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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COD,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 (1998)

sealover 2010. 7. 30. 16:56
이 책 상당히 재밌다.

그 누구보다 번역하신 분은 엄청난 감동을 받은 듯하다. ㅋ.  역자 서문을 보면 도저히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다.

대구라는 어류의 어획 역사에 관한 책인데, 원래 저자가 음식 칼럼니스트인지라 책 말미에 대구요리법에 대한 이야기가 양념으로 들어가 있는데 내게는 큰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어쨌든 대구 어장의 발견과 이동 그리고 대구 어업이 부를 만들게 되면서 생겨나는 인간들의 다툼과 대구가 인간사 (대서양 대구를 어획하고 이용했던 사람들의 인간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를 쓰고 있다.

사진 출처;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3/Atlantic_cod.jpg

우선 대구 어획사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 9세기에 이미 바이킹 족은 대구를 수출하고 있다.
  • 10세기에 바스크인이 대구의 국제무역시장을 형성한다.
  • 14세기까지 바스크인은 아이슬랜드와 북해에서 대구를 잡지 않는다. (하지만 팡고는 있었으니... 아메리카에서 잡아온 듯하다.) 
  • 1475년 한자동맹이 브리스틀 상인이 아이슬랜드의 대구구매를 방해하자
  • 1481년 크로포트와 제이가 "하이 브라질"을 찾기 위한 항해 실시
  • 1490년 크로포트가 대구를 어딘가에서 구매해 온다고 생각하여 기소를 당했으나 무죄선고. 즉 그들은 어장을 발견했고 거기서 잡아오고 있었다.
  • 1492년 콜롬버스 신대륙 발견 (그가 최초 발견자가 아니라, 그 발견을 제일 크게 떠든 사람이다)
  • 1497년 존 캐보트, 뉴펀들랜드 발견
  • 1534년 자크 카티에, 세인트로렌스 강 하구 발견. 더불어 1천여 척의 바스크 어선 발견. ㅋ
  • 1532년 아이슬랜드가 그린다비크에서 영국인을 살해하고 한자동맹과 해전을 벌이고 이후 영국은 아이슬랜드 어장에서 철수하여 아메리카 어장이 활성화 된다.
  • 17-18세기 뉴잉글랜드는 대구를 잡아서 조잡하게 가공한 품질이 낮은 대구를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에 판매한다. 서아프리카의 농장에도 팔면서 노예, 대구, 사탕수수를 사고팔면서 돈을 번다. 대구로 돈을 번 소위 '대구 귀족' 출현
  • 1759년 9월 13일 영국이 퀘벡에서 프랑스를 몰아내고 협상을 벌인 결과 1963년에 영국이 아메리카를 차지하고 프랑스의 서아프리카 식민지 대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대구산업이 활성화 되고
  • 영국을 통하지 않고 프랑스에 대구를 수출하는 미국이 영국과 충돌한다. 즉 대구 수출도 미국 독립 전쟁의 원인 중 한가지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우선 바스크인이 무척 궁금해진다. 이 책 저자가 쓴 책에는 "바스크의 역사"라는 책이 있는데 시간이 나면 읽어보고 싶다. 이들이 최초의 고래잡이 어업을 영위한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력을 갖춘 민족이었고, 여기에 나온 대구 이야기에서도 역시 첨단 어로/항해/가공 기술을 소유한 집단으로 묘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1534년 자크 카티에가 바스크인들이 뉴펀들랜드에서 대구를 잡고 있다는 기록이 나타날때 까지 바스크인들은 자신들의 어장과 기술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물론 1490년에 영국인 크로포트도 아메리카와 어장을 발견했지만 함구하고 남들과 이익을 공유하지 않았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현대의 참치잡이 어선들도 배가 침몰하더라도 어장이 노출될까봐 구조요청을 안 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니 어업 종사자들의 폐쇄성이란 무서울 정도다.

이 책도 189쪽에서 어업인에 대한 묘사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어업 종사자가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어업인에게 해당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어부들은 이제 자연의 법칙 보다는 인간이 만든 법률에 따라 일을 해야 했다. 그들의 주요 임무는 이제는 가능 한 많이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허용되는 한 많이 잡는 것이었다. 어부는 오랫동안 숙련된 항해자이고 선원이고, 생물학자이자 기상학자이며, 정비사이자 직공이고 수선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훌륭한 공무원처럼 법규를 이용하고 그 함정을 피하며, 허점을 파고 드는 법을 익혀야 했다. 그들은 이것에도 익숙해졌다. 어부들은 좀처럼 법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볼 때 법규지키기는 법을 만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어자원이 보존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잘못 관리한 정부를 비난해야 하는 것이다.

17-18세기의 이야기는 미국인이 대구 어획을 시작하지만 여러모로 기술력이 낮아서 저가의 대구 가공품을 생산하여 유럽에는 수출하지 못하고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 노예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사탕수수농장과 노예무역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립을 이끄는 경제적 성공을 만들어 준다.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욕구가 독립 전쟁의 주요 동기라는 이야기다. 

대구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를 절이기 위한 소금 산업과 항해술도 14-17세기에 걸쳐 덩달아 발전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서는 19세기 이후의 대구 어획사를 다루고 있는데 중심에 강철동력어선의 등장과 아이슬란드의 자국 영해 확장이 있다.

먼저 어선의 역사를 보면 1873년에는 스맥선이라는 빔트롤 어선이 등장하고, 1881년에는 '조디악호'라는 증기로 움직이는 빔트롤이 등장하고, 1892년에 오타보드가 장착된 현대적 개념의 트롤선이 등장하여 1920년대에는 남획의 징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이차대전 기간동안 대구자원에게 휴식을 준 덕분에 잠시 자원은 회복된다. 하지만 효율적인 어선은 대구자원에 치명타였다.  
 
아이슬란드는 1905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트롤선을 구입하는데 이후 자국 연안의 대구어획으로 경제력이 커지고, 특히 2차 대전 중에 생선값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그로 인해서 생활 전반의 향상을 가져와서 1944년 완전 독립을 이룬다.

2차대전을 지나면서 자원관리의 중요성을 깨닳은 아이슬란드는 1950년 4월 영해 4마일을 선포하고, 1971년 3월에는 50마일로 확장하고, 1975년 10월에는 200마일로 확장한다. 이로 이해서 영국과 갈등을 격지만 결국은 아이슬란드의 주장은 관철되었고, 이제는 200마일 배타적경제수역에서 각 국가들이 수산 자원을 관리한다는 개념은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이후 유럽은 공동자원관리, 대구 양식, 금어기 및 금어구 설정, 어획 노력량 감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지만 국제 공조는 계속 삐걱거리고 대구자원은 거의 절멸 상태 (대구는 있지만 어선이 대구를 잡아서 이익을 남길 수는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대구뿐만 아니라 오만가지 해양생물에 대한 남획경고를 하고 있어서 다소 산만하다. 물론 대구 어획관리를 하는 여러 기구에 대해서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전부를 머리에 담고 이야기 하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언뜻 내머리에 떠오르는것만 써봐도, FAO, ICES, NAFO, NEAFC... 여기다가 각 국별 어업위원회 및 관리당국 등을 보태면 한마디로 모두가 나서서 관리하고 있지만 누구도 완전한 관리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수산생물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면 좋겠다. 어업인들의 생각, 관리의 실패, 현재의 (이해 당사자가 많고 의견이 너무 달라서 효율성이 낮은) 복잡한 관리 방법 등 공부를 마치고 현실에서 부딪히게 될 모습을 미리 보여준다.

따라서, 잘 쓰여진 앞 부분도 유용하고,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다는 이야긴지 알기 어려운 뒷 부분도 유용하다. 나도 먼소릴 하는지 헷갈린다. ㅋ. 생각할 부분도 많은 책이다.

아, 그리고 이 책 254-255페이지에 걸쳐 FAO의 1989년 보고서에 어선어업 경영비가 920억 달러 들었는데 소득은 700억 달러라는 이야기가 있다. FAO의 보조금 관련 보고서도 읽어봐야겠다. 

보너스로 위키 링크; http://en.wikipedia.org/wiki/Cod

여튼 이 책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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