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본문
맨주먹 어린 시절 학비무료, 숙식제공, 용돈지급의 매력에 빠져 사관학교를 진학 목표로 정했다. 바른 차렷 자세가 생도 조건 중 하나라는 이야기에 거울 앞에서 속옷만 입고 생전 처음 찬찬히 내 몸을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야위고 상체에 근육이라곤 하나 없어서 무척 빈곤해 보였지만 좌우 균형이 맞고 무척 바르다고 평가했다. ... 사관학교는 못 갔다.
대학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를 프레스 공장에서 하다가 사고로 한 손의 손가락을 여러개 잃었다. 청춘의 그날까지 주로 썼던 손의 익숙함과 균형이 무너지면서 몸의 자세가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변화를 느끼고 있었지만 좌우가 완전 대칭인 생물은 자연에서도 무척 흔치 않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몸 비뚤어짐의 되먹임이 시작, 심화 그리고 누적되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신발 바깥면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심하게 닳았고, 허리 통증의 빈도가 잦아졌다. 힘들게 버티던 비뚤어진 몸은 그간 쌓여있던 절규를 화산처럼 쏟아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을 부여잡고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거북목, 비틀어진 척추와 골반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졌다. 다시 거울 앞에서 내 몸을 찬찬히 바라봤다. 그로테스크란 단어가 가장 적절했다.
직접 그리고 유툽에서 만난 의사들의 조언으로 몇가지 원칙을 정하고 재활을 시작했다. 막연히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해 오던 수영의 운동 목표를 좌우 균형 잡기로 설정했다. 출퇴근 두 시간, 운전석을 앞으로 바짝 당겨 허리를 곧추 세워 운전했다. 바른 자세로 하루에 만오천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했다. 바르게 앉고 걷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긴 세월 비바람에 바위가 깍여나가듯이 수십년 뒤틀려온 몸을 되돌릴 수 있을까? 거울을 볼 때마다 암담했다.
몇 년이 지나고 신발 뒤축에서 첫 효과가 나타났다. 여전히 갈 길이 멀었지만 희망을 주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다시 몇 년이 지나고 목 주변이 너무 아프고 쉽게 차도가 없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목 주변 근육 치료 계획과 더불어 거북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 입장에서는 거북목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려서 기뻤다. 다시 몇 년이 지나고 발등이 몇 달에 한번씩 아프다. 정형외과에서 통증을 유발할만한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틀어졌던 뼈들이 자리를 찾아가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몇 년이 지나자 가끔 나타나던 발등의 통증도 사라졌다.
이젠 상당히 좋아졌지만 정도가 약한 비틀림은 여전히 남아있다. 조금 신경을 덜 쓰면 다시 예전의 거북목 및 허리 통증 유발 자세로 되돌아간다. 계속 깨어있는 정신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며 살아간다. 아내의 잔소리도 큰 역할을 한다. 이렇게 바른 몸을 가지기 위한 실천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