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Whalien 52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 본문
목차
1. BTS의 노래, Whalien 52
2. Whalien 52는 어떤 생물이지?
3. 외로운 고래 Whalien 52?
4. Whalien 52는 진짜 외로율까?
5. Whalien 이라는 말이 틀린거 아냐?
BTS의 노래, Whalien 52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노래 중 Whalien 52라는 곡이 있다. 재치가 번뜩이는 제목(이름)이다. 고래, Whale와 외계인, Alien을 합쳐서 외톨이 또는 이방인 고래라는 이미지를 Whalien이라는 한 단어로 아주 잘 표현한다. 노래에 등장하는 외톨이 고래는 다른 고래들이 사용하지 않는 52 헤르츠 주파수의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 둘을 합쳐서 Whalien 52라는 멋진 이름의 노래 제목을 만들었다.
이 글에서는 고래 소리인지 고래인지 불분명한 이 대상을 지칭할 때 Whalien 52라고 부르겠다.
Whalien 이라는 단어를 방탄소년단이 만든 것 같다. 혹시 먼저 이 단어를 사용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구글링을 하면 죄다 방탄소년단의 Whalien 52만 나오기 때문에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다. 하지만 구글 트렌드에서 Whalien 으로 검색하면 노래가 담긴 앨범이 발매된 2015년 11월부터 이 단어가 검색되는 걸로 봐서 그들이 만든 단어가 아닐까 추측한다.
노래 가사와 의미는 다른 분들의 좋은 해설이 많다.
Whalien 52는 어떤 생물이지?
미국 해군이 북태평양에서 잠수함 추적 등을 위한 군사 목적으로 운영하는 US Navy Sound Surveillance System (SOSUS) 가 1989년 처음 이 소리를 발견했고, 1992년부터 꾸준히 소리가 나타나는 시기와 장소를 추적했다.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 고래 소리라면 '무슨무슨 고래 나타났음'이라고 기록하고 추적까지 하지는 않았을테지만 15 - 40 헤르츠의 소리를 사용하는 대왕고래(Blue whale, Balaenoptera musculus) 소리와 비슷하기는 한데 52 헤르츠의 특이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도통 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자료라도 쌓아두게 된다.
그렇게 미국 해군이 모아 둔 비밀 자료가 공개되면서 학자들이 분석을 한 결과 이 소리를 내는 생물은 8월에서 2월 사이, 주로 12월과 1월 중 북태평양 동북부 해역에 나타난다. 고래나 생물이 자라면서 덩치가 커지면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관들도 덩달아 커져서 만들어 내는 소리의 주파수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생명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주파수가 2 헤르츠 정도 낮아져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여담으로 이런 소리의 차이를 이용해서 고래의 크기를 추정한 연구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이 생물이 고래인지? 아닌지? 확답을 줄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한다. 굳이 고래를 이름에 끼워 넎으면 52 헤르츠 고래소리 정도가 된다.
참고 문헌. Watkins, William A., Mary Ann Daher, Joseph E. George, and David Rodriguez. “Twelve Years of Tracking 52-Hz Whale Calls from a Unique Source in the North Pacific.” Deep Sea Research Part I: Oceanographic Research Papers 51, no. 12 (December 2004): 1889–1901. https://doi.org/10.1016/j.dsr.2004.08.006.
외로운 고래 Whalien 52?
논문으로 발표된 52 헤르츠 고래소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1)고래가 내는 소리로 굳어지고, 2)미지의 고래 자체를 나타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 수는 없지만 학자들도 고래 소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논문 내용을 기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오해(?)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과 안타까움 등을 불러낸다. 특히 미지의 생명체가 느끼는 외로움이라니... 그러다보니 Whalien 52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The world's loneliest whale)라고 지칭하면서 크라우드 소싱으로 얘를 찾는 여정을 담은 The Loneliest Whale: The Search for 52라는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대중에게 Whalien 52는 친구도 없이 혼자서 망망대해를 떠도는 외로운 고래이고 보통 고래와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자만의 노래를 부른다고 알려지게 된다. 방탄소년단도 그런 부분을 노래에 담고있다.
이 넓은 바다 그 한가운데
한 마리 고래가 나즈막히 외롭게 말을 해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는 게
사무치게 외로워 조용히 입 다무네
...
...
어머니는 바다가 푸르다 하셨어
멀리 힘껏 니 목소릴 내라 하셨어
그런데 어떡하죠 여긴 너무 깜깜하고
온통 다른 말을 하는
다른 고래들 뿐인데
Whalien 52는 진짜 외로울까?
Whalien 52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로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않고 외롭게 살아갈까?
다들 잘 알지만 사람이 내는 소리도 저마다 특색이 있어서 저음의 낮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고음의 높은 주파수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 소리의 주파수가 어떻든 다른 사람이 내는 다양한 높낮이를 가진 주파수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고래도 마찬가지다. Whalien 52가 특이한 주파수의 소리를 낸다고 다른 고래가 못 듣거나, 그 반대가 성립할 것 같지는 않다.
박쥐나 초음파 영상 의료 장비와 같은 원리(음향 정위, Echolocation)를 이용해서 고래는 물 속에서 소리로 본다. 눈처럼 빛의 파장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소리의 파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색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소리로 사물을 본다. 따라서 다른 소리를 낼지언정 다른 소리를 듣지못할리 만무하다. 소리를 듣거나 보지 못하는 고래는 물 속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Whalien 52는 다른 고래와 충분히 소통할 것 같다. 만약 혼자 다닌다면 충분히 혼자서 먹이를 잡고 살아갈 생존 능력이 있을테고 그렇다면 다른 고래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제대로 듣거나 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할테니 역시 여러 마리와 소통을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Whalien 이라는 말이 틀린거 아냐?
굳이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Whalien 52가 외로울거라고 사람들이 지레 추측하고 있지만 어차피 이 단어는 기본 의미가 외톨이라는 데에 있으니 고래로 추정되는 특이한 소리를 내는 생명체라는 의미가 잘 담겨있는 조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Whalien 52가 여러마리의 친구들과 같이 다니는 모습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주파수를 사용해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거라고 또 우기면 되지 않을까? ^^
[매우 중요]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전혀, never, 1도 없다. 단지 Whalien이라는 단어가 너무 절묘해서 이것저것 알아봤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방탄소년단이나 아미들이 이 글을 읽고 불편했다면 이해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