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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타이어 수리/교체-고객이 왕이다.

sealover 2014. 6. 26. 02:30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겪은 일인데, 일이 처리되는 동안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의 일 처리 방식을 불평하기도 곤란했다. 돌아서서 '고객이 왕이다'라는 뜻으로 나를 대해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의 전개는 이렇다. 쇼핑몰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나오는데, 누군가 멀리서 큰 소리로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먼저 자동차 보험 긴급 출동 서비스 매뉴얼을 읽어 봤다. 우선 일을 처리하고 요청을 하면 일년에 두 번, $50까지 금전 보상을 해 준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 건은 보상이 안될 것 같아서 근처 수리점에 가보기로 했다[각주:1]


수리점 (http://www.kaltire.com/)이 가까워서 바람이 거의 다 빠진 타이어로 가려다가, 타이어가 더 손상되면 수리가 안될까봐 스페어 타이어로 바꾸고 갔다. 수리해 달랬더니, 타이어를 휠에서 탈거해서 안 쪽을 꼼꼼히 살피더니, 타이어 손상이 커서 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상했는지 보여달라고 했더니, 못이 박혀 있는 부위와 일부러 타이어 안 쪽을 벌려가면서 가느다란 금 (Crack)을 두 개 표시해서 보여준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두말없이 때워줄 텐데... 하는 생각에, 그냥 못 박힌 자리만 때워 달라니까, 단호히 "No"라고 한다. 고객의 안전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너가 죽을 수도 있고.... 말이 길어지길래, 알았다고 하고, 타이어 바꾸면 얼마냐고 물어 보니까 견적서를 뽑아준다. 두 개에 약 $360[각주:2]. 당장 돈이 없으니 좀 생각해 보겠다면서, 펑크 때우는 데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20이라고 한다.


그러고 마음 속으로 이걸 인도 애들이 하는 정비소에 들고가서 때울까?하는 생각을 잠깐 헀는데, 타이어는 필요 없을테니 두고 가면 자기들이 처리해 주겠다고 한다. 정비사와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타이어를 달라고 하면 너 혹시 고칠 생각이냐? 그러면 안된다... 등등 또 말이 길어질 것 같고, 저걸 굳이 들고가면 왠지 욕할 것 같아서, 환하게 웃으면서 '네가 처리해 준다니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가게를 나왔다. ㅋ


현재 달려있는 타이어가 2009년 48주차 생산품이라서, 올해 연말 귀국할 때 까지만 타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바꾸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코슽코, 월마트, 캐나디언 타이어에서 가격 비교를 하고 코슽코에서 사기로 했다.


185/65/R15[각주:3]가 내 타이어 규격인데, 피렐리, 브리지스톤, 미쉐린에 내 싸이즈가 있길래, 개당 $15 세일하는 피렐리 타이어를 끼워달랬더니, 모니터에서 뭔가를 한참 뒤적이더니 타이어 속도 한계를 물어본다. 주차장에서 확인하고 86H[각주:4]라고 했더니 피렐리는 88T라서 못 판다고 한다. 또 설명이 이어진다.... 니가 그 속도로 달릴리는 없지만 짝이 안 맞으면 어쩌구 저쩌구... ㅠㅠ


다시 둘러보니 미쉐린이 고성능 타이어인데 가격이 브리지스톤과 비슷해서, 그러면 속도 한계가 규격보다 높은 건 괜찮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미쉐린으로 끼워 달랬더니 견적서를 4개 짜리를 보여준다. 두 개만 바꿔 달랬더니, 또 못 판다고 한다. 4개를 다 바꾸면 미쉐린으로 해 줄 수 있지만, 앞 뒤가 짝이 안 맞으면... 또 설명이 이어진다. 포기했다. 규격이 정확히 일치하는 브리지스톤으로 바꿔달랬다.


매니저와는 이야기를 끝내고 타이어 작업하는 정비사한테, 새 타이어를 앞에 끼워 달랬다. 전륜 구동 차는 새 타이어를 앞에 끼우면 새 타이어를 바꾼 느낌이 팍 오기 때문에 늘 그렇게 해 왔었다. 코슽코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떼우고 갔더니, 새 타이어가 뒤에 떡하니 끼워져 있다.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매니저가 정비 지침서같은 인쇄물에 형광펜으로 줄까지 좌악 그어서 나타나셨다.


이번엔 또 뭔가 했더니... 맑은 날은 큰 영향이 없는데, 비오는 날처럼 전체적으로 도로에 접지력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 뒤에 헌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으면 커브나 위기 상황 발생 시 뒤쪽이 완전히 접지력을 잃고 돌아가면서 사고가 나기 때문에 못 해 준다고 한다. 앞에는 트레드가 없어도 무게 때문에 어느 정도 접지력이 확보가 되고 핸들 조작도 가능하지만 뒤쪽은 전혀 손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좋은 타이어를 뒤에 꼭 달아야 한다고 한다[각주:5].


알았다고 하고 계산을 마치고 나니, 타이어 박사이신 매니저께서 이미 모든 걸 다 챙겨 보시고서는, 앞 타이어가 곧 다섯살이 되니 올 겨울 눈이 오기 전에 꼭 새 타이어로 바꾸고 앞 뒤 자리 바꾸기를 하라고 하신다. ㅋ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집으로 오는데, 도대체 내 의견은 하나도 안 들어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도 했지만,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만 하니 거부할 수도 없고... 참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서운했던 부분은 당장의 금전 지출 때문이었는데, 그런 눈 앞의 금전 지출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더 비싸게 계산한다면 저런 대응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 말을 안 들어준 게, 더 나를 위한 조치였다.


나도 늘 이야기 한다.


사람 목숨 값이 쌀 수록 후진국이다.


이 사실을 타이어를 바꾸면서 다시 확인했다. 옛날 왕들도 신하들 잔소리에 맘대로 할 수 있는게 별 없었겠지... ㅋ 


교체한 타이어는 EP422이라는 모델이다. 총 $251.98 지출했다. 코슽코에서 타이어를 장착하면 펑크 떄우는거, 타이어 위치 바꾸기, 밸런스 등을 모두 무료로 해 준다. 이런 서비스 때문에 오히려 싸게 느껴진다. 그리고, 타이어 일련번호를 제조사 홈페이지에 등록해두면 (여태 한번도 없었지만) 리콜이 있으면 알려주고, 하자가 있을 경우 처리가 편리하다고 해서 등록했다.    



  1.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사고로 펑크가 나거나, 누군가가 고의로 그런 게 (Vandalism) 아니라면 일반적인 소모와 동일하게 처리되어 보상이 안 된다고 한다. [본문으로]
  2. 타이어를 하나만 바꾸면 좌우 균형이 안 맞아서 고속으로 달릴 때 위험하다. 완전히 새 타이어가 아니라면 두 개를 바꾸어줘야 한다. [본문으로]
  3. 타이어 폭이 185mm, 타이어 측면의 두께가 65%*185mm, 휠의 직경이 15인치라는 소리다. [본문으로]
  4. 앞의 숫자는 타이어 하나에 걸리는 하중을 나타내는데, 86이면 530Kg 이고, 숫자가 커질수록 하중도 커진다. 알파벳은 속도 한계 표시인데, H는 210Km/H, T는 190Km/H가 속도 한계다. [본문으로]
  5. 앞에서 이래 저래 거부 당한 사유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국 정비소들을 생각하면서 '좀 해줬으면...' 했던 것들인데, 이 부분은 나도 처음 알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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