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화물 숭배 과학(Cargo Cult Science)" by Richard Feynman 본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1974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졸업식에서 한 연설은 "Cargo Cult Science"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문, Cargo Cult Science을 읽어볼 수 있고, 유튜브, Cargo Cult Science" by Richard Feynman에서 들을 수도 있다(성우가 읽어 주는 듯...). ⌜발견하는 즐거움. 2001. 승산.⌟이라는 책의 9장에 전체 번역이 있는데, 그걸 블로그에 올려두신 분이 있으니(저작권에 안 걸리나?) 참고하면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태평양 지역의 몇몇 섬 주민들이 전쟁 중에 미군이 수송기와 배를 통해 물자와 기계를 들여오는 것을 보고, 미군이 떠난 후에 이 물자와 기계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수송기, 비행장 등과 비슷한 허수아비들을 만들어 놓고 물자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종교 의식을 치른다. 왜? 어떻게? 물자들이 섬으로 들어왔는지 고민하지 않고 외형만 흉내내어 소원을 빌며 믿음을 키우는 현상을 "카고 컬트(Cargo Cult)"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 방법론과 근거 있는 지식 없이 그들의 믿음과 희망에 기반하여 대상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현상을 보여주는데, 파인만은 여기에 빗대어 과학 연구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접근법과 오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Cargo Cult Scienc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파인만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는데, 살아가다보면 이런 사례가 너무나 많다.
요약하면 모든 정보를 밝혀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기여도를 심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특정한 방향으로 유리한 정보만 밝혀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생각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어 광고와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어젯밤에 나는 웨슨 식용유가 음식에 스며들지 않는다는 광고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고, 부정직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부정직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과학적 성실성이 필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수준이 다릅니다. 이 광고 문구에 덧붙여야 할 사실은, 적절한 온도에서 사용하면 모든 식용유가 음식에 스며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온도에서 사용하면 모든 식용유가, 웨슨 식용유를 포함해서, 스며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존 광고가 전달한 것은 사실을 일부 포함하고 있을 뿐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실을 다루어야 합니다
파인만은 이 연설에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반드시 과학적 방법론을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까지는 웹을 뒤적거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좋은 말들이고 과학자라면 누구나 명심하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니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 무척이나 와 닿는다.
시간이 없어서, 한 가지 희망만을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어디를 가든 내가 말한 과학적 성실성을 유지할 자유가 있는 곳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조직에서 자금 지원 따위를 통한 압력을 느낀다면,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성실성을 잃게 됩니다. 여러분이 자유를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파인만도 자기가 말한 연구소가 있다면 몇 개를 나열하면서 알려줬을텐데 ^^, 그러지 않았다(시간이 없었겠지...). 뭔가 "천국"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인다. 이제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들에게 한 연설이지만 마지막 소원은 선배 연구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그런 연구소를 만들어 주라는 아니 최소한 신참 연구자 시절 잠시라도 그런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라는 압력이 아닐까?
나는 내가 신참 시절 느꼈던 답답함을 후배들이 체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번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