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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3 세상살이

벌새, Hummingbird를 집에서 길러(?)보자!

sealover 2013. 11. 5. 09:28

2012년 12월 눈보라가 휩쓸고 간 나나이모에 처음 도착해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가 벌새였다. 벌새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따뜻한 아마존 열대에서 사는 걸로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눈이 쌓여있는 한 겨울의 캐나다에서 날아다니는 벌새는 좀 신기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북미 대륙 서해안에는 Rufous Hummingbird, Selasphorus rufusAnna’s Hummingbird, Calypte anna를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Rufous 벌새는 겨울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서 보내고 여름엔 알래스카까지 올라가는 종류라서 나나이모에서는 여름철에만 볼 수 있다. 

Anna 벌새는 정착성인데 최근에 서식지가 여기 나나이모까지 확장되어서 일년 내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서식지가 늘어난 데에는 주민들이 제공하는 먹이 영향도 클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나서 나도 벌새를 집에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The Backyard Wildbird & Nature Store라는 애완동물 용품을 파는 동네 가게를 찾아갔다. 벌새 모이통을 사고 싶은데 우리 집에 벌새가 오겠냐고 물어보니 주소를 물어보더니 여름에 Rufous는 확실히 오겠지만 겨울철에 Anna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집 위치가 좋아서 가능성이 높다고 상업성 멘트를 날린다.

작은 모이통과 설탕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40~60% 농도의 설탕물을 만들어 넣고 모이통을 테라스 끄트머리에 두고 1월의 찬 바람을 뚫고 두고 벌새가 오는지 아침 저녁으로 살폈는데도 볼 수가 없다. 벌새는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설탕물은 줄어들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다. 한 달 정도를 기다리다가 모이통을 거실에서 잘 보이는 부엌 싱크대 앞 유리창으로 옮겼다.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기고 나니까 아침, 저녁으로는 벌새가 보인다. 신기하고 재미가 있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사람이 다가가면 금방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가 없는 다음에야 사진 찍기는 글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은 못 찍어도 벌새가 날아와서 주는 즐거움이 꽤 크다. 낮 시간은 얘들도 다른 먹이를 먹으로 다니지만 아침에 눈 뜨고 나서, 그리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꼭 우리 집에 와서 먹이를 먹는다. 대사율이 엄청 높다 보니까 자주 많이 먹어야 하고 밤에는 거의 동면 수준으로 대사율을 낮춘다고 하니까 (http://en.wikipedia.org/wiki/Hummingbird), 먹이를 구하기 힘든 시간에는 꼭 우리 집을 들른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벌들이 먹을게 없어서 그런지 벌새 모이통에 날아와서 벌새들을 쫓아내고 모이통을 자기들이 독차지하다가 설탕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그러더니 10월이 되면서 벌들도 다 없어져 버리고 벌새들만 날아온다.

이젠 같이 지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우리를 아는 건지, 먹이 공급처의 안전성에 대해서 확신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가가도 벌새들이 모이통에서 잘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었다. Anna’s hummingbird다. 여기 살면서 가지는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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