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를 풀어준답니다... 본문

고래(Whales)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를 풀어준답니다...

sealover 2012. 3. 12. 14:55

미국에서 쓰여진 혹은 미국 사람이 쓴 진화와 관련한 책들을 읽어보면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책의 서두에서 대부분의 저자들이 진화론의 개요를 조심스럽지만 확고히 설명한다.

자신은 과학자로서 진화론을 믿지만 워낙 다른 방법의 자연사를 믿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기 말이 맞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어서 그러려니 하는데... 나도 환경을 보호하시는 분들의 의견과 방향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말하기 조심스러워진다. 저절로 역지사지가 된다.

여하튼간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을 하던 돌고래 중 한 마리를 서울시장께서 풀어주겠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돌고래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가 또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데 대해서는 기쁘다.

대충 정리하면 잡혀온지 3년 정도 된 수컷 한마리는 약 8억 정도의 예산으로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서 제주도에 방류하고 이미 수족관에서 오래 산 두마리는 계속 대공원에서 돌보겠다는 내용이다.

상당히 타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제주도에는 남방큰돌고래가 100여 마리 밖에 살고 있지 않아서 누가 보더라도 보존이 시급한 실정이고, 야생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돌아가더라도 좀 쉽게 적응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만 수컷이라서 보존과 개체군의 증대라는 측면에서보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좀 아쉽고, 야생 적응에 대한 사례가 많지 않아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의외의 질병을 퍼트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사람에게서 먹이를 받아먹는걸 떨치지 못하고 사람을 따라다니며 먹이를 구걸하거나, 이런 행동을 다른 개체들에게 학습시키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고, 의외의 행동, 아주 드물지만 다른 개체들에 대한 폭력적 행동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솔직한 연구자의 호기심으로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방류했으면 좋겠다. 야생적응 훈련이라는 희귀한 사례 연구를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마지막에는 적응 과정을 살펴야 하니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아서 행동을 관찰해야 할텐데 이 또한 연구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런데 서울시장께서 지금 건설 공사가 한창인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제주의 해안을 방류 장소로 언급하셨다니 약간 씁슬하다. 고래들에게 소음공해는 정말 치명적이다. 제주도는 사람이 많이 살고 연안에 인간활동으로 인한 소음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다. 어업활동으로 인한 위협도 만만치 않은 곳인데 이런 곳을 떠나지 않고 -떠나지 못하는지도 모르지만-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가 참 신통방통하다. 그런데 기껏 풀어주면서 시끄러운 장소를 일부러 고르시다니.... 물론 의외로 천혜의 환경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밝혀질 일이지만... 섣부른 생각에 좀 아쉽다.

그리고 이번 방류를 계기로 돌고래를 풀어주면 좋은 일이고, 계속 잡아두면 나쁜 일이라는 이분법이 또 우리 사회를 떠돌아 다닐까봐 무척 우려스럽다.

아직 우리나라는 고래들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남방큰돌고래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를 더구나 불법으로 잡아서 전시/관람하는데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야생에 개체수가 많은 고래라면 전시/관람을 통한 교육과 연구 활동의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 사회적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전국 어디서나 한 시간 정도의 이동 시간을 투자해서 고래를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밀도로 전시가 가능하다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잘 관리 보호되는 좋은시설에서 말이다. 잡혀온 개체들에게는 불행일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의식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공연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수준의 공연을 할지? 돌고래의 스트레스에 대한 기준치를 혈액 연구 등으로 밝혀낼 수 있을지? 사회성이 높은 돌고래가 공연으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보다 사육사와 교감으로 보다 큰 심리적 안정을 얻고 있는 건 아닌지? 자라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튼 얻는 게 많은지 잃는 게 많은지 곰곰히 검토해 볼 일이다.

세상 일을 칼로 자르듯이 딱 둘로 나눠서 결정해버리면 머리는 참 편하다. 몸 위에 얹혀서 고민없이 몸의 운동 균형만 잡아주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쓰기에는 너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에너지 과소비 기관이다. 좀 더 많이 활용해야하지 않을까?

가능한 많은 사람이 행복한 방류가 되도록 같이 고민하면서 일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