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1998 & 2023년 통영에서 겪는 IT 세상의 변화 본문
내가 첫 통영 근무를 시작한 1998년, 알타비스타 같은 기계 검색엔진이 반짝 맹위를 떨쳤지만 여전히 인간 노동 검색엔진 야후를 넘어서지 못하던 그 시절 구글을 처음 만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야후는 쇠락했고, 나는 점차 구글에 빠져들었고, 대한민국은 네이버가 장악했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 숙제, 사람사는 이야기 기웃거리기, 놀거리와 식당 추천은 네이버가 친숙했고, 구글은 끊임없는 내 궁금증의 동반자였다. 만일 내가 사는 우주에 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구글이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당시 농담반 진담반으로 종교는 구글교라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이 절대 강자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의 검색엔진 소비 패턴과 비슷하게 네이버와 구글이 (쉽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았다.
2022년 ChatGPT가 나타나자 빠르게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2023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다시 통영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1998년 검색엔진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던 그 시절과 지금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통영에 있다는 사실도 묘하게 우연과 운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치열한 경쟁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ChatGPT는 네이버의 자리를 페플렉서티는 구글의 자리를 차지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ChatGPT는 답변의 “생성”에 집중을 하다보니 생성하는 정보의 정확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많다. 이제는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답변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근거 중심이라기 보다 생성하는 답변의 문맥적 아름다움 내지는 듣기 그럴싸함에 집중하다보니 정확성의 관점에서 깔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ChatGPT의 쓸모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굳이 높은 수준의 정확성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예전의 네이버가 그랬듯이 ChatGPT로 충분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정확성이 담보된 답변을 원한다면 ChatGPT는 신뢰성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퍼플렉서티의 특징에 대해서 ChatGPT에 물어보니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검색 기반을 핵심으로 채택한 이유는, 단순한 생성형 응답을 넘어 정확성, 신뢰성, 투명성을 갖춘 정보 제공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라고 답변을 한다. 흠… 상당히 정확한 평가다. ^^ 여기에 내가 말한 내용의 핵심이 있다. ChatGPT는 검색 결과 바탕으로 답변을 하더라도 소설을 많이 써낸다. 허구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퍼플렉서티가 생성하는 답변은 참고한 자료의 핵심 내용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 검색자료에 기반한 RAG, 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 구글 검색을 하면서 느꼈던 기분이 살짝 교차한다.
물론 RAG의 끝판왕은 구글의 NotebookLM이다. 하지만 구글교도가 보기에도 기존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몸부림치는 최근의 공룡 구글은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처음 퍼플렉서티를 접했을 때 성공보다는 실패를 예상했다. 초창기 퍼플렉서티의 검색 능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일상(또는 미국 국내 자료) 수준의 검색에 근거한 답변은 근사했지만, 전문가 수준의 검색은 애처로웠다. 구글이 검색 제국을 이루면서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검색의 한계 때문에 비용 지속가능성이 퍼플렉서티 성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 개인적 사용자 경험 기준으로는) 빗나갔다. 퍼플렉서티의 검색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었다. 어떤 마법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쏟아넣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DeepSeek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발전 방향이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한 효율성 향상임을 감안하면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의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는 페플렉서티다. 이젠 구글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의 네이버와 Google이 그랬듯이 ChatGPT와 Perplexity도 비슷하게 서로를 견제하면서 살아 남을 것 같다. 일상적인 언어 번역이나 사실의 정확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질문은 여전히 ChatGPT가 훨씬 친절하고 유용한 대화 상대다. 오히려 그런 일상적인 질문에 대한 퍼플렉서티의 답변은 오히려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고 살짝 어색하다. 그 둘을 번갈아 사용해야지 뭔가 안정적이다. 다른 생성형 AI 서비스도 이것저것 사용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사용해보면 GROK도 상당히 좋다. 누가 되든 승자가 나의 친구가 될 것이다.
1998년 통영 근무는 여러면에서 내 인생 큰 변곡점 중 하나였다. IT 경험도 그중 하나였다. 2023년 통영 근무도 내 인생에 큰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IT 경험도 역시 그러할 것 같다. 내게 늘 큰 변화와 새로운 길이 열릴 때 함께 한 도시 통영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활력이 그 전만 못하다. 아름답고 활기찬 통영과 대한민국 AI 산업을 기대해 본다.
1. 이 글은 오로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 5월에 작성했습니다.
2. 네이버가 대한민국 IT, AI의 중요한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