이젠 미군 기지 문제도 하나 더 추가 되려고 하지만...

그래서 포경 vs 반포경은 누군가가 이기면 양쪽이 다 손해보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도 목동도 관객들도 모두가 재밌는 게임이다. 지금이 최상의 상태다.

만일 일본이 포경 중단을 선언한다면....      

게임이 끝난다면.....

환경단체들은 반포경에 버금가는 기부금을 모을수 있는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해 엄청난 기획력을 발휘해야 하고, 일본의 포경을 지지하면서 각종 원조를 받던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들은 일본의 돈은 받으면서 속으로는 일본을 욕한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일이 생기고, 미국은 고래 고기 맛이 나는 소고기를 개발하려나?    

가장 생각하기 싫은 상황은...

아프리카의 코끼리처럼 보호로 그 수가 너무 불어나서 생태계보존포경(?)을 실시하는 거다.

참고로 알려드리면 현재 우리가 사는 이 행성에서 노르웨이 등은 상업(돈벌이 목적) 포경을 하고 있으며, 미국, 러시아 등은 원주민생존포경(고래고기를 먹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죽어버리고 마는 불쌍한 에스키모 원주민을 살리기 위한 목적)을 하고, 일본은 조사포경(과학조사를 위한 좀 규모가 큰 표본 채집이 목적)을 하고 있다. 물론 불법포경도 존재한다. 먼 미래에 생태계 보존을 위한 생태계보존포경이 실시될지도 모르겠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도 배려하는 지구가 되기를 바란다.

언제나 느끼지만 너무 한쪽 극단으로 치우침은 좋지 않은 듯 하다. 

나와 남의 치우침을 돌아보고 헤아리는 이 행성의 주민이 되기를 바란다. 

[추가]2018.12.26. 일본은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 선언을 한다. 2019.6.30. 공식 탈퇴 처리가 되고,  2019.7.1.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했다. 같은 날 바다의 목동들은 포경 중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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