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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디보-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The new science of Evo Devo and the making of the animal kingdom, 200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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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디보-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The new science of Evo Devo and the making of the animal kingdom, 2005)

sealover 2009. 6. 10. 00:09

번역도 좋고 저자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각도 무척 맘에 든다. 도킨스의 책은 창조론자들과 너무 날을 세우고 있어서 읽으면서도 내심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은 평소의 내 생각과 많이 닮아있어서 맘이 편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HOX 유전자가 발견되고 진화발생생물학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 대학을 다니면서 다윈 시절의 발생학을 배웠고, 막연히 알고 있던 혹스 유전자를 이제야 알았고, 미국에서는 일반교양 서적으로 몇 백만명이 본 책을 이제야 읽었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도 든다. 그나마 더 늦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그만 놀고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생물을 이해하는 세가지 중요한 개념으로 모듈성, 대칭성, 극성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거의 모든 동물 설계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학창 시절에 배우기도 했지만 이러한 특징들이 호메오유전자들의 작동 방식과 연관지어 설명이 될 때 더욱 잘 이해된다. 사실 그 시절에는 신기하기는 하지만 발생에 있어서 이들의 기능이 불명확했기 때문에 무작정 외운다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발생부분 설명을 읽고 있자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쉬운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 때 발생의 순서와 세포분할에 따른 복잡성의 증가를 외우는게 얼마나 고역이었는지를 되돌아 보면...하지만 그나마 이 정도 쉬운 책은 없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보디보의 핵심 내용은 생물의 발생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툴킷 유전자라고 하며 그들은 모듈화되어서 발생하는 신체의 발생부위, 순서 등을 조작하여 진화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거기에 사용되는 재료 즉, 유전자 (단순하게는 단백질)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와 침팬지의 유전자가 98.8% 동일한 이유이다. 대부분의 진화는 새로운 재료 (유전자)로 요리(종, species)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리법 (툴킷 유전자)을 변경하여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과거에 잘 쓰였던 유전자(재료)는 계속해서 다시 사용해서 새로운 요리가 만들어진다.

물론 생물이 복잡해 질 수록 이러한 조절은 엄청나게 복잡해 지지만 그 때마다 조절 스위치를 새로이 제작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새로이 조합해서 사용한다. 여전히 유전자의 변형을 최소화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자연은 사용한다. 

1859년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고 그의 생각이 멘델의 유전 법칙의 재발견으로 입지를 굳힌뒤에 왓슨의 DNA 구조의 발견으로 촉발된 현대 유전학에 힘입어 확고한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생각했지만 여전히 반대편의 공격을 받고있던 터에 진화발생생물학의 여러 가지 발견들은 다윈에게 큰 지원군이다. 단지 누군가의 대결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좀 유치한 생각이고 우리는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보디보와 진화론/창조론 싸움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정말 맘에 든다. 세상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새길만하다. 남을 공격하기 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괴테의 이야기는 웃음이 절로 난다. 평소에 농담처럼 자주하던 이야긴데 그 분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재밌다.

아래에 373쪽의 본문을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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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활동적이되 무지한 것처럼 나쁜 것은 없다"고 했다. 과학계와 교육계가 물리쳐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길 잃은 영혼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똑똑히 내 입장을 밝히고 싶다. 나는 진화 및 과학교육을 가장 수행하는 방법은 과학적 방법론과 지식을 촉진하는 것이지, 종교적 견해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후자는 비 생산적이고 무익한 싸움이다. 하지만, 나는 또 믿는다. 이미 여러 종파에서 결론 내렸듯 종교를 가장 잘 추구하는 방법은 종교의 가르침과 신학을 촉진하고 진화시키는 것이지, 과학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후자는 틀림없이 패배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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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5쪽에서 언급하는 바다새우가 무엇인지 알아 볼 것. 뭔진 몰라도 번역에 오류가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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