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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놀자!!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소영광송, Gloria Patri》이라는 짧은 가톨릭 찬가의 한 구절을 좋아한다. 라틴어 원문은 "Gloria Patri, et Filio et Spiritui Sancto,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 Amen."이고, 한국어 번역은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이다. 이 짧은 구절 중에서도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구절이 퍽 마음에 든다. 원래 의미는 그렇지 않지만 한결같은 마음 씀씀이와 태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라는 뜻으로 내게는 와 닿는다. 마음이 번잡하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이 말을 생각하며, 마음의 평화를 ..
장자(莊子)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 없어 보이는 것도 그 나름의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우리 속담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서 쓸모를 가진다는 뜻도 된다. 특정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간과의 관계에서 쓸모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공간을 달리하면 쓸모가 있을 수 있다.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해 생각할 때 자주 떠오르는 게 바로 "무용지용"이다. 과학(무용)이 기술(지용)로 이어지면서 쓸모가 생기는 사례가 많다. 전자기학에 대한 수 많은 학자(패러데이, 맥스웰, 헤르츠…)들의, 재미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 쓸모없는 연구 결과들이 현대 산업 사회의 실용 기술에 끼치는(현재 진행형이다.) 영향은 엄청나다. 기술이 ..
내 머리 속의 에너지 과소비 기관인 두뇌가 기억 및 계산 용도로는 단순한 전자기기보다도 성능이 무척 떨어진다는 사실을 최근들어 더욱 절감하고 있다. 사람 두뇌가 가진 기본 구조나 작동 방식이 20만년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 현대인은 우리가 선사시대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문명이 만들어 낸 보조 장치(현미경, 망원경, 자동차, 컴퓨터…)와 누적된 학문적 성과들을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증진시켰고, 나는 그게 뭔지 도통 모르지만 내가 성취한 결과물로 착각하고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는 식물과 동물의 모양, 특징, 생태를 기억하고, 그러한 정보를 바탕..
누구나 다 알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고전의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책. 어린 시절 읽었던 모비딕 Moby-Dick은 에이해브 Ahab 선장의 광기와 그가 흰 고래에게 작살을 겨누는 모습을 굵은 흑백의 선으로 표현한 삽화로 각인되어 있다. 언젠가부터 모비딕은 미뤄둔 숙제처럼 내 뒤를 따라다녔다. 몇 번이나 책을 들었지만 강렬한 첫 문장과 달리 이후 이어지는 난해하고 지루한 서술들과 책의 두께 때문에 슬며시 놓고 말았다. 굳이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태도 변화와 직접 읽지 않고 얻은 지식들로 모비딕과 향고래잡이 Yankee Whaling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는 이상한 자신감으로 인해 굳이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린 시절 모비딕을 재미있게 읽고 ‘흰 고래 ..
살아있는 고래가 집단으로 좌초해서 죽어가는 경우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크게 자아낸다. 고래의 좌초(Stranding or beaching)는 살아있는 경우와 이미 죽은 경우, 그리고 단일 개체(single individual)와 집단 좌초(mass stranding)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먹이 사냥을 위해서 일부러 파도에 몸을 실어 해변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아르헨티나의 범고래(youtu.be/LDGTdUP1R3o)와 플로리다의 큰돌고래(youtu.be/EVJ_sbmw07M)는 좌초 이유가 잘 알려진 ‘의도적 좌초’로 사냥 전략이다. 질병이나 상해 때문에 좌초하는 경우도 많다. 고래의 방향 감각을 담당하는 귀가 기생충 등에 감염되거나, 해군, 석유 탐사 등에서 사용하는 고출력 음향 탐사 장..
작년 봄 입대한 아들이 제대했다. 건강해 보인다. 대견하고 안심이 된다. 어떤 생활을 했나 궁금한데 뭘 물어보려고 해도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야간 근무가 몸에 뱄는지, 오전 취침, 야간 활동, 새벽 귀가를 이어가고 있다. 벌써 한달째다. 몸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삽질로 다져진 근육이 보이지 않냐고 되물어본다. ㅎㅎ 바깥에서 보기에 꽤 무난한 군생활이었다. 입대와 동시에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어 평일 일과 시간 이후와 휴일에는 통화가 가능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인데, 가족, 사회와 소통을 이어갈 수 있어서 심리적으로 무척 도움이 많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전화를 잘 안받아서 애 엄마는 소통 부재를 짜증스러워했다. 그리고… 동기들끼리..
지난 월요일(2020.7.20.)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흰고래 한 마리가 폐사했고(12세로 추정, 수족관에서 8년 사육; 2012.4. - 2020.7.), 이틀 뒤(2020.7.22.)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가 한 마리가 또 폐사했다(18세로 추정, 수족관에서 11년 사육; 2009.10. - 2020.7.).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을 걱정하며, 야생 또는 수족관에서 이들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궁금해 한다. 먼저 수명을 나타내는 용어들을 알아보자. 사람의 수명을 나타내는 말는 평균수명, 기대수명, 건강수명, 최대수명 등이 있는데 보통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한다.평균수명은 사망하는 모든 사람의 나이를 평균하여 계산한다. 그러다 보니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죽는 영아..
가끔 제목과 같은 질문을 받을때면 답변이 궁색해서 나 자신이 옹색하게 느껴진다. 이 때마다 나무를 자주 예로 든다. 육지에 있는 나무는 극단적인 경우 다 헤아릴 수 있지만, 물 속에 있는 고래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물론 진짜로 나무를 일일이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위성 사진, 식생 조사결과 등을 통해서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나무 숫자에 대한 자료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산림과학원에서 2009년 발표한 「우리나라 나무 80억 그루…소나무가 26%」라는 기사도 있고, 네이처 논문을 인용한 「전세계 나무 수는 ‘3조 그루’…그동안 추정보다 8배 많아」라는 기사가 눈에 띤다. 나무는 연구 결과가 많아서 전 세계 각지에서 연구된 자료 수집의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는 열정과 통계학적..
건강을 위해 내가 직접 하는 유일한 투자가 매일 아침 하는 수영이다. 집사람이 챙겨 주는 영양제도 몇 가지 있는데 주는대로 잘 먹는다. 건강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크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난 2월부터 수영장에 못 가게 되었다. 며칠 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영에 비하면 너무 힘들어서 멀리하던 운동이었는데 별 도리가 없었다. 절대 무리하게 달리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처음 일주일은 달릴 때마다 숨이 차서 죽을 것만 같았다. 호흡에 약간 여유가 생긴 후에 내가 어떤 자세로 달리고 있나?하는 의문이 생겨서 바른 자세로 달리는 법에 대한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 보았다. 자료를 먼저 찾아본 후에 달리는게 현명한 방법일텐데... ㅋ 제일 먼..
생물 한 개체 또는 그 생물이 속한 집단의 생태, 행동 등을 연구할 때 각각의 개체를 구분해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면 무척 다양하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예를 들면 철새들의 발가락에 누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고리를 달거나 인공위성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장치를 부착하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동하는 경로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이렇게 연구대상이 되는 동물 개체를 식별하기 위해서 인공적인 표지를 부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상처나 특이한 무늬 때문에 인공적인 표식 없이도 쉽게 개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자연 표지(Natural Marker)라고 한다.잘 알려진 자연 표지로는 범고래나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모양이나 상처 등으로 생긴 흔적, 얼룩말과 물범의 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