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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3 세상살이

구글의 불편한 진화

sealover 2013. 11. 26. 15:22

얼마 전부터 마지 못해서 「구글+」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이 스탠포드 대학 구석에서 처음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 무렵부터 잘 쓰고 있고, 가끔 사용료의 개념으로 시간 날 때는 광고도 한번씩 클릭을 해 줬다[각주:1]. 유튜브 광고도 처음엔 무척 싫더니 이젠 5초의 인내를 가르치는 구글의 인간성 개조 프로젝트이겠거니 하면서 멍하니 본다. 그런데 최근 마구잡이로 제품[각주:2]들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영 께름칙하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Google"로 검색한 결과>


휴대전화를 사면 통신 회사에서 깔아 놓은 도저히 내가 손을 댈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쓸모도 없고, 아차 잘못 사용하면 호구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서비스(?) 제품들을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최근 통신 회사에서 좀 뜸한가 했더니 이젠 구글이 마구마구 프로그램을 깔아준다.    


이젠 영화도 팔고, 책도 팔고[각주:3] [각주:4], 누군가 수익을 내는 사업이 있다면 무조건 따라하는 엄청난 따라쟁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돈은 벌었는데 쓸 데가 없으니 고급 프로그래머들 불러 모아서 마구마구 아무거나 만들어 내는 것 같고,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젠 거물이 되었는데 남들 밥그릇 빼앗는 것 같아서 은근히 싫었다. 그러다가 최근 메신저로 사용 중인 「행아웃」을 업데이트했더니 원래 통신회사들이 제공하던 문자 서비스를 아예 여기에 포함시켜 버렸다.   


「행아웃」업데이트 때문에 도대체 어디가 이들 여정의 끝일까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적여 보았다. 여태 별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런 구글의 변화는 2011년 「구글+」를 출시할 때부터 준비해왔다. 에릭 슈미트[각주:5]는 「구글+」를 아이덴터티 서비스 (Identity Service) 라고 했다[각주:6].   


그리고 포브스의 2011년 기사 「Google+ And The Master Plan」[각주:7] 보면 「구글+」의 목표는 사람을 보다 더 오래 구글에 묶어두는, 즉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맞춰 보면… 나를 묶어 놓고 내지는 그들의 감옥에 가둬 놓고[각주:8] 나도 모르게[각주:9] 나에 대한 정보를 긁어낸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진화의 선봉에 「구글+」가 있다. 현재까지 나의 구글 감옥 (Googrison[각주:10])은 지메일이 뼈대를 이루고 있는데, 변할까? 현재로선 별로 그럴것 같지 않지만 비난을 무릅쓰고 집념으로 유튜브에서 결국 돈을 만들어 내는 구글이니 내가 어찌 대항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글이 하라면 해야지…

 

구글의 개인 정보 사용은 벌써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불만 중 하나가 맞춤형 검색 결과다. 내가 알려준 검색어로 다른 사람이 검색을 해도 결과가 다르고 다수의 의견이 궁금한 검색 상황에서 친절하게 원하지 않는 내 주변 내지는 「구글+」에 걸려 있는 인간들이 좋아 하는 결과가 나오니 가끔은 환장할 노릇이다. 


구글은 돈을 향한 통제가 불가능한 진화라는 마법에 길에 들어 섰다. 모든 진화는 적응의 산물이지 목표와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Don’t be evil![각주:11]』이 의지가 결합된 진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이 많은 정보를 모아서 구글은 도대체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각주:12] 『구글이시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Quo Vadis Google?』   


구글의 거대함 앞에 내 자신이 한 없이 겸손해지는 하루다. 



  1. 이젠 더 이상 안 한다. 아니 가능한 광고 클릭을 피한다. 얘들 돈을 벌어도 징그럽게도 많이 번다. [본문으로]
  2. 자기들은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제품이 더 적절할 듯. [본문으로]
  3. 아마존 킨들이 느닷없이 공짜 책을 3권 주길래 얘들이 왜 이러나 했더니, 구글이 책 장사에 뛰어들면서 공짜 책 3권을 주니 마지못해 따라한 듯… ㅋ [본문으로]
  4. 한마디 더 덧붙이면, 구글이 전 세계 책들을 스캔한 거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http://www.google.com/googlebooks/library/index.html, 결국 이런 수익 사업과 연결이 된다. [본문으로]
  5. 이 사람 직급이나 회사 내 위치는 자주 변하지만, 돈을 만들어 내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임은 구글의 초창기부터 변화가 없다. [본문으로]
  6. http://en.wikipedia.org/wiki/Google+ [본문으로]
  7. http://www.forbes.com/sites/quentinhardy/2011/07/02/google-and-the-master-plan/ [본문으로]
  8. 난 이미 충분히 구글 검색, 지메일, 구글 캘린더, 구글 문서도구 등등에 하루 종일 갖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본문으로]
  9. 물론 프로그램 깔 때 마다 뭔지 모르는 말들에 엄숙하게 동의를 한다. [본문으로]
  10. Google + Prison. 심심해서 하나 만들어 보았다. [본문으로]
  11.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구글의 모토다. "Be Good!"이라고 했으면 좋았으련만 부정어를 써서 뭔가 자꾸 나빠지는 이미지를 던져준다. 여기에 대해서는 the Atlantic의 "What Is 'Evil' to Google? (http://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3/10/what-is-evil-to-google/280573/)"과 The New York Times의 "The Banality of ‘Don’t Be Evil’ (http://www.nytimes.com/2013/06/02/opinion/sunday/the-banality-of-googles-dont-be-evil.html?smid=go-share&_r=0)"이 읽어 볼만 하다. 근데 내게는 이 신문들의 영어가 안 쉽다. ㅋ [본문으로]
  12. [독후감] 구글드 (Googled! -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2009), http://sealover.tistory.com/10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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