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캐나다]타이어 수리/교체-고객이 왕이다. 본문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겪은 일인데, 일이 처리되는 동안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의 일 처리 방식을 불평하기도 곤란했다. 돌아서서 '고객이 왕이다'라는 뜻으로 나를 대해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의 전개는 이렇다. 쇼핑몰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나오는데, 누군가 멀리서 큰 소리로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먼저 자동차 보험 긴급 출동 서비스 매뉴얼을 읽어 봤다. 우선 일을 처리하고 요청을 하면 일년에 두 번, $50까지 금전 보상을 해 준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 건은 보상이 안될 것 같아서 근처 수리점에 가보기로 했다. 1
수리점 (http://www.kaltire.com/)이 가까워서 바람이 거의 다 빠진 타이어로 가려다가, 타이어가 더 손상되면 수리가 안될까봐 스페어 타이어로 바꾸고 갔다. 수리해 달랬더니, 타이어를 휠에서 탈거해서 안 쪽을 꼼꼼히 살피더니, 타이어 손상이 커서 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상했는지 보여달라고 했더니, 못이 박혀 있는 부위와 일부러 타이어 안 쪽을 벌려가면서 가느다란 금 (Crack)을 두 개 표시해서 보여준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두말없이 때워줄 텐데... 하는 생각에, 그냥 못 박힌 자리만 때워 달라니까, 단호히 "No"라고 한다. 고객의 안전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너가 죽을 수도 있고.... 말이 길어지길래, 알았다고 하고, 타이어 바꾸면 얼마냐고 물어 보니까 견적서를 뽑아준다. 두 개에 약 $360. 당장 돈이 없으니 좀 생각해 보겠다면서, 펑크 때우는 데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20이라고 한다. 2
그러고 마음 속으로 이걸 인도 애들이 하는 정비소에 들고가서 때울까?하는 생각을 잠깐 헀는데, 타이어는 필요 없을테니 두고 가면 자기들이 처리해 주겠다고 한다. 정비사와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타이어를 달라고 하면 너 혹시 고칠 생각이냐? 그러면 안된다... 등등 또 말이 길어질 것 같고, 저걸 굳이 들고가면 왠지 욕할 것 같아서, 환하게 웃으면서 '네가 처리해 준다니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가게를 나왔다. ㅋ
현재 달려있는 타이어가 2009년 48주차 생산품이라서, 올해 연말 귀국할 때 까지만 타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바꾸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코슽코, 월마트, 캐나디언 타이어에서 가격 비교를 하고 코슽코에서 사기로 했다.
185/65/R15가 내 타이어 규격인데, 피렐리, 브리지스톤, 미쉐린에 내 싸이즈가 있길래, 개당 $15 세일하는 피렐리 타이어를 끼워달랬더니, 모니터에서 뭔가를 한참 뒤적이더니 타이어 속도 한계를 물어본다. 주차장에서 확인하고 86H 3라고 했더니 피렐리는 88T라서 못 판다고 한다. 또 설명이 이어진다.... 니가 그 속도로 달릴리는 없지만 짝이 안 맞으면 어쩌구 저쩌구... ㅠㅠ 4
다시 둘러보니 미쉐린이 고성능 타이어인데 가격이 브리지스톤과 비슷해서, 그러면 속도 한계가 규격보다 높은 건 괜찮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미쉐린으로 끼워 달랬더니 견적서를 4개 짜리를 보여준다. 두 개만 바꿔 달랬더니, 또 못 판다고 한다. 4개를 다 바꾸면 미쉐린으로 해 줄 수 있지만, 앞 뒤가 짝이 안 맞으면... 또 설명이 이어진다. 포기했다. 규격이 정확히 일치하는 브리지스톤으로 바꿔달랬다.
매니저와는 이야기를 끝내고 타이어 작업하는 정비사한테, 새 타이어를 앞에 끼워 달랬다. 전륜 구동 차는 새 타이어를 앞에 끼우면 새 타이어를 바꾼 느낌이 팍 오기 때문에 늘 그렇게 해 왔었다. 코슽코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떼우고 갔더니, 새 타이어가 뒤에 떡하니 끼워져 있다.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매니저가 정비 지침서같은 인쇄물에 형광펜으로 줄까지 좌악 그어서 나타나셨다.
이번엔 또 뭔가 했더니... 맑은 날은 큰 영향이 없는데, 비오는 날처럼 전체적으로 도로에 접지력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 뒤에 헌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으면 커브나 위기 상황 발생 시 뒤쪽이 완전히 접지력을 잃고 돌아가면서 사고가 나기 때문에 못 해 준다고 한다. 앞에는 트레드가 없어도 무게 때문에 어느 정도 접지력이 확보가 되고 핸들 조작도 가능하지만 뒤쪽은 전혀 손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좋은 타이어를 뒤에 꼭 달아야 한다고 한다. 5
알았다고 하고 계산을 마치고 나니, 타이어 박사이신 매니저께서 이미 모든 걸 다 챙겨 보시고서는, 앞 타이어가 곧 다섯살이 되니 올 겨울 눈이 오기 전에 꼭 새 타이어로 바꾸고 앞 뒤 자리 바꾸기를 하라고 하신다. ㅋ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집으로 오는데, 도대체 내 의견은 하나도 안 들어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도 했지만,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만 하니 거부할 수도 없고... 참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서운했던 부분은 당장의 금전 지출 때문이었는데, 그런 눈 앞의 금전 지출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더 비싸게 계산한다면 저런 대응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 말을 안 들어준 게, 더 나를 위한 조치였다.
나도 늘 이야기 한다.
사람 목숨 값이 쌀 수록 후진국이다.
이 사실을 타이어를 바꾸면서 다시 확인했다. 옛날 왕들도 신하들 잔소리에 맘대로 할 수 있는게 별 없었겠지... ㅋ
교체한 타이어는 EP422이라는 모델이다. 총 $251.98 지출했다. 코슽코에서 타이어를 장착하면 펑크 떄우는거, 타이어 위치 바꾸기, 밸런스 등을 모두 무료로 해 준다. 이런 서비스 때문에 오히려 싸게 느껴진다. 그리고, 타이어 일련번호를 제조사 홈페이지에 등록해두면 (여태 한번도 없었지만) 리콜이 있으면 알려주고, 하자가 있을 경우 처리가 편리하다고 해서 등록했다.
-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사고로 펑크가 나거나, 누군가가 고의로 그런 게 (Vandalism) 아니라면 일반적인 소모와 동일하게 처리되어 보상이 안 된다고 한다. [본문으로]
- 타이어를 하나만 바꾸면 좌우 균형이 안 맞아서 고속으로 달릴 때 위험하다. 완전히 새 타이어가 아니라면 두 개를 바꾸어줘야 한다. [본문으로]
- 타이어 폭이 185mm, 타이어 측면의 두께가 65%*185mm, 휠의 직경이 15인치라는 소리다. [본문으로]
- 앞의 숫자는 타이어 하나에 걸리는 하중을 나타내는데, 86이면 530Kg 이고, 숫자가 커질수록 하중도 커진다. 알파벳은 속도 한계 표시인데, H는 210Km/H, T는 190Km/H가 속도 한계다. [본문으로]
- 앞에서 이래 저래 거부 당한 사유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국 정비소들을 생각하면서 '좀 해줬으면...' 했던 것들인데, 이 부분은 나도 처음 알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