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고래 펌프(whale pump)가 뭐지? 본문
언젠가부터 고래가 똥을 싸서 지구를 지킨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이런 변이 있나… 줄어든 고래의 똥, 지구가 위험하다" 신문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면 먼저 온실효과를 알아야 합니다.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 중 일부가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에 흡수되었다가 다시 지구 표면에 열로 방출되면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게 온실효과입니다. 온실효과가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이라고 다들 이야기합니다. 1
그림 자료 출처는 위키피디아(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ko/9/96/Greenhouse_Effect_ko.png).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체가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덩달아 지구온난화를 막고 지구를 살린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현대 사회는 석탄이나 석유처럼 땅 속에 있던 탄소화합물을 꺼내서 에너지와 각종 필요한 물질을 얻고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는데, 방출량을 줄이거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땅이나 바닷속으로 파묻어버리면 되겠죠? 80년대에 식물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다시 바닷속으로 묻어버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됩니다. 요점은 식물플랑크톤이 죽어서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살아있을 때 대기 중에서 흡수했던 이산화탄소의 약 20-40%를 가지고서 깊이 가라 앉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연구들에서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biological pump' 또는 'carbon pump'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 뒤 이어지는 여러 연구에서 고래 같은 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지다가, 오히려 고래가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게 되는데 최근의 한 논문 2에서 'whale pump'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3
그 논문들에서 사용하는 whale pump의 핵심은 고래 똥이 식물플랑크톤에게 부족한 영양분을 공급해주면서 바닷속의 영양분을 표층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늘어나 식물플랑크톤이 결국은 대기 중의 탄소를 끌어 내리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조건이 필요하죠. 1)고래가 공급 가능한 부족한 영양분(인 또는 철)이 있는 지역이라야 한다. 2)충분한 영양분 공급이 될만큼 고래가 많아야 한다. 4
그런데 영양분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오염이 됩니다. 우리나라 연안은 영양분이 부족하기 보다는 너무 많아서 적조 등이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모든 연구의 고찰에서 지금은 고래 숫자가 적어서 큰 효과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재밌는 이야기인 건 확실한데, 특정 조건에서만 성립하는 가설이고, 단지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에만 이 연구 결과들이 쓰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 온실효과의 원인별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 Lavery, T.J., Roudnew, B., Gill, P., Seymour, J., Seuront, L., Johnson, G., Mitchell, J.G., Smetacek, V., 2010. Iron defecation by sperm whales stimulates carbon export in the Southern Ocea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7, 3527–3531. [본문으로]
- Roman, J., McCarthy, J.J., 2010. The Whale Pump: Marine Mammals Enhance Primary Productivity in a Coastal Basin. PLOS ONE 5, e13255.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013255 [본문으로]
- biological pump와는 방향이 반대인 셈이죠. [본문으로]