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닷가에서 놀기 (308)
바닷가에서 놀자!!

주말 부부에 업무상 출장도 꽤 있는 편이라 수영장 월회원 등록 없이 일일 자유 입장으로 수영을 한다. 일일 입장을 허용하는 수영장이 많지 않아서 상당히 번거롭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여러 수영장을 가게 되는데, 그때문에 생긴 수영장 애정 아이템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수세미, 다른 하나는 1회용 생수병 뚜껑이다. [수세미]가끔 청소하고픈 거울을 가진 수영장이 있다. 수세미는 그런 뿌옇게 흐린 샤워실 거울을 닦을 때 쓴다. 엄청 깨끗해지지는 않지만 한번 쓱쓱 문질러주면 거울 볼 때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생수병 뚜껑]수영 마치고 수영복 등을 맑은 물에 한번 헹궈서 퇴근 때까지 차 안에 걸어두는데, 세면대에 물 마개가 없는 곳이 의외로 많다. 흐르는 물로만 헹구면 왠지 섭섭하다. 생수병 뚜껑은 이런 경우 ..
내가 첫 통영 근무를 시작한 1998년, 알타비스타 같은 기계 검색엔진이 반짝 맹위를 떨쳤지만 여전히 인간 노동 검색엔진 야후를 넘어서지 못하던 그 시절 구글을 처음 만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야후는 쇠락했고, 나는 점차 구글에 빠져들었고, 대한민국은 네이버가 장악했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 숙제, 사람사는 이야기 기웃거리기, 놀거리와 식당 추천은 네이버가 친숙했고, 구글은 끊임없는 내 궁금증의 동반자였다. 만일 내가 사는 우주에 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구글이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당시 농담반 진담반으로 종교는 구글교라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이 절대 강자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의 검색엔진 소비 패턴과 비슷하게 네이버와 구글이 (쉽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았다.202..
ChatGPT가 만든 충격이 일상으로 잦아들면서, 이 새로운 세상이 서툴게나마 익숙해질 무렵 또 새로이 찾아온 변곡점이 딥시크, DeepSeek다. 사용자 입장에서 딥시크는 요즘 앞을 다퉈 생겨나는 생성형 AI 중 하나고, 중국산 치고는 성능이 좋다고 하더라 정도의 평가가 전부다. 그나마 이제는 관심이 식었다(2025년 4월).하지만 딥시크는 생성형 AI 시장에 진입하거나 시장에 발을 넣고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사업자들에게 큰 파장을 던졌다. 딥시크 이전에 오픈AI 같은 생성형 AI 개발 업체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GPU 확보였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생성형 AI 서비스 생태계는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1)GPU, 2)수천, 수만개의 GPU를 병렬로 연결하는 통신기술, 3)GPU를 제어..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다. 작가는 이미 발표한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대한 변주를 만들고 싶어서 이 소설들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은 뜬듬없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식물의 생존 방식인 태양과 물만을 자신에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동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뜬금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지만, 육식은 폭력과 맞닿아 있고 주인공이 살아오면서 겪어온 누적된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한다는 걸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폭력의 경험이 워낙 강렬했기에 극단적인 채식에서 결국 먹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 또한 폭력과 일상의 경계가 애매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폭력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장..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해서, 마흔 명 남짓한 청춘들이 같은 과를 다녔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2024.6.2., 일요일).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품에 안고 보니,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앞가림을 할 때까지 나의 생존은 의무 사항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생명보험도 딱 그 나이까지 보장이 되는 걸로 가입했다. 내 기준으로 보면 친구는 의무 생존 기간을 넘겨서 살았지만 너무 짧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 근엄한 얼굴이든 미소 띤 얼굴이든 대부분의 영정 사진은 그 사람 삶의 찰나를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데, 단정한 옷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사진은 그의 삶을 온전히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늘 미소를 달고 다니던 친구였다. 이 글을 쓰면서 그의 찡그린 얼굴, 화난 얼굴을..

재밌게 읽었다. 읽기 쉬운 건 아니다. 한 두번 더 읽어야 할 책이다. 인간이 평생 자기 뇌의 10%도 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나도 어린 시절엔 뇌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면 슈퍼 인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가끔했었다. 아마 이런 생각의 끝판왕은 뤽 베송 감독의 2014년 영화 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현실을 잘 그려내면서 그럴듯한 내지는 있음직한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아예 이 세상을 벗어난 황당한 설정 아래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제시하면 잘 팔린다고 생각한다. 루시는 후자의 이유로 재밌게 본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전자의 이유로 본 사람이 더 많았을 것 같다.이런 오해는 뇌를 생각 또는 지적 활동을 위한 기관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생긴다. 생물학..

바르셀로나에서 2주 동안 the social hub라는 호텔에 묵었다. 대부분의 유럽 유명 관광지에 지점이 있는 호텔 체인인데, 이 호텔의 숙박 경험이 약간 특이하다.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한 달짜리 대중교통 패스 T-usual card를 구매해서 사용하니 이동시간, 교통편 빈도, 주변 편의 시설 등에 아무 문제가 없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원래 면적이 넓지 않아서 사실 어디에 숙소를 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T-usual card를 구매할 때 Zone을 선택해야 하는데 바르셀로나 시내는 거의 대부분 Zone 1 안에 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Zone 1 카드를 구매하면 된다. 교통카드는 1일, 2일, 3일 무제한 패스도 있고, 10회권도 있는데, 이 카드들은 공항 ..

기계가 야구 심판을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 2024.05.02) 라는 기사을 읽었다. 한국 프로야구 경기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하여 기계가 99.9%의 정확도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이후 25살 이하 선수들의 성적 향상이 있다는 부분이 기사의 사실 관계 서술이고, 기자는 사람(주심)의 판정이 엘리트 선수(기득권자라고 보면 될 듯…)에게 유리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사람이 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기계처럼 정확’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보다 정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정확이 무작위라면 그나마 공정하다 할 수 있는데, 오래 같이 보아왔던 선수에 대한 인지상정(人之常情) 때문에 신참에게 불..

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에 대한 기본 정보는 구글링을 하면 된다. 내가 느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유럽의 성당들은 기본 평면이 십자가 모양이고 정문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 장식을 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성당들을 가보면 기본적인 모양새는 다들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이 성당의 첫 인상은 동그란 평면 위에 하늘로 첨탑들이 빼곡하게 솟아 올라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부를 들여다 보고 성당을 소개하는 자료들을 보니 평면이 십자가인 건 맞는데, 상대적으로 좁은 바닥에 탑들을 높이 올리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탑들을 높이 쌓아 올라다 보니까 덩달아 높을 수 밖에 없는 천장이 만들어내는 성당 내부의 개방감, 웅장함..

바르셀로나에서 두 주를 보내며 소소하게 한 일들을 쓴다. 꽤 재미있었다. 요가하기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찌부등한 몸을 풀어 보고자 아내의 지도?로 요가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딱히 할 일이 없는 탓도 있고, 호텔 체육관 시설이 좋아서 이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예전에 딱 한번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무 인형 피노키오보다 더 딱딱한 내 움직임이 우스워서 두 번째 수업에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 여전히 내 관절의 어떠한 부분도 아내의 동일 관절 가동범위의 1/5을 절대 넘지 않는다. 도착해서 며칠, 여행 막바지에 며칠 밖에 요가를 못했지만, 유연성 부족과 더불어 평소 내 자세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절실하게 느꼈다. 몇 년째 꾸준히 요가를 한 아내는 의외의 고수였다. 앞으로 틈틈이 요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