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로마 실내 수영장 이용 도전기! 본문
출장 등으로 외국을 방문하게 되면 방문 지역 실내 수영장의 위치와 개방 시간 등을 미리 알아두고 시간을 내어서 수영을 다녀오는 게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로마에서도 수영장을 다녀오려고 검색을 해 봤는데 도무지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어지간히 알려진 대도시들은 "public swimming pool" 정도의 단어로 검색하고 여기에 양념으로 "indoor"를 가미하면 대게 영어로 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가 있는데, 구글링을 해서 찾은 수영장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영어로 된 안내는 무척 부실하다.
홈페이지의 부실한 영어 안내는 이번에 로마 방문을 준비하면서 계속 겪었던 터라 딱히 새롭지는 않지만 참 불편하다. 유명한 관광지 안내 등은 여러나라 언어로 서비스를 하지만 생활 정보 등은 찾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나라는 어떤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하듯이 영어로 우리나라 수영장 정보를 찾으니 딱히 로마보다 낫다고 할 수가 없다. 솔직히 더 부실한 것 같다. 영어 정보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도 그다지 내세울 것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스스로 수영장 정보를 찾는 일은 포기하고 이탈리아 관광청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 숙소에서 가까운 수영장을 알려 달라고 하고 워낙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실하니까 락커 잠금 장치는 제공하는지? 내가 자물쇠를 들고가야 하는지? 등등 오만 시시콜콜한 것들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public pool은 5월에 전국 수영 대회로 사용 불가고 집 근처 풀장을 하나 추천하니 그 쪽에 직접 문의하란다. 허탈한 답변이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탈리아 관광청에서 추천한 Centro Sportivo Aventino에 이메일로 이것저것 문의 했는데 역시나 답이 없다. 그야말로 묵묵부답이다. 이탈리아는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 편하게 직접 물어볼 생각으로 로마에 도착한 다음 날 길을 떠났다. 구글로 미리 교통편을 검색해서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한 번 버스를 갈아 타고 웹페이지와 구글 지도에서 확인한 Via marmorata 14번지를 찾아갔다. 도착해서 보니 수영장이 없다. 한국에서 구글링을 했을 때도 구글에 표시한 주소와 약간 떨어진 곳에 수영장이 있었던 걸 알고 있었던 터라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꽤 걸어갔는데도 찾을 수가 없다. 그 때부터 길을 물어보기 시작해서 몇 번이나 물은 끝에 겨우 찾았다.
유럽은 주소만 보고 길을 찾기가 꽤 편리한데 14번지에는 다른 시설이 있어서 그 시설 사람에게 물으니 더 아래로 내려가라고 한다. 중간에 또 물으니 118번지를 찾아가라는 것 같아서 걸어갔더니 119번지와 117번지는 있고 118번지는 없다. 다시 물어보니 길 건너편에 있다고 해서 보니 구글 사진에서 본 것과 비슷한 시설이 보인다. 왜 주소를 엉터리로 소개해서 이 고생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면서 도착해서 주소를 확인하니 14번지다. 헐… 캐나다에서도 그랬고 보통 길의 이 쪽은 짝수 번지 건너편은 홀수 번지와 같은 식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여기는 14번지가 두 개나 있다. 구글도 잘 못 알려줄 정도니…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누군가에게 왜 그런지 꼭 물어봐야겠다. 뭔가 오류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수영장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물었더니, 예전에 읽었던 미국 관광객이 작성한 로마 수영장 이용 실패 후기의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1년 유효한 회원카드 발급비가 30 EUR다. 그 후에 수영장 지정? 담당? 의사에게서 메디컬 체크를 받고 건강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또 30 EUR다. 이것도 설마 매년 갱신해야 하나? 그 다음에 정기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100 EUR 짜리는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1 EUR를 차감하는데 4개월 유효하고, 150 EUR는 8.5 EUR 차감 6개월 유효, 250 EUR는 6 EUR 차감 8개월 유효하다. 150 EUR 짜리를 사면 17회 이용 가능한데…. 그러면 한 번 입장에 12.35 EUR 정도인데…. 만약 숙소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면 그 정도를 지불하고도 한번 시도해 볼만하지만 거의 한 시간 차를 타고 가야해서 접근성도 낮아서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영은 못하더라도 수영장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공공 수영장이 있는 Foro Italico를 찾아 갔다. 여기는 1938년에 무솔리니가 만든 종합 운동 경기 단지(sports complex)다. 가보니 실내 풀에서는 중고생 수영 대회가 열리고 있어서 재미있게 관람하고 왔다. 야외 풀은 2009년 박태환이 참석한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가 열려서 우리나라 언론 기사(박태환 로마in 이야기 ⑤ 로마의 태양, 야외수영장 … 선수들은 ‘헉헉')에도 정보가 좀 나와 있다. 무솔리니가 과시를 위해 만든 시설이다 보니 수영장뿐만 아니라 여기 경기장들이 무척 웅장하고 아름답다.
결국 로마에서 수영은 못 했지만 이 수영장을 구경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수영 경기가 없다면 Foro Italico는 그나마 자유 수영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누군가 성공하시게 되면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