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 세상살이 (6)
바닷가에서 놀자!!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해서, 마흔 명 남짓한 청춘들이 같은 과를 다녔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2024.6.2., 일요일).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품에 안고 보니,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앞가림을 할 때까지 나의 생존은 의무 사항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생명보험도 딱 그 나이까지 보장이 되는 걸로 가입했다. 내 기준으로 보면 친구는 의무 생존 기간을 넘겨서 살았지만 너무 짧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 근엄한 얼굴이든 미소 띤 얼굴이든 대부분의 영정 사진은 그 사람 삶의 찰나를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데, 단정한 옷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사진은 그의 삶을 온전히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늘 미소를 달고 다니던 친구였다. 이 글을 쓰면서 그의 찡그린 얼굴, 화난 얼굴을..
바르셀로나에서 2주 동안 the social hub라는 호텔에 묵었다. 대부분의 유럽 유명 관광지에 지점이 있는 호텔 체인인데, 이 호텔의 숙박 경험이 약간 특이하다.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한 달짜리 대중교통 패스 T-usual card를 구매해서 사용하니 이동시간, 교통편 빈도, 주변 편의 시설 등에 아무 문제가 없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원래 면적이 넓지 않아서 사실 어디에 숙소를 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T-usual card를 구매할 때 Zone을 선택해야 하는데 바르셀로나 시내는 거의 대부분 Zone 1 안에 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Zone 1 카드를 구매하면 된다. 교통카드는 1일, 2일, 3일 무제한 패스도 있고, 10회권도 있는데, 이 카드들은 공항 ..
기계가 야구 심판을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 2024.05.02) 라는 기사을 읽었다. 한국 프로야구 경기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하여 기계가 99.9%의 정확도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이후 25살 이하 선수들의 성적 향상이 있다는 부분이 기사의 사실 관계 서술이고, 기자는 사람(주심)의 판정이 엘리트 선수(기득권자라고 보면 될 듯…)에게 유리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사람이 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기계처럼 정확’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보다 정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정확이 무작위라면 그나마 공정하다 할 수 있는데, 오래 같이 보아왔던 선수에 대한 인지상정(人之常情) 때문에 신참에게 불..
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에 대한 기본 정보는 구글링을 하면 된다. 내가 느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유럽의 성당들은 기본 평면이 십자가 모양이고 정문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 장식을 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성당들을 가보면 기본적인 모양새는 다들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이 성당의 첫 인상은 동그란 평면 위에 하늘로 첨탑들이 빼곡하게 솟아 올라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부를 들여다 보고 성당을 소개하는 자료들을 보니 평면이 십자가인 건 맞는데, 상대적으로 좁은 바닥에 탑들을 높이 올리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탑들을 높이 쌓아 올라다 보니까 덩달아 높을 수 밖에 없는 천장이 만들어내는 성당 내부의 개방감, 웅장함..
바르셀로나에서 두 주를 보내며 소소하게 한 일들을 쓴다. 꽤 재미있었다. 요가하기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찌부등한 몸을 풀어 보고자 아내의 지도?로 요가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딱히 할 일이 없는 탓도 있고, 호텔 체육관 시설이 좋아서 이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예전에 딱 한번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무 인형 피노키오보다 더 딱딱한 내 움직임이 우스워서 두 번째 수업에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 여전히 내 관절의 어떠한 부분도 아내의 동일 관절 가동범위의 1/5을 절대 넘지 않는다. 도착해서 며칠, 여행 막바지에 며칠 밖에 요가를 못했지만, 유연성 부족과 더불어 평소 내 자세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절실하게 느꼈다. 몇 년째 꾸준히 요가를 한 아내는 의외의 고수였다. 앞으로 틈틈이 요가를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왔다. 일요일 오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부터 준비해서 성당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관광객 대상의 무료 입장이 아니라 일요일 아침 9시에 열리는 International Mass라는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입장시켜 주는 것이다. 성당 내부를 돌아다닐 수 없고, 입장과 동시에 안내에 따라서 정해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성당 구경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나가기도 애매해서 QR로 알려주는 미사 순서와 기도문을 담은 문서를 다운로드하고 어정쩡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생애 첫 천주교 미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천주교 미사를 전혀 몰라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시작을 기다리며 미사의 구조, 순서 등에 대해서 폭풍 검색을 했다. 검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