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난 세상살이/2021 세상살이 (4)
바닷가에서 놀자!!
시간과 더불어 무뎌지는 감정 때문에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이런저런 부조리한 일들이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들로 변해간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견디기 힘든 게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의도적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폭력을 뒤늦게 뉘우치기도 하고, 고의로 행한 폭력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도 하지만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덜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용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나도 가해자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잊어버리고 싶지만 가끔은 너무 견디기 힘들다. 늘 경계하고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쉬지 않고 자신을 추스려야 한다. 두 번째는 조직에..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소영광송, Gloria Patri》이라는 짧은 가톨릭 찬가의 한 구절을 좋아한다. 라틴어 원문은 "Gloria Patri, et Filio et Spiritui Sancto,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 Amen."이고, 한국어 번역은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이다. 이 짧은 구절 중에서도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구절이 퍽 마음에 든다. 원래 의미는 그렇지 않지만 한결같은 마음 씀씀이와 태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라는 뜻으로 내게는 와 닿는다. 마음이 번잡하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이 말을 생각하며, 마음의 평화를 ..
장자(莊子)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 없어 보이는 것도 그 나름의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우리 속담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서 쓸모를 가진다는 뜻도 된다. 특정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간과의 관계에서 쓸모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공간을 달리하면 쓸모가 있을 수 있다.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해 생각할 때 자주 떠오르는 게 바로 "무용지용"이다. 과학(무용)이 기술(지용)로 이어지면서 쓸모가 생기는 사례가 많다. 전자기학에 대한 수 많은 학자(패러데이, 맥스웰, 헤르츠…)들의, 재미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 쓸모없는 연구 결과들이 현대 산업 사회의 실용 기술에 끼치는(현재 진행형이다.) 영향은 엄청나다. 기술이 ..
내 머리 속의 에너지 과소비 기관인 두뇌가 기억 및 계산 용도로는 단순한 전자기기보다도 성능이 무척 떨어진다는 사실을 최근들어 더욱 절감하고 있다. 사람 두뇌가 가진 기본 구조나 작동 방식이 20만년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 현대인은 우리가 선사시대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문명이 만들어 낸 보조 장치(현미경, 망원경, 자동차, 컴퓨터…)와 누적된 학문적 성과들을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증진시켰고, 나는 그게 뭔지 도통 모르지만 내가 성취한 결과물로 착각하고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는 식물과 동물의 모양, 특징, 생태를 기억하고, 그러한 정보를 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