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독후감]채식주의자(2007 창비) 본문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다. 작가는 이미 발표한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대한 변주를 만들고 싶어서 이 소설들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은 뜬듬없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식물의 생존 방식인 태양과 물만을 자신에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동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뜬금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지만, 육식은 폭력과 맞닿아 있고 주인공이 살아오면서 겪어온 누적된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한다는 걸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폭력의 경험이 워낙 강렬했기에 극단적인 채식에서 결국 먹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 또한 폭력과 일상의 경계가 애매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폭력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장 환경이 나를 폭력에 무딘 사람으로 만들까봐 늘 경계한다. 쉽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가 그리는 채식주의의 상징에 공감한다. 그래서 좋은 상도 받았다. 폭력에 대한 저항에는 공감하지만 채식주의가 그런 저항의 상징이 되는 데에 나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아프리카 숲 속에서 침팬지나 고릴라가 먹는 열매는 작가가 말하는 채식의 상징에 부합한다. 하지만 농업 생산물로 채식을 한다면? 농업이 어마어마한 곤충과 식물을 제거하면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농업에는 생명에 대한 폭력이 없을까? 아니다.
생물학의 기본을 더듬어보면 식물의 생존에 질소와 인을 비롯한 많은 원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태양과 물만으로 살아가는 식물이라는 개념을 밀고가는 부분도 나는 어색하다. 가슴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다.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을 머리로 읽고 딴지를 걸고 있다. 나도 내가 난감하다.
신데렐라를 백설공주보다 좋아했다. 내가 처한 환경이 나를 신데렐라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백설공주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거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쌓아온 지식 배경이 이 책에 대한 혼자만의 어색함을 만든다.
[부연]소설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하고 생각할 거리도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부커상 수상작은 이상하게 재미가 없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좀 따분한 계열에 드는 노벨상 작가의 작폼보다 대부분 더 재미없다.
[2024.10.9. 추가] 어제 밤 늦게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아내에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이 글을 지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냥 오늘 하루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을 가지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이야기 한 대로 조금 더 재미있는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을 하나 더 읽어야겠다. 뭔가 사죄의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