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ES CoP15, 대서양참다랑어 등재를 바라보며...

우리나라에서 CITES라는 국제회의는 그다지 관심 대상이 아닌데, 금번에 모나코가 대서양참다랑어 (Atlantic Bluefin Tuna, 이제부턴 그냥 참치라고 하자..)를 거래금지 목록에 올리자고 하는 바람에 다소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뉴스를 대충 읽어보면 일본이 참치를 먹어없애는데 이를 막으려는 아름다운 노력이 실패했다는 투의 내용이 많으며, 댓글을 읽어봐도 일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많다.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이해를 위해서 알아야 할 사실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CITES에 관한 이야기는 차츰 하기로 하고 몇가지 사실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 CITES에 등재(거래금지) 되면  참치를 못 잡는다?

아니다. 회원국간 수출이 금지되지 자기나라 바다에서 잡아 먹는 것은 해도 된다. 따라서 자국에서 참치를 잡아서 소비하는 시장이 있는 경우에는 등재와는 무관하게 멸종될 때까지 잡아먹어도 된다. 

다만 EU 국가는 고급 참치를 시장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에 거의 모두 수출하는데 여기에 타격이 생긴다. 이번일을 계기로 EU가 이미 언급했듯이 회원국의 참치어업을 전면 금지하기를 기대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것이 대서양참치이기 때문에 꼭 CITES를 통하지 않더라도 EU만 어획금지하면 충분히 자원보호는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최근 지중해에서 1-2백톤의 참치를 잡고 있다.

여태까지 CITES의 논의는 못사는 나라들이 마땅한 생계가 없어서 선진국의 시장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자연을 훼손하면서 동식물을 파는데 대해서 (물론 잘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먹고 살 방안은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못하도록 목을 죄는 일이 전부였는데, 선진국인 EU도 돈 때문에 더 비싼 값을 받는 일본에 참치를 잡아서 수출했는데 자연 보호를 위해서 스스로 공언했듯이 참치어업자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참치 산업을 붕괴시키길 기대한다.

일본의 로비 (이것도 자기들 이야기다..) 때문에 참치 등재가 안되었다고 아쉬워할게 아니라 못사는 나라들에게는 강요했지만 자기들에게는 해 본적이 없는 자연 보호를 위한 산업 붕괴를 몸소 실천하기를 바란다.

• 일본의 로비로 등재가 무산되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일본은 로비력 하나만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세계의 중심에 충분히 설 수 있다. 벌써 UN 상임이사국이 되고도 남았다.

투표결과를 보자. 찬성 20, 반대 68, 기권이 30이다. 회의 시작 전에 EU는 회원국이 힘을 합쳐서 등재를 찬성한다고 했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유럽연합 회원국이 27개국이다. 회원국도 모두 찬성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가 회의석상에서 등재지지를 공개발언한 비 회원국인 튀니지 (EU 들어가고 싶어함), 미국, 노르웨이 (이미 잘사는데 평균 떨어질까봐 가입 안함), 케냐 (UNEP 본부가 나이로비 있어서 친 환경파)의 4표를 빼면 회원국내 이탈이 최소한 11개다.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 만일 참치가 일본의 로비 때문에 등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일본이 로비에 나서면 EU는 와해된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사실상 이면에 깔린 문제는 많은데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난다면 다시 글을 올리겠지만 요점만 강조하면

• 참치를 잡아서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CITES의 역할이지 아무도 못잡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등재가 이루어지더라도 자기 나라 안에사 잡아 먹는 참치는 관리가 안될 가능성은 있다.  

• 일본의 로비도 있었겠지만 등재지지를 공개 발표한 EU도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국제적 합의가 없는 일을 모나코가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자국 식당에서 참치 안 판다고 한 모나코 (방금 검색해 보니 처음 제안서 낼 때는 자국에서 참치 판매금지 입법 한다더니 그 사이에 캠페인으로 수위 조절이 되었다. http://monacoproperty.net/monaco-blog/?p=109)와 EU 내 어업을 전면 금지한다는 그들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다.

끝으로 혹시 나에게 그러면 멸종될 때까지 먹으란 말이냐? 라고 묻는다면 거기에 대해서 내 의견은 "참치 (모든 수산물 또는 자연자원)는 합리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용해야 한다" 이다. 무조건 안 잡으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도 답이 아니고 우선 먹고 보자도 답이 아니다.

앞에서 느꼈겠지만 CITES는 합리적인 관리기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뿐이며, 국제사회에서도 이제는 선진국이 중심이 되어서 밀어붙이기를 하기 보다는 광범위한 합의를 토대로 일을 추진하여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참치와 인간이 모두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