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반구대 암각화에는 어떤 고래가 그려져 있나? 본문
게다가 암각화가 여기저기 덧새겨져 있어서 정확하게 그림을 재구성하여 표준자료를 만드는 일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4년도에 3D 스캐너를 이용하여 그림을 재구성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자료가 비교적 최근의 자료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이 자료와 울산대박물관의 자료를 토대로 고찰해 보면 그림의 특징만으로 고래 종을 추정할 수 있는 종은 많지 않다. 그림만으로도 알 수 있는 종은 세 마리의 고래가 나란히 그려져 있는 북방긴수염고래 (Northern right whale, Eubalaena glacialis)가 있다.
다음으로 아래의 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많은데, 혹등고래 (Humpback whale, Megaptera novaeangliae)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암각화 그림만으로는 생물학적 판단을 내리기에 불충분하다.
다음 고래는 전체적으로 다른 고래에 비해서 약간 날씬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목 부분에 다섯 개의 줄을 그렸고 머리 끝부분에 삼각형의 눈과 입을 새겨 놓았다. 다섯 개의 줄이 복부의 주름을 묘사한 것이라면 이 고래는 배 쪽을 그린 것인데,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입과 눈을 그려 놓아서 한 평면에 두 개의 면을 묘사한 큐비즘의 대가인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배 쪽을 그렸지만 머리 부분의 측면도 같이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 두 가지의 특징을 근거로 고찰해 보면 귀신고래 (Gray whale, Eschrichtius robustus)로 추정된다.
다음 고래는 측면을 그렸다고 추정해서 높은 등지느러미와 하얀 반점을 근거로 추정하면 범고래 (Killer whale, Orcinus orca)로 생각된다.
다음 그림은 주둥이를 그렸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이런 주둥이는 참돌고래과 (Family Delphinidae)의 특징이다. 종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생태학적으로는 동해에 가장 흔한 돌고래가 참돌고래니 참돌고래 (Common dolphin, Delphinus delphis)를 보고 묘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제시한 그림들 말고는 'ㄴ'자로 휘어진 가슴지느러미를 묘사한 그림 말고는, 그림에서 묘사한 특징만으로 종까지 추정 가능한 고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볼 기회도 많지 않았고, 직접 보더라도 오후 해질녘이 아니라면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찬찬히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거의 한 달 이상을 틈 날때마다 그림을 보니, 이 그림을 그린 선사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생각을 이 그림으로 공유할 수 있을까?
그들과 우리네 인생이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